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경기장을 떠나버린 호날두 vs 뜨거운 눈물 흘린 김진수
조직 내에서 리더란 공식적으로 직책을 수행하는 사람이기도 하지만, 반면에 직책을 갖고 있지는 않지만 팀과 구성원들을 하나로 만들고 승리를 이끄는 비공식적인 리더도 존재한다. 오늘은 진정한 리더란 직책이 아니라 팀과 구성원들을 하나로 뭉치고 서로를 신뢰할 수 있게 하는 역할이라는 것을 강조하고자 한다.
메시와 함께 세계 축구계를 양분했던 포르투갈의 축구 스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그는 메시와 함께 유이한 '신계(神界)'의 선수라고 불렸다. 그러나 그는 2022년 카타르 월드컵을 앞두고 개인적인 사정 (쌍둥이 아들의 사망)과 소속팀 감독과의 불화로 두 달 가까이 훈련을 하지 못한 채 월드컵을 맞이하게 되었다.
당시 포르투갈의 감독인 산투스 감독은 팀의 에이스이지만 경기를 뛸 준비가 되지 않은 호날두의 선발 출전 기회를 박탈했다. 이 사실은 선수 본인에게는 물론이고 세계 축구 팬들 모두에게도 충격이었다. 호날두가 포르투갈 대표팀에서 활약하기 시작한 2008년 이후에 대표팀 선발 라인업에서 빠진 것은 14년 만의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호날두는 경기에 출전하지 못하는 것과 별개로 대회 기간 동안 바람직하지 못한 행동들로 많은 이들에게 실망감을 주었다. 그는 여전히 포르투갈의 캡틴이었으며, 선수단의 중심으로서 다른 선수들이 경기에 몰입하고 승리할 수 있도록 독려하는 구심점 역할을 해줬어야 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이 선발진에서 빠지고 경기 중 일부 시간에만 출전 기회가 주어지는 상황에 노골적으로 불만을 나타내며 리더잡지 못한 행동들을 했다.
그는 16강전 스위스전에서 자신이 없는 상황에서 팀이 6-1로 대승했을 때도 팀 구성원들과 승리의 기쁨을 함께하지 않았고, 8강전 모로코 전에서 아쉽게 패배했을 때에도 구성원들을 위로하거나 함께 슬퍼하지 않고 경기장을 가장 먼저 빠져나가는 등 리더로서 아쉬운 모습을 보여준 것이었다. 그는 37세의 베테랑 선수였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화려한 무대에서 중심이 되고자 했을 뿐, 팀과 동료들은 안중에 없었던 것 같다.
2024년 카타르 아시안컵은 대한민국 국민과 축구팬들에게 실망과 아쉬움이 가득한 대회였다. 대표팀 구성원 모두가 같은 감정을 느꼈겠지만, 대한민국 대표팀의 레프트백 김진수에게는 더욱 아쉬운 대회가 되었다.
그는 강인한 체력을 바탕으로 수비수임에도 적극적으로 공격에 가담하는 위협적인 레프트백이었다. 비록 대회를 앞두고 근육 부상을 당했으나 아시안컵에 정상적으로 출전하기 위해 메디컬 팀과 함께 구슬땀을 흘렸으며, 그 결과 대회 시작과 함께 경기에 뛸 수 있는 컨디션을 되찾게 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대한민국 대표팀의 클린스만 감독은 모두의 기대와는 다르게 김진수 대신 다른 선수를 선발로 중용했다. 김진수는 자신의 3번째이자 32세로서 어쩌면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아시안컵에서 최고의 모습을 보이고 싶었으나 그에게 주어진 출전 시간은 조별 예선 3차전 말레이시아전에서의 30분이 전부였다.
그는 그에게 주어진 현실을 받아들이기 힘들었으나, 동갑내기 친구인 주장 손흥민을 도와 팀이 승리할 수 있도록 자신의 역할을 다했다. 그는 대회 이전부터 많은 이들에게 지적된 온 클린스만의 전술 부재의 어려움을 극복하고자 자신의 경험과 노하우를 경기를 뛰고 있는 선수들에게 전수했고, 실제로 경기장 사이드 라인 부근에서 선수들을 독려하고 함께 호흡하며 팀의 승리를 위해 노력했다.
요르단과의 4강전, 대한민국 대표팀은 모두의 예상과는 다르게 0:2로 패배하며 64년 만의 아시안컵 우승에 실패하던 순간 김진수는 누구보다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어쩌면 자신의 마지막 아시안컵이 될 수 있는 대회에서 멋지게 대회를 마무리하고 팬들에게 감사 인사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4강전 요르단전이 끝난 후 경기장을 빠져나가며, 그는 자신의 눈물에 대해 "이유가 뭐든 간에 내가 경기를 나가지 못하는 상황이었고, 어떻게든 고참으로서 좀 도움이 되려고 할 수 있는 걸 최선을 다했었는데 여러 가지 감정들이 많이 있었던 거 같다"라며 아쉬운 감정을 나타냈다.
대회가 끝난 후에 밝혀진 사실에 의하면, 그는 "말레이시아전 이후 단 한 번도 아팠던 적은 없다. 많은 분들이 오해를 하시더라. 아프냐고 연락이 많이 왔다. 몸상태가 나쁘지 않았다."라고 당시의 상황을 밝히며, "물론 내가 뛰었다고 결과가 달라질 것이라 생각하지는 않는다"라면서 팀에게 쏟아질 수 있는 비판을 사전에 막아내고자 하는 성숙한 리더의 모습을 보여줬다.
리더는 팀의 승리를 위해 가장 최전선에서 노력해야 하는 존재이다. 흔히 리더는 직책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지만, 우리는 역사적으로나 경험적으로 직책은 갖고 있되 역할은 제대로 하지 않는 리더들을 심심치 않게 목격했다. 그런 리더들은 책임과 의무보다는 직책에서 나오는 권력과 권한에만 심취하거나, 때로는 자신의 역할을 망각하는 등 좋지 않은 모습들을 보여주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리더는 직책 이전에 자신의 역할을 해줘야 하는 사람이다. 오늘 이야기했던 김진수 선수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축구스타인 손흥민을 리더이자 친구로 지근거리에 함께하면서, 자신은 비록 경기에 나서지 못했지만 팀의 승리를 위해 팀의 비공식 리더로서 최선을 다했다. 반면에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선수는 자신이 과거처럼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는 에이스 역할의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리더로서의 역할을 소홀하고 팀 분위기를 망치는 등의 안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캡틴 호날두는 팀의 공식적인 리더였고, 김진수는 아무런 직책을 갖지 않은 비공식 리더였다. 그러나 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위해 그리고 팀의 승리를 위해 노력했던 사람은 누구인가? 우리는 두 선수의 사례를 통해서 리더는 직책이 아니라 조직의 승리를 위해 진정으로 자신의 역할을 다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