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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용희 Jun 19. 2024

아기에게 다가오는 첫 번째 시련

정체성 발달의 새싹

오늘의 주제는 에릭슨(Erikson)의 심리사회 발달이론의 첫 번째 발달과제인 '신뢰 대 불신 (trust vs. mistrust)'이다. '신뢰 대 불신'은 아기가 맞이하는 첫 번째 시련이다. 


정체성 이론을 제시한 에릭슨은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딸인 안나 프로이트(Anna Freud)로부터 정신분석을 배운 정신분석학자이다. 그러나 그는 아동기에 모든 정신적인 발달이 이루어진다는 프로이트의 이론에는 찬성을 하지 않았다.


에릭슨은 아동기뿐만 아니라 '전 생애'를 통해 계속해서 발달을 한다고 주장하였고, 이는 비단 부모뿐만 아닌 이웃, 친구를 넘어 모든 사회와 활발하게 교류를 하는 것을 기초로 한다고 하였다. 때문에 그의 이론은 심리'사회' 발달이론이라 불린다.


에릭슨은 인간이 태어날 때부터 죽을 때까지, 즉 영아기부터 노년기까지를 8단계로 나눴고 각 단계마다 해결해야 할 발달과제를 제시하였다. 이러한 발달과제는 '심리적 위기'라고도 불린다. 흥미로운 점은 에릭슨은 모든 발달과제를 두 가지 양상이 서로 대립하는 형태(vs.)로 제시하였다는 점이다. 이것이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에 대해서는 후술 할 것이다.


에릭슨에 의하면, 각 단계의 발달과제를 성공적으로 해결하면 건강하고 사회에 적응적인 인간으로 성장하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 해당 시기에 얻어야 할 심리적인 요인을 제대로 형성하지 못하므로 그 후의 성장에 있어서 어려움을 겪게 된다고 하였다.




첫 번째 발달단계 : 신뢰 vs. 불신 (0~1세)



태어나서 1년 동안의 시기를 영아기라 부른다.


아기들은 태어나자마자 시련에 부딪힌다. 아기들은 생후 1년 동안 부모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세상을 신뢰할 것인가 혹은 불신할 것인가'를 결정하게 된다.


여기서 상호작용이라고 하면 부모와 자식 간 이뤄지는 모든 활동을 말한다. 예를 들어, 서로 눈을 마주치며 웃고 먹을 것을 챙겨주고 하는 등 아기가 생존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활동이 이에 속한다.


그러나 아기들은 태어나서 일 년 동안은 어떻게 보면 굉장히 무기력한 존재라고 할 수 있다. 오로지 '우는 것'을 통해 자신이 얻고 싶은 것을 얻고, 싫어하는 것은 눈에서 벗어나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기는 배고프거나 기저귀가 젖어있으면 목청껏 우는 것을 통해 부모가 그것을 알게 하고, 부모는 이에 반응해 아기에게 밥을 주거나 기저귀를 갈아주게 된다.


이처럼 영아기 때는 부모와의 (주로 엄마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비로소 세상과 접촉을 하게 된다. 부모가 아기의 눈과 손발이 되어 주는 것이다.



부모와의 상호작용은 단순히 아기가 바라는 것을 충족시켜 주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에릭슨에 의하면, 아기들은 태어났을 때 온 세상이 여러 퍼즐 조각처럼 제각각인 상태로 느낀다고 한다. 하지만 자신이 바라는 것을 요구하여 부모가 그것을 시기적절하게 충족시켜 주는 것으로, 자신의 신체 감각이나 주위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점점 정리되기 시작한다.


즉, 아기는 태어나면 세상을 굉장히 혼란스럽게 여기지만, 자신이 바라는 것을 들어주는 부모를 통해 차근차근 세계를 이해해 나가며 이 세상이 어떻게 이루어져 있는지를 아주 조금씩 이해하게 된다. 부모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나 자신과 외부 세계가 연결되고 하나로 구성하게 되는 것이다. 에릭슨은 이를 '자아의 기원'이라고 하였다.


부모가 바라는 것을 제 때 주게 되면, 아기는 '세상은 정말 신뢰할 만한 곳이구나', '태어나길 정말 잘했어'라고 생각하게 된다. 또한, 자신은 주위와 상호작용 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고, 충분히 원하는 것을 부모로부터 받을 수 있다는 존재라는 것을 느끼게 된다.


여기서 이렇게 느끼게 되는 것이 바로 '신뢰'이다.


하지만, 아기가 밥을 달라고 있는 힘껏 울어도, 부모가 제 때 반응하지 않거나 무관심하다면 어떻게 될까? 아기는 '내가 이렇게 울고 있는데 나를 보살펴 주지도 않네. 이 세상은 정말 믿을 수 없어'라고 생각할 것이다. 이러한 경험은 점차 자라면서 다른 사람들과 관계함에 있어서 불신감을 느끼게 하거나, 나아가 세상은 신뢰할 수 없다고 생각하게 한다. 


이때 느끼는 것이 '불신'이다.


그럼 아기에게 신뢰만 듬뿍 주면 제대로 자라게 되는 것일까?

에릭슨은 그렇지 않다고 하였다.


에릭슨이 말한 심리적 위기에서의 '대(vs.)'는 어느 한쪽만 월등하게 해결한다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니라, 양측 모두를 경험하고 가지면서도, 플러스의 면 (신뢰)이 마이너스의 면 (불신) 보다 약간 더 많으면 된다고 하였다. ( + > - )


즉, 영아기 때 부모로부터 신뢰를 60%, 불신을 40% 정도 경험해도 성공적으로 심리적 위기를 해결한 것이다.


현실적으로 보아도 인간은 신뢰만 100% 받고 자랄 수 없다. 기저귀에 오줌을 쌌어도 부모가 제 때 반응을 하지 못하는 것은 얼마든지 있을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인간은 태어나서부터 내부에 모순(여기서는 신뢰와 불신)을 가지면서도, 서로를 배제하지 않는

다양성과 유연성을 인간 성장에 중요한 요소로 보았고, 에릭슨은 이를 '총체성(wholeness)'이라고 하였다.




영아기 때는 이처럼 부모의 무한한 사랑을 토대로 세상을 이해하고 지각하며 신뢰와 불신을 얻게 된다.

이를 통해 아기는 자신을 이렇게 정의하게 된다. (정체성의 새싹이라고도 할 수 있다)


"나는 무언가를 받는 존재이다"
("I am what I am given")


영아기 때 획득하는 신뢰감은 차후 성장과 정체성의 발달에 중요한 토대의 역할을 하게 된다. 자기 자신과 타인, 그리고 세상을 신뢰해야만이 비로소 세상과 상호작용하며 활동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에 사회가 존재하지 않으면 자신을 정의할 수 없다)


따라서, 아기에겐 많은 사랑과 보살핌이 필요하다.



*자료 출처

1. 에릭슨의 심리사회 발달이론 도표

http://terms.naver.com/entry.nhn?docId=3578755&cid=59041&categoryId=59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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