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모든 날들- 일곱 번째 날
한바탕 앓고 나신 엄마가 입맛이 없으시단다. 정확한 배꼽시계를 가진 엄마의 식사 시간은 엄격하리만큼 중요하다. 자칫 때를 놓치기라도 하면 귀여우리만큼 살짝 날카로워지신다.
나와는 다르다. 나는 삼시 세끼의 개념은 없다. 배가 고프면 먹고 그렇지 않으면 하루 한 끼도 먹지 않은 적도 많다. 그것이 꼭 쌀밥일 필요 또한 내게는 없다.
엄마의 밥상은 늘 끼니때마다 반찬이 한가득이고 찌개나 국은 있어야 하다. 2번 이상 식탁에 오른 반찬들은 어김없이 정리가 된다. 한 끼를 먹어도 잘 먹어야 한다는 한국인의 밥심을 늘 강조하셨다.
우리 동네는 금요일마다 장이 들어선다. 제법 규모가 크다. 규모가 큰 만큼 볼거리도 다양하다. 시간이 지날수록 늘어나는 노상의 가게들로 아파트 앞 일 때는 장사진을 이룬다. 그것 또한 금요일만이 볼 수 있는 정겨운 행사가 되었다. 마트가 편해진 일상에서 재래식 시장은 내게 무슨 관광지 마냥 신기한 곳이 되어버렸다.
이런 곳을 엄마는 매주 가신다. 마트장을 안 보시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마트에서는 느낄 수 없는 ‘덤’이라는 것 ‘정’이라는 것이 있다고 하신다. 마트행사의 주 메뉴인 1+1이라는 것과 다른 정겨운 실랑이가 있고, 그 옛날 추억이 있다시며 오늘도 장바구니를 챙기신다.
엄마의 금요장은 어린 시절, 엄마의 엄마인 외할머니 손잡고 한 손에 하얀 추억의 가루가 묻었던 엿가락이고, 뻥이요 하는 뻥튀기 아저씨의 구수하고도 투박한 목소리다. 금요장 곳곳을 돌아보시는 발걸음에는 분명 어린 단발머리 곱게 넘긴 당신의 모습도 있을게다. 그리고 엄마의 엄마인 외할머니도 그곳에 계시겠지.
사 오시는 물건들은 대게 채소와 과일이다. 솜씨 좋은 어느 아주머니가 선보이시는 밑반찬들도 있다. 장에서 사야 물건이 싱싱하다고 하신다. 이건 엄마만의 지극히 주관적 해석이다. 아마도 '덤'에 후한 인심을 주시는 것 같다.
“엄마 요즘 마트에서도 싱싱해”
“주말에 마트에 가서 장 봐요”라고 해도 기어이 아픈 무릎을 끌고 다녀오겠단다. 장을 한 바퀴 돌아 물건을 사신고 난 후, 분명 내게 무겁다며 짐 들고 가라고 전화하실 것이다. 늘 있는 레퍼토리다.
'오늘도 엄마의 고집에 나도 모르겠다.'
오늘도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