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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선생 Jun 26. 2023

신화는 또 다른 목표이자 이정표

우리는 역사상 뛰어난 업적에 대해 '신화'라는 단어를 붙입니다.


1983년 U-20(20세 이하) 멕시코 월드컵 대회에서 박종환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청소년 축구대표팀은 역사상 첫 4강 진출의 쾌거를 이뤄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것을 '붉은 악마의 4강 신화'라고 불렀습니다.


우리는 그 대회를 추억하고 기억하면서 또 다른 '4강 신화 재현!'을 계속해서 외쳤습니다. 그러나 한 동안은 그와 같은 엄청난 결과를 만들어내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그 기록은 더욱더 '신화'가 되어갔습니다.


하지만 마침내 2019년 정정용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U-20 축구 대표팀은 FIFA 주관 남자 축구대회에서 처음으로 결승전에 진출하며 준우승이라는 '더 큰 신화'를 만들어 냈습니다. 이강인 선수는 그 대회에서 MVP인 '골든볼'을 수상하며 역사적인 신화에 화룡점정을 더했습니다.


신화는 우리에게 자부심과 자존심을 가져다주지만, 자칫하면 그 신화에 도취되어 현실을 잘못 인식하거나 현실을 부정하는 결과를 만들어 낼 수도 있습니다.


대한민국 야구 대표팀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전승 우승과 2009년의 WBC 준우승 그리고 2015년 프리미어 12 대회에서 우승하며 '세계 야구 강국'으로서의 면모를 자랑했습니다. 그러나 그 기세를 지속적으로 이어가지 못하고, 현재까지도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우리는 아직도 그 시절을 추억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은 2002년 월드컵에서 4강 신화의 업적을 이룩했습니다. 우리는 2002년의 월드컵 4강 신화를 추억하면서 매번 월드컵 대회가 열릴 때마다 '16강 진출'이 당연히 달성할 수 있는 과업으로 잘못 인식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어떤 축구인은 "우리가 언제부터 16강을 가는 것이 당연한 일이 되었나?" 라며, 대회를 앞두고는 성적에 대한 압박보다는 대표팀의 선전을 끝까지 응원해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냉정한 현실 인식의 중요성을 강조한 적도 있습니다.


신화는 과거의 영광일 뿐 그것이 현재의 어떤 것도 보장해 주지 않습니다. 신화에 도취되어 현실에 대한 인식이 불명확해지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닙니다. 신화는 말 그대로 신화로서 우리의 기억에 남아야 할 것이고, 그 신화를 이어가기 위해 더욱더 노력하고 정진해야 할 목표이자 이정표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우리 주변에는 "내가 왕년에 말이야.."라는 식으로 과거를 추억하는 분들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과거의 영광을 추억하며 현재의 모습을 부정하는 것은 아름답지도 바람직한 모습도 아닙니다.


신화가 우리 삶에 긍정적인 기운을 불러일으키기 위해서는 과거가 아닌 미래를 지향하는 이정표이자 목표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신화가 과거의 영광을 넘어서 현재의 우리가 다른 신화를 만들고자 노력하게 하는 '열정의 불쏘시개'가 되길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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