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이 되었다고 해서 벗어날 수는 없다. 어린 시절부터 그렇게 영어공부를 해왔건만 당체 입에서 말이 나오지 않는다. 나름 시험 점수도 잘 받았고, 토익도 열심히 했지만 외국 사람만 보면 뒷걸음질부터 치게 된다.
항상 새해가 되면 영어공부는 많은 사람들의 새해 계획 목록에 오르게 된다. 하지만 그중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실행을 지속하겠는가. 새해가 되면 전국의 영어학원들은 소리 없는 기쁨의 비명을 지른다.
새해를 맞이하여 새사람이 되고자 굳은 결심을 하고, 영어학원을 등록한다. 하지만 옛말은 진리다. 작심삼일이란 말은 진리다. 결국 영어학원에 본의 아닌 기부를 하고 말게 된다.(어려운 이들을 위해 기부합시다)
대한민국에서 영어학원이 없는 장소를 보기 힘들다. 대학 가는 물론이고, 강남, 종로, 이 동네, 저 동네, 구석구석 빈틈없이 영어학원이 가득 차 있다. 아이들 입시 영어학원까지 포함한다면 그 숫자는 어마어마하다. 엄청난 수를 자랑하는 치킨 집과 아울러 한국의 진풍경이 아닐까 싶다.
그 안을 들여다보면 어떤 모습일까. 누구는 취업을 위해, 누구는 승진을 위해, 누구는 일의 필요에 의해, 누구는 즐거운 여행을 목표로, 누구는 자기 계발을 위해 그곳에 모였을 것이다. 누구는 제 발로, 누구는 어쩔 수 없이 그 장소에 모이게 되었다. 같은 장소, 다른 목표를 가진 사람들이 모인 것이다. 이유가 어쨌든 공동의 목표는 영어를 잘하기 위해서다. 좀 더 구체적으로 영어 말하기를 잘하기 위해서다.
나는 지금 영어 말하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시험을 위한 영어는 단기간의 공부로 승부가 나지만, 영어 회화는 그렇지 않다. 시험처럼 일정 기간 열심히 공부해서 정복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으련만 실상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흔하지 흔한 비유지만 영어회화 공부는 마라톤이라고 할 수 있다. 멀고도 쉽지 않은 과정이다.
실력이 향상되는 것이 눈에 잘 보이지도 않는다. 나름 한다고 하는데 내 회화 실력이 늘고 있는 건지 제 자리이인지 알 수가 없다. 실력 향상이 되었다고 생각이 들다가도 보면 아닌 것 같고, 그대로 인 것 같은데 보면 그래도 어느 정도 늘은 것 같다. 알쏭달쏭하다. 답답하다. 그래서 어렵다. 그만두자니 필요하기도 하고, 나도 영어로 멋지게 말도 하고 싶다. 그런데 계속하자니 밑 빠진 독에 물을 붓고 있나 싶어 의욕이 꺾이기 일쑤다. 말 그대로 진퇴양난인 것이다.
인터넷에도 티브이에도 영어회화 업체 광고가 쏟아진다. 00스쿨, 야0두 등등. 공격적으로 엄청난 마케팅을 하면서 우리를 유혹한다. 솔깃하다. 희망을 준다. 그대로 따라가면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래서 시작한다. 결과는? 결과야 가지각색일 것이다. 나름의 성공을 거둔 이도 있고, 역시 이미 돈 많은 대형 업체에 결과적으로 돈만 기부한 이도 있을 것이다.(어려운 이들을 위해 기부합시다) 조심스레 짐작컨대 후자의 경우가 훨씬 많지 않을까 싶다. 나는 이런 영어교육업체가 부질없다고 말하는 것이 절대 아니다. 그만큼 영어회화는 지속하기 어렵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그들의 콘텐츠는 아주 좋다. 그렇다. 이미 양질의 콘텐츠는 이 세상에 많이 있다. 질 좋은 커리큘럼이 없어서 영어회화 공부를 못한다는 것은 더 이상 말이 안 된다.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인가.
어렵다. 어떻게 해야 나도 영어를 잘할 수 있단 말인가. 외국에 반드시 가야 한단 말인가? 하지만 고개를 좀만 둘러보면 외국에 어학연수 다녀오고도 나와 별반 다르지 않은 사람들이 수두룩하다. 그리고 당장 1~2년 모든 것을 접고, 외국에 다녀올 상황도 안된다. 그러나 마음속 한켠에는 영어라는 녀석이 아주 깊고 단단히 자리를 틀고 있다. 내보내지도 못하겠고, 따뜻하게 안고 있기도 힘들다.
나도 말하고 싶다. 영어로 말하고 싶다. 듣고 싶다. 자막 없이 폼나게 미드를 볼 수 있으면 원이 없겠다. 여행 가서 멋지게 외국 친구들과 대화를 하고 싶다. 그런데 어렵다 너무. 어떻게 해야 한단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