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을 어떻게 선택하게 되셨나요?'

by 김용희

진로 상담도 심리 상담과 마찬가지로 접수 면접을 진행한다.

접수 면접이란, 본 상담을 진행하기 전 상담에 대해 설명하고 내담자의 호소문제를 비롯해 내담자가 가진 자원, 진로장벽 등을 파악하는 시간이다. 쉽게 말하면 내담자가 왜 지금 상담실에 왔으며, 앞으로 어떻게 진행하면 좋을지 기초 자료를 모으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전공을 어떻게 선택하게 되셨나요?


접수 면접에서는 내담자에게 여러 질문을 하게 되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유용하다고 생각되는 질문은 바로 위 질문이다. 학생들마다 전공을 선택하게 된 이유는 정말 다양하다. 어떤 학생은 성적에 맞춰 온 경우도 있고, 담임 선생님이나 부모의 추천으로 온 경우도 있으며, 스스로 선택한 경우도 있다.


그동안 상담을 해 오면서 느낀 건, 스스로 전공을 선택해서 온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 사이에는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스스로 전공을 선택한 경우, 해당 전공에서 무엇을 배우고 졸업 후 어떤 진로로 나아갈 수 있을지 조사한 경우가 많다. 이러한 과정은 학생들로 하여금 자연스레 미래에 대한 자아상('나는 졸업 후 어떤 사람이 될까?')을 그리게 하는 단서를 제공한다. 미래에 대한 자아상이 그려지면 현재의 자신의 모습과 비교하게 되고, 그 간격을 좁히기 위해 학업에 열중하고, 대외활동에도 도전하게 된다. 즉, 학습 동기를 유발하는 것이다. 이러한 경우, 대개 간격을 좁혀가는 과정에서 도움이 필요할 때 상담에 오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그러나 누군가가 전공을 선택해 준 경우, 학생들은 해당 전공에서 많은 어려움을 경험할 수 있다. 가장 많이 본 것은 전공과목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전공과목에서 흥미를 느끼지 못하니 자연스레 학습 의욕이 떨어지고 성적은 하락하게 된다. 이러한 굴레가 반복되면 학생은 견디다 못해 상담실에 찾아오게 된다.

성적에 맞춰 오거나 타인이 전공을 선택했다고 해서 모두 적응을 못하는 것은 아니다. 막상 들어와보니 전공과목이 의외로 자신과 잘 맞아 적응을 잘 한 사례도 있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주체성(agency)이 드러나는 것이냐이다. 주체성이란 누군가에 의해서가 아닌 스스로 하는 것을 의미한다. 담임 선생님이 전공을 추천해서 입학했다 하더라도, 조금이라도 흥미 있는 과목이 있다면 개인 시간에 궁금했던 점을 더 찾아본다던가, 관련된 활동을 해본다던가 등 스스로 무언가 해보는 시도가 중요하다.


정체성 이론에서는 대학생 시기인 성인진입기(emerging adulthood)의 중요한 발달 과업으로서 주체성과 관계성의 조화를 제시한다. 학창 시절까지는 부모의 보호 아래 관계성(타인과의 조화로운 관계를 중요시하는 것, 타인의 의견을 따르는 것 등)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그러나 청년들은 점차적으로 부모로부터 심리적 독립을 하고 주체성을 키워나간다. 우리나라는 부모의 보호 아래 성장하는 청년이 30대 중후반까지 있을 만큼, 성인진입기가 매우 긴 특징을 보이기 때문에, 주체성과 관계성의 조화가 특히 어려울 수 있다.


여하튼 전공을 어떻게 선택했는지에 대한 학생의 대답을 들어보면 주체성과 관계성이 드러난다. 그리고 학생이 어떤 강점과 자원, 장벽을 지니고 있는지 많은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어떤 학생은 자신이 정말 진학하길 원했던 학과를 말해주기도 한다. 학생이 지닌 소중한 꿈에 대해 이야기를 듣다 보면, 학생의 주체성을 느낄 수 있다. 이러한 주체성이 현재 학과에서도 발휘된 적이 있는지 혹은 발휘할 수 있을지, 그렇지 않다면 전과나 복수전공/부전공은 어떨지 등등 상담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힌트가 된다.


따라서 진로상담 첫 시간에는 학생의 전공 선택 이유에 대해 시간을 두고 많은 대화를 해보길 추천한다. 이 과정에서 학생의 삶의 발자취를 엿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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