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 도시, 자이살메르

by 우주먼지

자이살메르는 천국이었다.

뉴델리에서 넘어간 효과일 것이다.

델리의 엄청난 소음, 어마어마한 인파, 엄청난 숫자의 오토릭샤가 내뿜는 매연.

델리에게 한 달 후에 보자는 인사를 하고, 기차로 16시간 만에 도착한 자이살메르는 사막을 헤매다가 만난 오아시스 같았다.


자이살메르 기차역에는 수많은 숙소에서 손님을 유치하기 위해 나온 사람들이 가득했다.

그중에 어떤 인도인이 갑자기 "형님!" 하며 친근하게 다가왔다. 한국말을 그토록 유창하게 하는 인도인은 처음 보았다. 델리에서부터 그 친구에 대한 정보를 듣고 왔기에, 흔쾌히 그들의 픽업 차량에 탑승했다.


P1010256.JPG 숙소 루프탑에서 바라본 자이살메르 성


숙소 루프탑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기가 막혔다.

인도란 나라가 모두 시끄러운 줄 알았더니 다 그런 건 아니구나라고 생각했다.

루프탑에서 적당한 거리에서 보이는 자이살 메르 성은 일본 애니메이션을 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첫 느낌은 정말 환상적이었다.

델리처럼 매연이 없어 공기도 비교적 깨끗하고, 탁 트인 풍경이 며칠간 쌓인 온몸의 독소를 배출시키는 것만 같았다. 자이살메르의 풍경은 흡사 중동에 온 것처럼 느껴졌다.

자이살메르는 황금도 시라 불린다. 모든 건물들이 황금색이다. 우리나라에서 ‘김종욱 찾기’로 유명해진 조드푸르는 ‘블루 시티’, 대도시 자이푸르는 ‘핑크 시티’. 전략적으로 도시를 한 가지 색감으로 통일하여 조성하였다고 한다.

덕분에 수많은 관광객들을 유치할 수 있고, 뷰가 아주 독특하고 볼만하다.


6.25 피난 열차 같은 곳에서 긴 시간 고생했으니 우선 먹어야겠다. 루프탑 식당에서 밥을 먹기로 했다.

먼저 며칠간 그곳에서 머물던 한국인 여행자가 다 맛있지만 닭곰탕이 특히 맛있다며 추천하였다.

인도인들이 인도에서 만든 닭곰탕이라... 썩 내키진 않았지만 흐뭇한 표정으로 추천하는 생전 처음 본 한국인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아 기대를 하는 척하며 닭곰탕을 주문했다.


맛은...


사기였다. 무슨 인도인이 인도에서 만든 닭곰탕이 이토록 깊은 맛이 난단 말이냐. 뭐 이렇게 맛있단 말인가.

어지간한 우리나라 닭곰탕보다 더 맛있었다.

내가 배고파서 그런가 잠시 나의 몸의 감각을 느껴보았지만 그게 아니었다. 진짜 맛있었다.

며칠 동안 그곳에서 이런저런 한국 음식을 먹어보았는데 대부분이 맛있다.(이곳은 주로 한국인 여행객을 대상으로 해서 한식 메뉴가 많다).

어떻게 배웠냐니까 그냥 어떤 인도인이 인도의 한국 식당에서 배우고, 그걸 또 다른 사람이 어깨너머 배우고. 뭐 그렇게 배웠다고 했다. 아 이들은 천부적인 요리 감각을 타고난 것인가. 암튼 아주 만족하며 싼 가격에 며칠 동안 멋진 뷰를 보며, 맛난 음식을 만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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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이살메르는 사막도시다. 많은 여행자들이 사막에 낙타 사파리 투어를 하러 온다.

나 역시 그랬다. 사막 투어는 낙타를 타고 사막까지 가서 그곳에서 별을 보며 노숙을 하는 것이다.

몇 년 전부터 몇몇 사람들에게 그곳의 쏟아지는 별을 잊을 수 없다는 말을 들었었다. 나도 언젠간 갈 거야 하며 몇 년을 기다렸다.

사막투어를 기다리며 숙소에서 며칠 동안 망중한을 누렸다. 매일매일 일박으로 사파리 투어를 하고 온 일행들을 볼 수 있었다.

다들 한결같이 하는 말. 별이 쏟아진다. 진짜 이쁘다. 사막에서 자는데 너무 춥다. 하지만 별이 장난 아니다. 별똥별을 엄청 많이 보았다 라는 말들을 매일 같이 다른 사람들로부터 들었었다.

쏟아지는 별을 사막에서 보는 심정은 어떨까? 낙타를 타는 기분은 어떤 것일까? 떨어지면 어떡하지? 갖가지 기분 좋은 상상을 하였다.

쏟아지는 별은 아주 어릴 적 친척 시골집에서 본 것이 기억의 전부고, 별똥별은 살면서 별로 본 기억이 없었다.

이제 볼 수 있다. 말로만 들었고, 늘 바라 왔던 그곳에 내가 왔다.

사막. 낙타. 쏟아지는 별들. 별똥별. 기다려라 내가 간다.


슬슬 인도 여행이 기대되기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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