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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이치영 Apr 18. 2024

숙소를 다 예약하고 편해진 마음

70대 부모님과 산티아고 걷기 23

 2022년 6월 1일

 걷기 19일 차: 까리온 데 로스 콘데스 -> 레디오스

 오늘은 까리온부터 시작해서 17km는 마을을 만날 수 없는 길을 걷는다. 그래서 어제 까리온 마트에서 간식을 사서 배낭을 든든히 채웠다.

 까리온을 빠져나갈 때쯤 해가 솟았다. 일출과 일몰은 매일이 달라 매일 봐도 질리지가 않는다.

 자갈이 많은 길보다 아스팔트가 편하다며 차가 오지 않는 것을 확인하고 아스팔트에서 걸었다. 우리와 같은 생각을 하는 순례자들이 생각보다 많았다. 도로는 확장을 해서 더 넓어진 듯했다. 예전에는 이런 길이 아니었던 거 같았는데. 길도 사람도 바뀌기 마련이니까. 다행히 넓어진 길이 걷기에는 더 편했다.

 그늘 하나 없는 땡볕의 길이 이어졌다. 구름이 있었지만 해를 가릴 정도는 아니었고 깃털처럼 얇고 모양이 신기했다. 구름이 어떻게 저런 모양을 내지?

 쉬엄쉬엄 과일도 챙겨 먹으며 길을 걸었다. 그리고 어느덧 마의 17km 길이 끝나고 마을이 보였다.

 바로 눈앞에 보이는 알베르게 겸 바에 들어갔다. 4시간 만에 17km를 걸어오다니. 부모님 체력이 확실히 좋아진 것이 느껴졌다. 대부분 1시간에 4km 정도를 걷는데 중간중간 쉰 것까지 생각하면 오늘 걸은 속도가 꽤 빨랐던 것이다. 오히려 오늘은 내 컨디션이 별로다. 어제 도로가를 걸어서 그런가? 목도 아프고 코도 막히고 딱 생리 전에 오는 약한 근육통 느낌까지. 그래서 오늘은 내가 제일 힘들어하는 듯했다.

 이 마을은 작은 마을이고 숙소도 마땅치 않아서 다음 마을에 3인실을 예약했다. 충분히 휴식을 취하고 다시 배낭을 메었다.

 이번에는 뭉게구름이다. 몽글몽글하게 생긴 귀여운 구름은 마치 그림책에 나올 것만 같았다.

 멋진 구름 사진을 많이 찍으며 레디오스에 도착했다. 오늘 우리가 묵을 알베르게 담벼락에는 예쁜 순례자 벽화가 그려져 있었다.

 이곳 역시 알베르게와 바, 식당을 겸하는 곳이었다. 바에서 체크인을 하고 안뜰로 들어가면 알베르게가 나온다. 안뜰도 잘 꾸며져 있고 실내 인테리어도 잘 돼 있어서 기분이 좋았다. 마치 가정집을 연상시키는 인테리어였다. 그러고 보니 여기 세요도 어떤 여성분 그림이다.

 씻고 안뜰에 있는 세탁기에서 빨래를 하며 고민 끝에 산티아고까지 숙소를 모조리 예약했다. 일정을 계속 고민하고 대략 짜 놓았기에 그냥 마음 편하게 숙소를 예약하자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며칠 전부터 오세브리오에 도착할 날짜를 앞뒤로 재가며 예약을 시도했는데 모두 풀북킹이라고 했기에 마음이 조급해졌다. 벌써 이렇게나 숙소 잡기가 어려운가 싶기도 했고. 아무래도 부모님과 공립에 들어가기엔 어려우니까. 그래서 그냥 속 편하게 모두 예약했다. 일정이 틀어지면 예약 취소하고 다시 잡으면 되겠지.

 저녁도 이곳 식당에서 해결했다. 그러고 보니 오늘 길에서 데비도 만나고 오리온에서 함께 머물렀던 한국인 부부도 만났는데 알베르게는 다른가보다. 저녁은 다양한 메뉴를 시켜 나눠먹었다. 역시 여러 사람과 함께 식사하니 다양하게 맛볼 수 있어서 좋다.

 오늘 레디오스는 처음 묵는 마을인데 알베르게가 꽤 좋아서 마음에 든다. 마을은 작고 구경할 것은 없어 보이지만 하루 푹 쉬기엔 딱 적당한 곳 같다. 내일은 사아군에서 묵고 사아군에서 드디어 내가 좋아하는 마을인 엘 부르고 라네로에 간다. 이곳에서 노을을 볼 때 사이좋던 모녀를 보고 부모님과 이곳에서 일몰을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이제 이틀이면 순례길에서 부모님과 함께 하고 싶었던 일을 또 하나 해낼 수 있다.

 그전에 오늘은 푹 쉬고 컨디션을 회복해야지.



*숙소 정보: 알베르게 라모네라

스페인 가정 느낌을 내는 알베르게 겸 바 겸 식당이다. 우리는 침대가 4개인 곳에서 묵었는데 가족실인 듯했다. 그래서 방 하나도 분리되어 있어 좋았다. 다만 가족실이지만 화장실이나 샤워실은 공용이었다. 음식도 맛있었다. 다음에 또 온다면 다시 묵고 싶은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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