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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벽보배 Sep 11. 2018

창의력? 소통? 감당하실 준비는 되셨습니까?  

또다시 다가온 취업시즌을 바라보며. 

#1.

11월.

내년 상반기 취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살 떨리게 긴장되는 취업시즌입니다. 이 계절을 무사히 넘기고 나면 첫 직장에 발을 내딛고 사회라는 새로운 세상을 만나게 될 것입니다. 혹은, 실패라는 좌절감에 조금 더 서럽고 추운 겨울을 보내게 되겠지요. (부디, 이 전쟁 같은 시간을 모두 무사히 잘 견뎌내길 기도합니다)


#2.

기업의 자기소개서가 점점 더 길고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인적성을 검사하는 단계들도 까다로워지고 면접 질문도 날로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기업들이 요구하는 중요한 요소중 하나가 바로"창의성"입니다. 물론 이 사회 전체가 언젠가부터 창의성에 대한 무한 관심을 보내기 시작했지요. 창의력 학습법이라든가 교수법, 여러 가지 관련 서적들.... 천편일률적인 사고에서 벗어난 나만의 독창성을 강조하기 시작했습니다.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질 수도 있다고 창의성에 대한 연습과 학습이 강조되었습니다. 그렇게 자란 이 세대에게 취업 전쟁터에서 "너는 창의적이냐?"라고 묻습니다. "당신이 창의적으로 문제를 해결한 적이 있는가, 있다면 서술하라..." 당황스럽기 짝이 없는 문제 앞에(사실 이런 황당한 질문에 대답을 해내는 것 자체가 창의적인 것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다들 무엇이라도 말해야 하기에 머리를 쥐어짜 내고 기억을 더듬어 댑니다.


#3.

자, 고르고 고르셨습니까? 특히 대기업이라면 조금 더 많은 지원자들 사이에서 뛰어난 인재들을 가려 가셨겠군요. 여러분이 가려낸 그 뛰어난 인재들의 창의력, 그들의 독특한 색깔을 감당해내실 준비는 되셨습니까?!

정말 모두가 YES라고 말할 때 NO라고 하는 사람을 받아들일 준비는 되셨습니까?! 입사 후 실무를 배워나가다 보면 대체 이 창의성을 어디에서 발휘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는 경우가 많습니다. 많이 바뀌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남성 중심의 군대적 문화가 회사에까지 존재하는 경우가 많아 시키는 대로만 해야 하는 경우가 많을뿐더러(참 싫어하는 표현이지만 까라면 까!라는 거죠...), '우리 때는 안 그랬다'라는 시대착오적 발언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며 '네가 뭘 알아, 시키는 대로나 해'라고 말하는, 창의력보다는 복종을 중시하는 상사와 일하다 보면 타고나지 못했어도 연습과 학습으로 열심히 준비한 창의력은 스멀스멀 사라지기 마련입니다. 

회사 전체 로보면 자유롭고 유연한 사고와 소통을 강조하지만 실제 업무의 세계에서는 자유로운 사고가 무개념으로 여겨지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대체 왜 그렇게 입사시험에서 창의성은 강조했는지 알 수 없는 경우가 더 많은 것입니다. 차라리 충성과 복종으로 '무조건 시키는 대로 열심히' 하는 사람을 더 가려 뽑았다면 훨씬 효율적이었을 텐데 말입니다.


#4.

창의적이고 자기주장이 확실한 인재들을 뽑기에만 열중할 때가 아닙니다. 이미 어마어마한 경쟁을 통해 입사한 그들의 장점을 받아들일 준비가 필요한 것입니다. 세대차이라고도 보이는 시각의 차이를 일방적인 강요로 끌고 가지 않고 인정하려는 노력, 그들의 장점을 잘 녹아들게 이끌어 나가는 노련한 조련이 병행되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미 오래전에 입사의 문을 열고 들어오신 분들의 재학습도 분명 필요합니다. "요즘애들이란... 쯧쯧.."이 아니라 "이런 생각도 할 수 있겠구나"하는 열린 마음이 분명 필요한 것입니다. 받아들이지 못할 재능이라면 차라리 찾지 않는 것이 나을 테니 말입니다. 여러분이 이해할 수 없는 요즘애들이 얼마나 다양하게 배우고 자랐는지 상상도 못 하실 것입니다. 그들을 가르치고 이끌어가시려면 그 이상은 아니더라도 최소한 그만큼의 노력은 함께 하셔야 하는 것입니다. 해마다 좋은 인재를 뽑아서 들인다는 것은 이미 들어오신 여러분이 배워야 하는 것 역시 또 하나 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서로 힘들게 익혔고, 힘들게 찾아냈다면 가장 효과적으로 써야 하지 않을까요? 그렇다면 새것만 좋은 것을 고를 것이 아니라 기존의 것도 정비해야 하는 것입니다.


#5.

사실, 광고회사나 제품 개발부서, 예술가가 아닌 이상 모두가 다 창의적일 필요는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 보았습니다. 사람에게는 자기만의 재능이 있기 마련이고, 모든 일에는 서로 다른 재능이 필요하기 마련이니 결국 모두가 창의적이어야 한다는 주장은 진부한 강박일 수 있지 않을까요? 가뜩이나 배우고 준비할 것 많은 요즘 사람들이 창의력마저 강요받으며 힘들어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강요당하고 스트레스받으면 오히려 더 발휘하기 어려운 능력 중에 하나가 바로 창의력이니까요. 일괄적인 기준으로 사람을 뽑는 취업 트렌드에 조금의 변화가 오길 기대해 봅니다. 동시에 그렇게 힘들게 선택된 새내기들이 좌절하지 않도록 그들의 능력을 마음 놓고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시길 기대합니다.

