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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선생 May 09. 2024

투헬의 소통 방식이 아쉽다.

리더의 피드백은 신중해야 한다!

독일 최고 명문 축구팀인 바이에른 뮌헨을 이끄는 토마스 투헬은 전술적으로 뛰어나며 유소년 선수 발굴 능력을 가진 감독으로 인정받고 있다. 그러나 이런 모습 이외에 괴짜스럽고 불같은 성격을 갖춘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가 이끌고 있는 바이에른 뮌헨에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수비수 김민재 선수가 뛰고 있다. 김민재 선수는 터키와 이태리에서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으며 세계적인 수비수로 주목을 받고 있었고, 투헬 감독은 그를 '꿈의 선수'라고 극찬하며 영입했다.


김민재 선수는 투헬 감독의 기대에 부응하면서 리그 초반부터 주전 수비수로 맹활약했다. 그는 독일 분데스리가의 어떤 수비수보다 열정적이고 빠르고 강력했다. 투헬 감독과 뮌헨의 팬들은 그의 투지 높은 플레이에 빠르게 매료되었다.


그러나 시즌이 거듭되면서 김민재 선수의 약점이 드러나게 되었다. 김민재 선수는 다른 수비수들과 달리 공격적인 자세로 수비하는 성향을 갖고 있다. 그는 상대 공격수의 움직임을 미리 예측하여 빠르고 강력한 압박을 통해 공을 탈취하여 곧바로 팀의 공격 전환을 이끄는 플레이가 강점인 선수였다. 


하지만 리그가 진행되면서 이런 김민재의 스타일은 상대팀들에게 파악되었고, 상대팀들은 그의 공격적인 성향을 역이용하여 그가 뛰어나오는 뒷 공간을 노리는 전략으로 그를 공략했다.


2023-2024년 챔피언스리그 준결승 1차전 레알 마드리드와의 경기에서는 특히 그런 김민재의 공격적인 수비 성향의 약점이 여실히 드러났다. 상대팀 주 공격수인 비니시우스를 마크하던 김민재는 비니시우스에게 공이 전달되기 전에 그를 압박하여 공을 탈취하는 특유의 수비 스타일을 펼치고자 했다.


그러나 분데스리가의 팀들보다 레벨이 높은 레알 마드리드의 선수들은 그의 수비 성향을 정확히 읽어내고 그의 뒷공간으로 패스를 찔러 넣어 비니시우스의 득점을 만들어냈다. 또한 김민재는 2-1로 팀이 리드했던 상황에서는 우리 측 진영의 페널티 에이리어에서 무리한 수비로 상대팀에게 페널티킥을 허용하며, 다잡았던 경기를 2-2로 비기며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진출에 먹구름을 드리우게 했다.


경기가 끝난 후 투헬 감독은 인터뷰를 통해 "김민재는 탐욕적이었다. 수비할 때 공격적으로 나가서는 안 된다. 그러면 아무도 그를 도울 수 없다!"라며 김민재를 강하게 비판했다. 일반적으로 감독이 인터뷰에서 특정 선수의 플레이를 질책하는 것은 전력 외 선수이거나 방출을 의미한다는 측면에서 이번 투헬 감독의 질책은 의미하는 바가 컸으며, 일각에서는 시즌 초부터 팀에 공헌한 선수에게 지나치다는 의견도 있었다. 


이후에 밝혀진 언론 보도에서 팀 동료 공격수 케인은 투헬 감독이 라커룸에서 김민재의 플레이에 대한 강도 높은 비판이 있었다고 밝혔으며, 골키퍼인 노이어는 "실수는 축구의 일부다. 실수를 했다고 해서 다음 경기에서 나쁠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라고 그를 위로하는 인터뷰를 했다.


동료 선수들의 인터뷰를 통해 경기 당일 경기장과 라커룸에서의 분위기가 어땠는지는 직접 보지 않아도 상상할 수 있다. 불같은 성격의 투헬 감독은 언론과 팬들이 볼 수 없는 곳에서 김민재의 플레이를 강하게 질책했을 것이다. 그리고 프로 선수인 김민재 역시 자신의 실수를 충분히 인정하고 투헬 감독의 지적에 미안함을 나타냈을 것이다. 실제로 김민재 선수는 경기 후 마주친 기자들에게 한국어로 "정말로 미안해요"라며 경기장을 떠났다고 한다.


김민재의 실수가 경기에 결정적인 악영향을 미쳤다는 것은 감독과 선수단 그리고 선수 본인이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동료들의 인터뷰에서 드러났듯이 투헬 감독은 이미 김민재를 충분히 비판했다.


그랬음에도 공개 석상에서 김민재 선수를 지목하여 패배의 원인이라고 지적하는 것은 '앞으로 김민재 선수를 보지 않겠다'는 의미가 아닌 이상 너무나 지나쳤다고 생각한다. 시즌 초반부터 '환상적인 선수'라면서 극찬했고, 심지어 키스 세례까지 했었던 선수에게 선수단 내부 회의에서 강한 비판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공개적인 인터뷰 자리에서까지 비난했던 투헬 감독의 소통은 매우 아쉽다고 생각한다.


김민재와 투헬 감독은 최근 들어 불화설이 나올 정도로 상호 관계가 썩 좋지는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렇기에 이번 경기에서 감독의 질책은 단순히 선수의 분발을 촉구하는 피드백이 아니라 개인의 감정을 쏟아낸 것에 불과하다고 느껴진다.


리더의 피드백은 구성원과 상호 신뢰관계가 형성되었을 때, 그것의 내용이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이거나 구성원의 개선을 위한 촉매제와 동기부여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상황처럼 상호 신뢰관계가 형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리더의 일방적인 비난은 선수를 위축시키고 리더와 선수간에 더 큰 갈등을 만들어낼 위험성이 있다.


리더의 피드백은 구성원의 긍정적인 동기부여를 위해서만 발휘되어야 한다. 개인의 감정이 섞인 피드백은 서로의 관계를 망가뜨리고 구성원의 퍼포먼스에도 악영향을 미칠 뿐 긍정적인 결과를 만들어내지 못한다. 그래서 이번 투헬 감독의 소통 방식은 아쉬움이 남는다. 


그는 이번 인터뷰에서 무엇을 얻고자 했는가? 김민재 선수의 분발을 요구했던 것일까? 아니면 패배의 책임을 김민재 선수에게 넘기고 자신은 그 상황을 벗어나고 싶었던 것일까? 


그의 진심은 중요하지 않다. 그의 말 한마디에 선수와 팬들이 흔들렸다는 것이 중요하다.


리더의 소통은 분명한 목적과 신중함(감정의 절재)이 필요하다. 리더 입장에서는 '내가 이렇게까지 고민하면서 소통해야 하나?'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래야 한다.


당신의 말 한마디에 누군가는 좌절하고, 누군가는 용기를 얻을 수 있는 당신은 리더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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