퀄컴, 특허 경영으로 세상을 지배하다

by 김태수 변리사

퀄컴 Qualcomm은 1985년 설립되어 CDMACode Division Multiple Access 기술을 상용화한 회사입니다. 특히 우리나라는 1996년 원천기술을 보유한 퀄컴과 기술제휴를 통해 CDMA를 세계 최초로 상용화하는데 성공하였는데, 그 중심에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이 있었습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은 퀄컴에 연구개발비로 120억원을 제공했다고 합니다. 이에 대한 대가로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은 퀄컴이 한국 제조업체로부터 받는 로열티의 20%를 받기로 합의하였으며, 이를 계기로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은 우리나라에서 독보적인 특허 로열티 수익을 올릴 수 있었습니다.


퀄컴은 혁신 기업으로서 자신의 아이디어를 특허로 보호한 채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세상에 선보였습니다. 그러나 초창기의 퀄컴은 CDMA 기술을 개발하였지만 자신의 비즈니스 모델을 결정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독보적인 CDMA 기술을 확보하고 있었기 때문에 라이선스 업체가 될 수도 있었으며, 직접 제품을 생산할 수도 있었습니다. 일반적으로 벤처 기업이 대기업들과 경쟁하기 위해 제품을 생산하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많은 자본을 투자해야 하며, 재고관리 등 리스크가 크기 때문입니다. 퀄컴에게 CDMA 기술이 적용된 휴대폰이나 네트워크 장비의 제조는 실로 엄청난 자본을 투입해야 하는 일이었습니다.


퀄컴 모바일 모뎀 칩.PNG


퀄컴은 기술 확산을 위하여 특허권 라이선스와 제품 생산을 적절히 배합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결국 퀄컴은 특허권 라이선스 사업과 함께 CDMA를 구성하는 핵심 제품을 생산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그렇다고 퀄컴이 직접 모뎀 칩을 제조하는 것이 아니라 CDMA 신호처리를 담당하는 반도체 칩을 설계하고, 외부 파운드리 업체에 반도체 칩의 생산을 맡기는 방식이었습니다.


다음과 같이, 퀄컴은 벤처 기업에 적합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었습니다. 반도체 칩을 제조업체에 판매하여 기술을 확산시키는 동시에, 특허권을 활용하여 제조업체로부터 특허 로열티를 받는 방식입니다. 크게 보면 이 비즈니스 모델의 핵심은 제조업체로부터 나온 수익을 다시 연구개발에 투자하여 기술 주도권을 놓치지 않는 전략입니다.


퀄컴의 비즈니스 모델.PNG


퀄컴은 CDMA에 대한 특허권에 대한 로열티로 휴대폰 판매가의 5%를 제조업체로부터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특허 로열티 수입은 2006년 27억 달러 수준으로 퀄컴 순이익의 37% 정도였다고 합니다. 퀄컴이 이렇게 높은 특허 로열티를 받는 것은 CDMA에 대한 특허권을 대부분 소유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퀄컴의 비즈니스 모델인 ‘특허 경영’은 우리에게 왜 필요할까요? 우리가 상식적으로 잘 알고 있는 것처럼, 농업 시대에는 토지가 중요한 요소이기에 영토를 확장하기 위한 전쟁이 빈번했습니다. 산업 시대에는 자본과 노동력이 경제성장의 중요한 요소였지요. 하지만 오늘날 지식경제 시대에는 지식과 혁신이 경제성장을 이끌고 있습니다. 지식경제 시대에 혁신은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하며, 아이디어를 지식재산권으로 보호함으로써 경쟁력을 지켜 냅니다. 세상이 이미 바뀌었습니다.


현재의 상황에서 우리나라는 제조업 중심의 산업구조를 탈피해야 할 시점입니다. 미국은 제조업이 일본, 한국, 중국과 경쟁하기 어렵다는 것을 알고, 친특허(pro-patent) 정책을 펼쳤습니다. 즉, 퀄컴처럼 제품을 생산하는 것보다는 특허권 또는 지식재산권을 통하여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려 했습니다. 우리나라는 일본의 제조 경쟁력을 넘어서며 승승장구하였지만, 이제는 한국의 제조업이 중국의 무서운 추격을 받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제조업 중 경쟁우위를 지킬 수 있는 부분을 제외하더라도, 미국이 그랬던 것처럼 특허와 지식재산을 중시하는 정책과 경영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특허를 중시하는 경영, 즉 ‘특허 경영’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특허 경영이란, 기업의 이익을 위하여 특허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라고 정의할 수 있습니다. 즉, 특허권을 통하여 기업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경영 방식입니다.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특허권으로 보호하고, 특허권을 이용하여 로열티 수입을 확보하고 로열티 수입은 다시 연구개발에 투입하여 기술 주도권을 놓치지 않는 전략입니다. 이는 앞에서 설명한 퀄컴의 비즈니스 모델과 유사합니다. 그렇다고 특허 경영이 반드시 로열티 수입으로 인한 이익으로 한정되는 것만은 아닙니다. 특허권에 의한 시장의 독점, 시장에서 우위성 유지, 비즈니스 보호 및 협력 등 다양한 형태로 기업의 경쟁력을 향상시킵니다.


특허 경영은 지식재산 경영으로 확장될 수 있습니다. 연구개발 단계에서 특허가 창출되고, 제품 생산단계에서 디자인이 확정되며, 제품 판매를 위하여 브랜드가 필요합니다. 특허권, 디자인권, 상표권이 기업의 지식재산 경영에 활용되고 그 수익은 연구개발에 재투입됩니다. 더 나아가 영업비밀, 저작권, 트레이드 드레스(코카콜라 병과 같이 상품의 고유한 외관 이미지) 등도 지식재산 경영에 이용됩니다.


지식재산 경영.PNG


이제 지식재산권에서 발생한 수익을 연구개발에 투자하여, 한국 기업이 기술 주도권을 놓치지 않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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