서로 함께 배우고 인정하고 성장할 수 있는 사회.

소박하지만 어려운 기대를 저는 아직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이런 글을 써 둔 것이 벌써 몇 년 전. 아마도 "그 어렵다는 취업의 문"을 열고 들어왔으나, 대체 이게 모두들 열고 싶어 하는 그 문이 맞는가를 고민하며, 그 안에 내가 못 본 무언가 있는 게 아닌가 반성하기도 하면서 몇 년인가를 지내다 써둔 듯하다. 


올해는 100대 기업의 인재상이 "소통과 협력"이 1순위로 조사되었다는 기사를 보고 한숨을 나직이 내쉬었다. 

100대 기업 인재상 1위는 '소통과 협력'…2위는 '전문성'                    
대한상의는 "직원은 상사를 꼰대로 인식하고, 상사는 직원을 자기 것만 챙기는 '요즘 애들'로 치부하는 경향이 심해지는 등 기업 내 소통 과정에 심각한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며 "최근 기업들이 직원을 채용하거나 육성하는 데 있어 소통과 협력을 주요 역량으로 꼽는 이유"라고 말했다. (출처. News1)
출처. News1 (대한상의 제공)


설마 "상사를 꼰대로 인식하고, 상사는 직원을 자기 것만 챙기는 '요즘 애들'로 치부하는 경향이 심해지는 등 기업 내 소통 과정에 심각한 문제"가 나타나는데 "소통과 협력이 잘 되는 신입사원을 뽑으면 그것이 나아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하는 의심과, "우리나라 기업이라면 그러고도 남지"라는 체념이 교차한다.

 

일방통행을 해봐야 "소통"이라는 게 이루어지지 않는다. 이미 들어와 있는 사람들이 바뀌지 않으면 소통은 불가능하고, 그렇게 소통이 불가능 하니 "당신의 꼰대 짓이 틀렸습니다"라고 말하는 "소통할 용기를 낼 사람"은 줄어들게 되고, 결국은 실망으로 가득 차 뒤에서 "꼰대들!!"이라고 분노하게 되는 것인데, 신입사원의 제 1 덕목을 "소통과 협력"으로 꼽는다니... 하지만 또 취업에 급급한 청춘들은 여기에 맞추어 "자신이 얼마나 소통과 협력에 특별한 능력을 가졌는가"를 어필하고자 노력하겠지...


사실 어렵게 취업해서 지내보니, 막상 인재상이라며 1~5위에 오른 것들 하나하나에 시비 걸고 싶은 마음이다. 2위로 꼽은 "전문성"? 갓 대학 졸업하고 취업 준비한 신입사원들에게 대체 얼마나 전문적인 것을 요구하고 싶은가! 학문을 연구하는 대학을 졸업한 청춘들에게, 전문성을 갖추어나갈 기본 소양! 을 닦고 왔기만 바라면 되는 것 것이 아닐까? 전문성이란 건 이미 들어와 몇 년씩이나 지내고 있는 "내부인"들에게, 새로운 인재들이 들어온다면 얼마나 잘 전수할 수 있을지를 확인하기 위하여 요구해야 하는 덕목이 아닐까?  

 4위의 도전정신? 도전하려고 하는 사원 대리들의 혈기를 꽉꽉 밟아주는 사람들은 그 안에서 정체된 윗사람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혹은 그들의 도전정신으로 힘겹게 찾아온 아이디어를 가로채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게 말이 되냐!", "회사 말아먹을 거야?!", "니들이 허무맹랑한 소리만 하니까 그렇지!"라고 생각도 해보지 않고, 제대로 들어보지도 않고 면박부터 주기 전에, 그것이 왜 허무맹랑한가를 짚어주면서 잘 커나갈 수 있도록 이끌어 줄 준비들은 해두고 이런 것들을 요구하는지 의심이다. 이미 들어와서 고인 물들을 한 번씩 걸러 주고 순환시켜줄 필요가 있을 텐데, 과연 우리 회사를 포함한 대기업들이 얼마나 그러고 있을지 미지수이다. 아니, 이미 남은 물의 대부분이 "윗사람들에게 잘 보이고, 줄을 잘 타서 더 오래 버티기"위해 애쓰는 이들 뿐인건 아니겠지. 그저 그냥 괜찮은 애들을 뽑아다 넣으면, 썩어있는 물이 맑아질 것이라고 기대하는 건 아니겠지.




들어온 사람은 나가고 싶어 하고, 들어오지 못 한 사람은 어떻게든 들어오고 싶어 하는 곳이 직장인가 보다. 부디 "자소설"과 씨름하며 취업을 준비하는 이들과 이들에게 "실체를 감춘 번지르르함"으로 헛된 꿈을 불어넣어준 각 기업들은 서로 만났을 때 서로의 거짓고백을 생각하며 조금씩 양보하여 "소통, 화합"하길 바라본다. 서로를 꼬시려고 애썼던 그 에너지가 실망과 후회로 돌아가지 않도록. 어차피 취업이란 "피, 차, 일, 반" 속이고 속는 인생게임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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