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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 여행자 Mar 09. 2020

순댓국을 마음속에서 떠나보내다

얼마 동안을 빠져 있었는지 모른다. 오랜 시간 동안 푹 빠져 있었다. 언제부터인지도 모르겠다.      

기분이 좋을 때 순댓국을 먹었고, 기분이 꿀꿀해서 순댓국을 먹었고, 입맛이 없을 때 순댓국을 먹었고, 비가 와서 순댓국을 먹었고, 날씨가 좋아서 순댓국을 먹었고, 그냥 먹고 싶어서 순댓국을 먹었다. 일주일에 적어도 세 번 이상은 먹었던 것 같다. 몇 년을 그랬다. 질리지 않았다. 순댓국집이 보이면 찾아갔고, 새 식당이 문을 열면 찾아갔다. 순댓국 맛집을 찾았을 때의 희열은 매우 컸다. 그렇게 순댓국은 따분한 일상을 살아가는 나에게 작은 행복, 아니 큰 행복을 주었다.     

   


슬프다. 예전 같지 않다. 예전 같은 맛과 기쁨과 즐거움을 더 이상 느낄 수 없다. 먹어도 너무 먹었다. 한계치를 넘어서까지 먹은 것이다. 자제했어야 했다. 이런 날이 올 줄 몰랐다. 그 만족감이, 기쁨이 평생 갈 줄 알았다. 다시 한번 깨달았다. 세상에 영원한 건 없다.    



세상의 모든 음식을 좋아한다. 특별히 가리는 음식이 없다. 무엇을 먹어도 맛있게 다 잘 먹는다. 물론 한식을 가장 좋아하지만, 쌀국수도, 초밥도, 중식도, 파스타도, 피자도 모두 좋아한다. 해외여행을 갔을 때는 최대한 현지 음식을 먹으려 하고, 여간해선 한식을 찾지 않는다. 세상엔 맛있는 음식으로 가득 차 있다.     

그러나 순댓국만한 음식은 없었다. 나에겐 그랬다. 오래전에 해외 유명 호텔에서 총괄 셰프를 맡고 있는 한국 셰프에게 돈 만 원이 있다면 어떤 음식을 먹겠는가라고 질문했을 때 주저 없이 순댓국이라고 말하는 것을 보았다. 그 인터뷰를 보고 내 입맛이 저 이와 다르지 않구나, 하며 혼자 그와의 동일시를 잠시 한 적이 있다.            


지금도 물론 순댓국은 맛있다. 그런데 그냥 맛있다. 맛있다고만 표현할 수 있다. 예전 같은 말로 형언할 수 없는 그런 기쁨은 사라졌다. 세상 사는 큰 낙이 사라진 것이다. 어찌 슬프지 아니하겠는가. 세상에 맛있는 음식은 참 많다. 하지만 아직까지 순댓국처럼 영혼을 울리는 음식은 못 만났다. 만날 수 있을까.      

이제 순댓국에 대한 애착을 떠나보내련다. 과거는 과거일 뿐. 아름다운 추억으로 간직하자. 오랫동안 즐겁게 해 줘서 고마운  나의 소울 푸드 순댓국. 앞으로도 세상의 많은 사람들에게 기쁨을 주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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