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비야르 지음 / 강대훈 옮김, 황소걸음, 2021
오늘날 어른이 된다는 것은 이전 세대처럼 결혼, 집, 정규직을 통해 자리 잡는 게 아니다. 이제 어른 되기는 불연속성과 불안정성을 중심으로 짜인 사회, 즉 변화와 단절, 새 출발의 능력을 요구하는 사회에 진입한다는 의미다.
내가 학생일 때 사람들은 말했다. "사람은 사는 동안 두 번 어른이 된단다." 한 번은 이중의 성인식, 즉 밥벌이하고 아이를 낳아 자기 부모에게 어른이 됐음을 증명할 때고, 또 한 번은 부모님의 상을 치르고 나서다. 그러나 지금 프랑스인은 평균 63세에 부모님의 상을 치르고, 평균 30.2세에 첫아이를 낳는다. 과거의 기준은 낡은 것이 됐다.
프랑스 국립경제통계연구소에 따르면, 현재 프랑스에서 25세 이하 급여 노동자 가운데 약 44퍼센트만 정규직이다. 나머지 중 16.3퍼센트는 연수생이고, 31.1퍼센트는 비정규직, 7.8퍼센트는 기타 임시직에 종사한다. 이 연령대 청년들은 대부분 학위가 없고, 직업 전문 과정에 있거나 학업 중이다.
파리8대학의 사회학자 카미 푸니에 따르면, 프랑스 청년들이 첫 정규직에 종사하는 평균 연령은 29세다. 취업과 출산을 기준으로 보면 대다수 청년은 서른 살 무렵에 어른이 되며, 프랑스에서 청년기는 최소 10년 이상 지속되는 셈이다.
나는 이 길어진 청년기가 점점 복잡해지는 현대사회의 필연적 부산물이라고 생각한다. 다시 말해 오늘날 밥벌이를 하고 가족을 꾸리려면 대학 교육은 기본이고, 유동적이고 한 치 앞도 예측하기 힘든 세상의 변화와 불확실성에 대처하는 법까지 배워야 한다. 그렇다면 물어야 한다. 이렇게 복잡하고 불안정한 사회에서 청년들은 어떻게 어른이 될까?
청년 문제는 이제 현대사회의 중요한 정치적 과제이자 민주주의의 시험대가 됐다. 청년들은 서른 살 이전에 직장을 갖고 결혼을 하기 힘들어졌다. 그래서 평균 결혼 연령은 점점 높아지고, 출산율은 떨어지고 있으며, 무엇보다 정규직을 갖기 힘들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다른 국가에 비해 대학 진학률이 높다. 지방의 대학들은 경쟁률조차 매길 수 없어서 돈을 쏟아부으며 신입생을 유치하려고 하지만 쉽지 않다. 일자리가 서울 경기권에 있으니 모두들 이쪽으로 몰리는 것이다. 내가 원하는 직업을 갖는 것은 꿈이 되었다. 대학 생활 내내 공부하고, 아르바이트하고, 여행은 꿈도 못 꾸고, 청춘은 살아있다 따위 말은 감히 꺼내지도 못하는 게 요즘 대학 생활이다. 정규직이 꿈이라 말하는 이들은 그 정규직을 향해 졸업을 유예하기도 하고 죽어라 책만 판다. 졸업과 동시에 수천만 원의 빚을 안고 사회로 던져져 노량진으로 향하는 청년들은 어느덧 우리 시대 청년들의 자화상이 되었다.
나 때는이라는 말은 하고 싶지 않다. 나는 내 시대 청년들과 다른 삶을 살았고 무엇보다 금수저도 아닌 주제에 하고 싶은 거 다 하고 살았기 때문에 요즘 청년 문제에 공감하지 못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 만의 심각한 사회문제인 줄 알았던 청년 실업 문제는 전 세계가 고민하고 있으며 각 나라별로 해결책을 찾기 위해 고심한다. 프랑스는 청년의 시작이 16세다. 16세가 되면 법적으로 섹스를 할 수 있으며 18세가 되면 투표권을 갖는다. 그러면 뭐하나. 우리보다 낮은 대학 진학률은 수많은 청년들에게 일자리 찾기의 괴로움만 더하고 있다.
작가는 책에서 5가지 대안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아쉽게도 우리 사회와는 동떨어져 있어서 굳이 남기지는 않겠다. 다만 사회 분위기가 달라도 그들의 고민도 우리와 같다는 것, 과연 해결책이라는 게 있을까 의문을 갖게 하는 청년 문제에 관해 작가 나름의 결론이 없어서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