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참 어렵다.>
"선생님 고등학교 때 연애 해보셨어요"
"응, 고3 끄트머리에"
"왜 연애해 보게"
"좋아하는 애가 있는데, 고백해 보려고요"
이제 막 고2라는 힘겨움을 등에 업고 열심히 수능을 향해 달려가야 하는 나의 어린 제자가 꽃잎이 휘날리는 이 봄에 오랫동안 고민하다 자기의 마음을 드러내려고 수줍음을 피운다.
"어떤 친구데"
"사실 좋아한 지 일 년이 됐어요"
"짝사랑이었어?"
"근데 친하게 지내요"
"그 친구는 모르고?"
"말 걸고 친하게 지낸 지 얼마 안 돼서..."
꼬박 일 년의 마음을 품고 있다 느닷없이 고백하려니 선뜻 용기가 나지 않나 보다.
"1학년 때 같은 반 친구였니?"
"아뇨, 1학년 처음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알게 된 친구예요"
"같은 동아리구나"
"그게......."
"같은 동아리는 아니었고 처음 고등학생 되고 동아리 활동 시작 할 때 딱 지금쯤 날씨였는 돼요. 제가 시간이남아서 운동장 계단에 앉아 있었단 말이에요"
"그때 날씨가 정말 좋았고 지금처럼 벚꽃이 활짝 피어 있었는데"
"그 친구가 보였어요. 흣흣"
그리고는 맑아게 웃는 나의 어린 제자는 어느덧 그때의 시간 속으로 들어가 있었다. 상기된 웃음은 열어둔 창으로 불어오는 봄바람처럼 너울거린다.
"벚꽃 아래에 '딱' 그 친구가 '반짝' 하면서 보였다는 거지"
"네~"
“오~~~멋진데“
듣고 있던 나는 마치 처음 연애소설을 접한 그때처럼 호기심으로 빠작 몸을 당겨 그다음의 상황을 재촉했다
"그렇게 오랜 시간을 그 친구는 몰랐을까?"
"아마 몰랐을걸요, 아니다 알 수도..."
"제가 그 친구 한테만 잘해 좋으니까 알 수도 있겠네요"
"그럼 그 친구가 되게 답답했겠다. '아, 나를 좋아하는 것 같은데 왜 사귀자고 안 하지?'라고 말이야"
"근데 친해진지 얼마 안 돼서 아마 모르고 있을 가능성이 커요"
갈팡질팡의 마음 또한 좋은가보다. 연신 웃음이 떠나지 않은 그 녀석만이 가지고 있는 부드러움으로 얼굴 가득 행복이 떠나지 않는다.
"자고로 재채기랑 사랑은 숨길 수 없단다."
"너는 티 안 나게 행동했었다고 해도 아마 어딘가에서 너의 마음이 '툭' 나왔을걸"
"어떻게 말해야 할지 고민이에요"
“요새 이 생각으로 온통 공부가 안되요. 으~아악!“
"정면 승부지!!"
"너 좋아한다. 우리 사귀자"
"요즘 고딩들은 빼는 거 없이 직진이라며"
말해놓고 나니 내가 꽤나 멋없는 어른처럼 느껴졌다. '그냥 직진이라니' 내 안에 낭만이 외출이라도 한 것인지 이런 시시한 표현으로 내 어린 제자의 고백을 망칠 수는 없었다.
"내가 그 친구를 보지 못해서 성격이 어떤지 모르겠지만"
"그 대신 너를 알잖아, 너라면 그 친구도 좋다고 할 거야 분명"
"선생님이 열여덟로 돌아가서 고백받는다면 너무 행복할 것 같은데"
소중한 너의 이름으로 너의 마음으로 순순하게 고백해보렴. 어른들의 무겁고도 진부함은 빼고 너희들의 상큼함과 발랄함으로 너의 웃음을 보여주렴. 불현듯 고등학교 끝자락의 나의 풋풋했던 사랑이 떠올랐다. 고백을 듣던 날 난 어떤 얼굴을 하고 있었는지, 몽글몽글했던 부끄러움에 눈 마주치지 못하고 아마 딴짓을 했었던 것 같기도.
"잘 안될 수도 있어요"
"그러면 좀 마음이 아프겠죠?"
두 손바닥을 가슴에 얹고는 제법 애달프게 웃음 띤 얼굴로 쓰러져본다. 딴에는 몹시 진지할 텐데 난 그 모습이 왜, 사랑스럽고 귀여운 건지 흣흣
"그럼 선생님한테 달려와서 '울어'~~~크크크"
"술 한잔은 못 사주니까 진하고 쓴 커피 한잔은 사줄게. "
"좋습니다. 커피숍 예악해두시죠. 크크크"
열여덟, 그때만 알 수 있던 이야기가 있다. 소녀, 소년의 얼굴을 하고 어설픈 어른의 행동을 했던 그때 그 시절. 마음앓이로 몸살을 겪고 훗날의 사랑 앞에서 웃을수 있는 다시는 올 수 없는 순순한 이야기.
첫사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