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구선생의 일필휘지 Feb 26. 2024

품을 줄 아는 사람이 리더다.

손흥민의 사례로 바라본 리더의 포용력

2024년 아시안컵은 많은 문제와 우려를 만들어낸 '역대 최악의 아시안컵'으로 기록될 것 같다. 당초 대한민국 대표팀은 역사상 가장 뛰어난 선수 구성으로 65년 만에 아시안컵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릴 것으로 기대되었으나, 감독의 리더십 부재, 선수들 간의 불화, 협회의 무책임한 처사 등으로 기대했던 우승은 물론이고, 팀 내분까지 겪으면서 많은 축구 팬들과 국민들에게 실망과 걱정만 남긴 대회로 마무리되었다.


특히 대표팀의 수많은 악재들 중에서 국민들에게 가장 성난 반응과 질타를 받은 것 중에 하나의 사건은 바로 '주장 손흥민과 막내 이강인의 몸싸움'이었다. 아직까지도 정확한 사건의 내용은 밝혀지지 않았으나, 4강전을 앞두고 팀 원들 간의 화합과 파이팅을 다지는 저녁 식사 시간에 탁구를 치기 위해 자리를 비운 막내 이강인과 그의 행동을 제지하기 위한 주장 손흥민 간에 설전과 몸싸움이 최악의 팀 분위기를 만들었다.


그 과정에서 손흥민은 손가락이 탈구되는 부상을 입었고, 팀의 고참급 선수들은 클린스만 감독에게 이강인을 선발 명단에서 제외해 줄 것으로 요청하는 등 대표팀의 분위기는 최악으로 치닫았고, 그 결과 4강전 '유효 슈팅 0개' 경기라는 굴욕적인 패배를 기록했다.


많은 국민들은 손흥민과 이강인의 몸싸움과 관련해서 '9살 차이가 나는 후배 이강인이 선배 손흥민에게 선을 넘는 잘못을 했다', '손흥민이 리더십이 없었다' 등 양 선수를 모두 비난하는 분위기 속에서 대표팀 구성원은 물론이고 협회 관계자들 모두 그런 사건이 있었다는 사실만 인정할 뿐 아무도 명확하게 설명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 과정에서 국민들은 손흥민을 비난하는 사람, 이강인을 비난하는 사람 등으로 나뉘며, 그 두 선수는 누구보다 힘든 시기를 겪게 되었다. 특히 이강인은 국민 정서상 어린 선수가 팀의 주장에게 대들었다는 이유로 강한 비난을 받았다.


"한 번만 너그러운 마음으로 용서해 주세요. 대표팀 주장으로서 꼭! 부탁드립니다."


그런 와중에 팀의 주장 손흥민은 이강인 선수를 용서해 달라는 게시물을 자신의 SNS에 올렸다. 막내 이강인이 영국 런던으로 날아가 캡틴 손흥민에게 용서를 구했기 때문이다. 이강인은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며, 앞으로 좋은 선수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어쨌든 다행이었다. 이런 갈등은 발생한 즉시 봉합되었으면 더 좋았겠지만 지금이라도 두 선수가 화해의 악수를 하고 미래를 함께 이야기하기 시작한 것은 바람직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할 수 있는 것이고, 중요한 것은 그런 실수를 다시는 반복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애초에 잘못을 하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하지만 말이다).


필자는 이 사건에서 손흥민이 갈등이 있었던 당일에도 먼저 이강인에게 '대회만 생각하자!'라고 먼저 손을 내밀었던 것과 두 선수의 갈등이 대중들에게 알려진 후에는 이강인을 용서해 줄 것을 간곡히 요청하는 것을 보면서 손흥민은 남의 허물과 잘못도 품어줄 수 있는 그릇을 가진 리더라고 생각했다.


우리 주변에서도 리더와 팔로워 간에 트러블이 생기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우리나라는 나이나 서열에 의해 상하 관계가 설정되는 특성이 강한 편이다. 그리고 그런 상황에서는 대부분 팔로워가 자신의 뜻을 굽히거나 사과하지 않으면 갈등의 시간이 길어지는 경우가 많다.


이런 식으로라도 갈등이 종료가 되면 다행이다. 정말 최악의 상황은 리더가 그 구성원을 '나에게 대들었던 나쁜 녀석'으로 낙인찍고, 사사건건 그 구성원을 부정적인 인물로 폄하하는 것이다. 그런 상황은 리더와 해당 구성원뿐만 아니라 조직 구성원 전체가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게 표현하지 못하는 억압된 상황을 만들게 된다.


리더는 이런 상황일수록 개인의 감정을 뒤로하고, 조직의 리더로서 해당 구성원뿐만 아니라 조직 구성원 전체가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갈등 관리를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리더 개인으로서는 많이 마음이 상하고 부정적인 생각이 들더라도, 본인은 조직의 리더이기에 손흥민처럼 과거의 갈등을 빠르게 봉합하고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손을 내밀 줄 알아야 하는 것이다.


리더와 구성원은 경쟁의 관계가 아니다. 그리고 리더가 구성원을 제압하고 자신의 뜻대로 조직을 운영하는 것이 리더십이 아니다. 리더는 조직의 긍정적인 모습을 위해 때로는 구성원의 잘못도 품어줄 수 있는 아량이 있어야 한다. 갈등이 발생했을 때, 먼저 손을 내밀고 빠르게 갈등 상황을 봉합할 수 있는 것은 리더에게 주어진 고유 권한이며, 리더는 그 권한을 활용할 줄 알아야 한다.


이번 손흥민과 이강인의 갈등 상황을 보면서 우리 주변에도 손흥민처럼 넓은 마음으로 구성원의 잘못을 포용할 수 있는 '어른스러운 리더'들이 많아지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매거진의 이전글 리더십 없는 리더를 경계하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