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내적 글쓰기를 하는 이유

<장기기억화>

by 태을




새로운 달의 시작이다. 어김없이 봄바람이 불고 기특한 계절은 꽃을 피웠다.


무엇이든 해보자는 각오로 '닥치고 읽자'를 실천하면서 그것에 숙제와도 같은 쓰기 또한 게을리하지 않았다. 브런치 작가 승인은 나를 바쁘게 했다. 나의 글을 적어낸다는 것은 나의 생각을 드러내는 것이어서 조금은 쑥스럽고도 조금은 짜릿하기도 했다. 새로운 여행을 하는 기분이라고 할까.




왜 글을 쓰는 것인가?




글쓰기에는 마음을 부지런하게 만드는 속성이 있기 때문이다. 종종 게으른 마음의 상태일 때 그래서 무언가를 아무렇지 않게 대충보고, 누군가에 대해 빠르게 판단하고, 혹은 무엇가에 대해 함부로 단정 짓는 경험이 있다. 하지만 글을 쓰다 보면 어쩔 수 없이 부지런해지는 마음에 무심히 지나쳤던 것도 유심히 다시 보고, 머물러 있었던 감정의 동요로 세상을 그리게 된다.


덮여 있던 눈을 씻고 다시금 세상을 보게 되는 작업과 비슷한 것 같다. 그래서 끄적끄적 무엇이든 적으려 하는 것 같다. 그 공간이 이곳 브런치든 나의 지극한 개인 일기장이든 오늘의 장면과 오늘의 대화를 복기해 보는 과정이고 돌아봄의 미덕으로 행해지는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쓰기란 결국 아쉬움의 행위가 아닌가 생각했다. 필요한 말을 제때 못 했다는 아쉬움, 좋은 생각이 이제야 생각났다는 아쉬움, 혹은 반성의 시간으로 '나는 왜 이렇지'라는 자기 스스로에 대한 아쉬움, 이렇듯 온통이 아쉬움에 대한 작업이 아닐까 한다.


또 이럴 때도 있지 않은가. 굉장히 찰나의 아름다운 순간들이 삶에서 무수히 지나가기도 한다. 너무 감사한 일을 겪을 때, 너무 감탄스러운 상대를 만나고 난 후 그 순간을 그냥 흘러 보내기 아쉽다는 마음이, 그냥 잊힐까 동동거리는 마음이 들 때도 있다. 그 순간을 나 혼자 알기에는 아깝다는 마음말이다.


이렇게 정확하고 오랫동안 보존하고 싶은 이야기가 우리는 분명히 있다.


모든 것이 지나간 삶에서 무엇가를 잠시 붙들어보고 가능하면 복구해 보려는 그런 시도가 글쓰기인 것 같다. 그런 순간을, 그 이야기를 말로 하면 그것으로 휘발되어 버리지만 그것을 글로 기록하면 그 이야기는 긴 수명을 가진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우리는 다른 사람이 쓴 글뿐만 아니라 자기가 쓴 글에서도 스스로에게 많은 영향을 미치게 한다. 자주 쓰다 보면 무심히 지나칠법한 장면도, 대화도 잘 기억하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그리하여 오늘도 나의 글을 써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