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타 사파리 in 자이살 메르

사막을 향해

by 우주먼지

드디어 내 차례가 되었다. 며칠 동안 자이살메르의 여유로움을 만끽하며 사막투어를 기다렸다.

숙소는 아주 마음에 들었다. 깨끗한 편이었고, 루프탑이 정말 마음에 들었다. 한 달 동안 인도 여행을 하며 가본 루프 탑 중에서는 최고였다.

널찍했고, 뷰가 아주 좋았으며, 바닥에 누워 방석과 쿠션들과 한 몸이 되어 뒹굴뒹굴할 수 있는 곳이 있었다.

다만 원숭이가 무서워서 베란다 쪽 문을 마음껏 열 수 없었다. 원숭이가 방에 들어오면 난감해지기 때문이다.

가끔 빨랫줄에 걸어놓은 여행자들의 빨래를 원숭이들이 가져간다 한다. 혹시 입으려고 그러는 건지 모르겠다.

원숭이가 할퀴어서 상처 난 사람도 보았다. 손오공의 후예이니 조심해야 한다.


투어를 다녀온 사람들의 말들은 동일했다. 밤에 정말 추워요. 핫팩을 챙겨가라. 별이 쏟아져요. 장난 아니에요. 별똥별 엄청 볼 수 있어요.

다들 만족스러워했다. 당연히 기대되었다.


투어를 떠나기 전날 밤에 누워서 낙타 사파리 투어를 검색해 보았다. 어느 블로그를 보았다.

그 사람은 사막투어를 간 그날 사막에 비가 왔다고 한다. 2년에 한 번 내리는 비가 자신이 간 날에 왔다는 것이다. 이불속에서 키득키득 웃었다. 아 어찌도 그리 운이 없는지. 두 달에 한 번도 아니고, 2년에 한 번 오는 비를 맞으셨다니 사막에서. 참으로 안타까운 사연이로구나 생각하며, 소풍 전날 밤의 소년 같은 표정으로 잠자리에 들었다.


20140108_1145324.jpg 사막을 향한 행렬


두둥~~ 그룹이 만들어졌다. 모두 한국인. 숙소 직원들은 우리를 차에 태우고 사막을 향해 무자비하게 질주했다.

무슨 아라비아 음악 같은 요상 찬란한 음악을 크게 틀고, 영화의 한 장면처럼 황무지를 질주했다. 한참을 달려가니 낙타 떼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생각보다 낙타는 꽤 컸고, 낙타는 터벅터벅 우리를 목적지로 싣고 갔다. 이놈들은 출렁출렁 걸으면서 대, 소변을 다 해결했다. 서로 경쟁이라도 하듯이 수시로 싸면서 갔다.


바람이 심상치 않다. 하늘은 흐릿흐릿하고, 바람은 거세게 분다. 어제까지만 해도 쨍쨍했는데...



사막에 도착했다. 생전 처음으로. 머리털 나고 처음으로. 이 몸이 처음으로... 사막이란 곳에 왔다.

TV에서만, 영화에서만 보던 사막에 도착했다. 뭐 근데 사실... 규모는 그리 크지 않았다. 사하라 사막을 생각하면 안 된다.

모래 언덕이 끝없이 이어진 것은 아니고, 적당한 규모로 모래 언덕이 형성되었다. 그 주변은 황무지다. 암튼 신기했다.

인도인 낙타 몰이 꾼이 우리의 노숙 장소를 알려주었다. 그곳엔 족히 15년 이상은 빨지 않은 듯해 보이는 이불들이 있었다


20140108_1307104.jpg 사막에서 먹을 음식을 준비하는 인도인들


음... 뭐 이제 이 정도는 적응되었다. 더러움과 비위생과 친숙해지지 않으면 인도 여행은 힘들어진다. 인도 여행자로서 첫 번째 갖춰야 할 덕목이다.

좀 전에도 낙타 몰이꾼이 목에 두르고 연신 땀을 닦던 스카프로 자연스레 불판을 닦고 요리를 하는 것을 보고도 그 음식을 먹고 오지 않았던가.

일체유심조. 원효대사의 해골 물을 인도에서 수시로 생각했다. 그렇지 않으면 견딜 수가 없다. 그분의 깨달음을 나도 인도에서 깨달았다. 머리가 아닌 마음으로.


20140108_1505222.jpg 내가 탔던 낙타


어둑어둑해질 때쯤 낙타 몰이꾼은 모닥불을 피워주었고, 우리는 원으로 빙 둘러앉았다. 쿠킹 호일로 덮인 치킨들이 모닥불 안으로 던져졌다.


그런데...


날씨가 왜 이러는가.

바람이 여전히 많이 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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