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우깡, 새우로 만든 과자라는 뜻인가, 브랜드인가(2)

 상품에 대해 알아보았으니 이제 다시 ‘식별할 수 있는 힘’에 대해 이야기하겠습니다. 누군가 ‘사과’라는 상품에 대해 ‘애플’이라는 상표권을 독점하도록 허용할 수는 없습니다 ‘사과’를 ‘애플’이라고 부르지 못하는 일이 발생하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만일 ‘컴퓨터’라는 상품에 ‘애플’이라는 상표를 누군가 사용하겠다고 하면 이것은 다른 이야기가 됩니다. ‘컴퓨터’의 브랜드로 ‘애플’을 누군가 독점하더라도 다른 사람에게 피해가 가지 않기 때문입니다.

 ‘새우깡’은 식별할 수 있는 힘이 있을까요? ‘새우깡’에서 ‘새우’는 과자를 새우로 만들었다는 것을 설명하며, ‘깡’은 과자류에서 관용적으로 사용되는 것입니다. 결국 ‘새우깡’은 기본적으로 ‘새우로 만든 과자’라는 뜻으로 사용되어 상표로서 식별할 수 있는 힘이 없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농심이 ‘새우깡’을 1973년 상표로 등록하고 오랫동안 사용하여, 이제 ‘새우깡’이라고 하면 ‘농심의 새우깡’이라고 사람들이 인식한다는 점입니다. 1990년 대법원(90후38)은 농심이 ‘손이 가요. 손이 가. 새우깡에 손이 가요‘라는 CM송으로 광고한 사실과 오랫동안 농심이 상표를 사용하여 소비자에게 널리 인식된 점을 들어, ‘새우깡’은 새우로 만든 과자라는 의미를 넘어 ‘농심의 새우깡’으로 인식되는 ‘상표로서 식별할 수 있는 힘’이 있다고 하였습니다. 즉, ‘삼양 새우깡’이라는 상표에서 ‘새우깡’은 농심이 소유하고 있는 상표와 유사하므로 등록받을 수 없게 된 것입니다. 다만 삼양식품은 새우로 만든 과자에 ‘새우깡’이 아닌 다른 상표를 사용하면서 과자 뒷면에 ‘새우로만든 과자’를 설명하기 위해서 ‘새우깡’이라고 표시하는 것은 문제되지 않을 듯합니다.

 ‘새우깡’이 상표로서 식별할 수 있는 힘이 없다고 했다가 결국에는 식별할 수 있는 힘이 있다고 하니 참으로 헷갈립니다. 정확한 이해를 위하여 상표의 ‘식별할 수 있는 힘’이 강해질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특허청 심사 기준의 예시를 통해 식별력에 따른 상표의 구분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상품이 ‘캔디’인 경우를 기준으로 설명합니다. 가장 식별할 수 있는 힘이 없는 상표는 보통명칭 상표입니다. 상품이 ‘캔디’인데 그 명칭인 ‘CANDY’를 상표로 선택한다면 식별할 수 있는 힘이 없다는 이유로 등록받을 수 없습니다. 이러한 상표는 자기 상품과 타인의 상품을 구별하게 해줄 수 없으며, 특정인이 독점하는 것이 적합하지 않습니다. 보통 사람들은 상품의 특성을 직접적으로 설명해주는 상표를 자신이 갖고 싶어 합니다. 이렇게 상품의 성질을 표시하는 상표를 ‘성질표시상표’ 또는 ‘기술적 상표’라고 합니다. ‘성질표시 상표’가 자주 문제되는 이유는 다른 사람이 상품을 설명하는 상표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고 싶은 심리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상품이 ‘캔디’인데 ‘SWEET’를 상표로 선택한다면 원칙적으로 등록 받을 수 없습니다. ‘캔디’가 달콤하다는 문구를 특정인만 상표로 사용하도록 허용할 수 없다는 이유입니다.

 만일 상품의 성질을 직접 설명하지 않고 간접적으로 암시하는 정도의 상표라면 식별할 수 있는 힘이 있으므로 등록 받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상품이 ‘캔디’인데 ‘SWEETARTS’라는 상표를 선택했다면 등록 받을 수 있습니다. ‘SWEET’라는 상표와 다르게 ‘SWEETARTS’는 식별할 수 있는 힘이 있다고 여기기 때문입니다. ‘성질표시 상표’인지 ‘암시적 상표’인지 경계가 애매한 경우가 많은 편입니다. 더 나아가 상품과 관련이 없는 용어를 상표로 선택한다면 상표 등록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를 ‘임의선택 상표’라고 합니다. 예를 들어 상품이 ‘캔디’인데 ‘PRINCE’라는 상표를 선택한다면 식별할 수 있는 힘을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더 강력한 상표는 세상에 없던 용어를 만드는 것입니다. ‘창작 상표’ 또는 ‘조어 상표’라고 합니다. 예를 들어 상품이 ‘캔디’인데 세상에 없던 용어인 ‘HONIVAL’를 상표로 선택한다면 식별할 수 있는 힘이 강력하여 등록이 가능합니다.

- 디자인 모방품 때문에 고민입니다(김태수, 북랩, 2020)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