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스포츠팀이나 기업들은 우수 인재를 유치하기 위해 상상을 초월하는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입하고 있다. 우수한 인재가 많을수록 조직이 경쟁에서 승리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농구대잔치 시절 연세대학교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최희암 감독은 라이벌 고려대학교와의 경쟁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것은 이상민, 서장훈과 같은 우수한 인재를 영입했던 것이 결정적이었다고 밝혔을 정도로 우수한 인재를 영입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요소라고 할 수 있겠다.
그렇다면 우수한 인재만 영입하면 조직은 승리할 수 있는 것일까? 물론 훌륭한 인재들로 조직을 구성하면 승리할 가능성은 높아진다. 그러나 훌륭한 인재들이 곧 '승리의 보증 수표'가 되어주진 못한다.
예를 들어 한국 프로농구의 청주 SK 나이츠는'국보급 센터' 서장훈과 '매직히포' 현주엽이라는 역사적으로 다시 보기 힘든 더블 포스트를 구축했지만 10개 팀 가운데서 8위에 그치며 플레이오프에 진출하지 못했고, 미국 메이저리그의 LA에인절스는 '가장 부진했던 시즌에 MVP를 수상했다는' 마이크 트라웃과 '일본의 베이브 루스'라고 불리는 오타니 쇼헤이를 보유하고도 포스트 시즌에 진출한 적이 없을 정도로 화려한 선수 구성과는 어울리지 않는 성적을 기록했다.
결국 우수한 재능을 갖춘 선수 구성과 함께 리더의 선수 활용법이 뒷받침되었을 때, 비로소 그 팀은 승리할 수 있다는 것을 여러 가지 사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어느 리더나 자신이 이끄는 조직에 훌륭한 인재가 함께하길 기대한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훌륭한 인재도 있고, 때로는 부족함을 드러내는 인재도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자신에게 주어진 인재의 역량 수준에 따라 조직의 성과가 결정된다고 전제한다면 역설적으로 조직의 성과 창출에 리더의 리더십은 중요한 요소가 아니라고 인정해 버리는 것이 아닐까?
우수한 인재를 활용하는 것은 조리가 끝난 레토르트 식품을 데우기만 해서 먹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때로는 부족함을 나타내는 인재를 육성 과정을 통해서 더 빛나는 인재로 거듭나게 하고 그 결과 조직의 성과까지 향상될 수 있게 하는 것이 리더십의 역할이며, 그것이 곧 리더의 역량이라고 생각한다.
한국 축구의 레전드 선수인 박지성 선수는 명지대 재학 시절, 올림픽 대표팀과의 연습 경기에서 발군의 활약을 하면서 허정무 감독에게 발탁되어 올림픽 무대를 밟을 수 있었다. 당시 박지성 선수는 수비형 미드필더로서는 비교적 작은 체구지만 성실하고 왕성한 움직임으로 올림픽 대표팀에서 활약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수비형 미드필더는 피지컬이 우수한 자원들이 맡는 경우가 많은데, 박지성은 피지컬로는 훌륭한 미드필더는 아니었고 그것이 언젠가는 선수의 성장에 제약이 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는 2002년 월드컵을 통해서 세계적인 선수로 거듭날 수 있었다. 많은 축구팬들이 아시다시피 박지성 선수가 2002년 월드컵에서 빛날 수 있었던 것은 거스 히딩크라는 명장을 만나면서부터였다. 히딩크 감독은 수비형 미드필더였던 박지성에게서 윙 포워드로서의 가능성을 발견하였고, 그를 수비형 미드필더가 아닌 대표팀의 윙 포워드로 변신시키며 미래의 맨유 공격수이자 대표팀의 캡틴이 될 수 있는 초석을 마련했다.
물론 흙 속의 진주였던 박지성 선수를 발탁한 허정무 감독의 안목도 훌륭했지만, 미드필더였던 박지성을 공격수로서 성장시킨 히딩크 감독의 리더십은 선수 활용법이라는 최고의 리더십 역량을 보여준 사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2001년 KBO리그에서 한 시즌에 다승왕과 구원왕을 동시에 달성했던 신윤호 선수(LG/SK)를 기억하는가? 그는 150km를 훌쩍 넘기는 강속구를 던질 수 있는 투수였으나, 직구의 제구력이 불안하여 믿고 맡기기 어려운 선수였다.
그러나 김성근 감독은 그에게 ‘너는 슬라이더가 좋으니까 그것만 던져라! 직구의 제구가 흔들리는 것은 신경 쓰지 말라!‘며 자신의 강점에 집중할 것을 주문했고, 결국 신윤호 선수는 위력적인 슬라이더에 강속구까지 안정감을 찾아가며 2001 시즌의 골든 글러브 수상자(투수)로 성장할 수 있었다.
이처럼 리더는 자신의 기준에 충족되는 우수한 인재만을 찾을 것이 아니라 구성원 개개인이 가진 장점을 명확하게 파악하여 그것을 최대한으로 활용할 수 있는 ‘선수 활용법’을 파악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마치 열 개의 손가락이 제각각 다른 형태와 기능을 갖고 있듯이, 구성원의 특성에 맞는 최적의 활용법을 찾아 그들의 잠재력을 폭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리더가 조직에게 가져다줄 수 있는 가장 큰 역할일 것이다.
만약 박지성 선수가 체구가 작다는 이유로, 신윤호 선수의 제구력이 불안하다는 이유로 그들의 활용을 포기했다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국가대표 팀에서 활약하는 박지성과 프로야구 다승왕과 구원왕을 동시에 석권하는 신윤호는 세상의 빛을 볼 수 없었을 것이다. 이처럼 리더들은 구성원들이 가진 장점을 정확하게 파악하여, 경쟁의 상황에서 그들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더욱 많은 고민과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리더가 언제까지 선수들의 역량만을 탓할 것인가? 리더가 스스로 자신이 가치 있는 리더라는 것을 증명하고 싶다면 선수들을 탓할 시간에 그들과 더 많이 소통하고 함께 고민하면서 그들의 잠재력과 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해 노력해야 함을 강조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