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작 사랑, 무려 사랑

<사랑, 참 어렵다>

by 태을



우리가 머물렀던 그 시간

거리는 조용했다.

너와 함께 발맞춰 걷는 밤은 행복했고,

한껏 차려입은 모습은 즐거웠지,

빰을 휘감는 차가운 밤공기는 완벽했다.







간간히 뿜어내는 가게 조명들을 비껴

고즈넉한 숨소리를 보이는 거리의 끝자락을 스쳐

익숙한 골목으로 너를 이끌던 밤.


몇 안 되는 의자와 적당한 조명, 그곳의 눅진한 향은

너를 이끌던 나에게 맞혀 제법 분위기로 취해주었다.


따뜻한 국물은 찬 기온에 언 몸을 녹여주었고

차가운 술은 몽글몽글한 내 마음을 한층 더

뜨겁게 했다.







너를 만나고 네가 내 일상에 들어온 지 십 년

처음 나를 보며 웃어주던 너의 순간도,

멀리 가는 널 보며 눈물짓던 날 안아주던 너의 순간도,

먼 거리를 달려와 함께한 너의 순간도,


그리하여


행복으로 가슴이 벅찼던 나의 순간도,

때론 하루가 일 년처럼 멈춰 아파했던 나의 순간도,

더러는 비껴가고 싶을 만큼 미웠던 나의 순간도,

어쩜, 그날의 그 시간이 우리의 낭만이었을 수도.


항상 그 자리에 있어줬던 십 년의 시간이 고맙다는

나에게

내 이름 불러주며 옆에 있어줬던 십 년이 고맙다고

너에게

우리만의 스토리를 꺼내 들고 다정히 어깨를 '툭'

마주했다.






시간은 젖은 낙엽처럼 현실에 붙어 있지만 난,

그때의 온도, 그 순간의 대화, 네가 입었던 옷 색깔,

말투 표정 하나하나까지도 선명하다.

처음의 인사가 내가 아니었다면 그 순간의 눈 마주침이 우리가 아니었다면 오늘의 우리는 그 시간을 비껴 모르게 살아왔을까?


길모퉁이를 돌면 언제나 네가 달려와 서 있을 것 같은

그리움에 파란 하늘이 뿌옇도록 코끝이 시큰하기도 한 나의 러브 스토리.


각자의 다른 시간 속에서 다른 'S#'으로 살아가고 있어도 매 계절 우리의 독립영화를 만드는 우리의 러브 스토리.


시시한 첫 대사가 ‘ Happy New Year’ 이어도

두 번째 대사가 ‘Happy birthday.’이라고 해도

나에게 찾아올 매년의 계절을 언제까지 반갑게 안녕하며 맞이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