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새벽보배 Sep 03. 2018

그 집 둘째 딸이 동유럽 가족여행을 준비하는 법 (1)

해외 가족여행을 자유여행으로 준비하는 소소한 팁

언제나 여행을 할 때면, "다음엔 꼭 엄마 아빠도!"라고 다짐했었고 아빠의 은퇴와 더불어 나의 계획은 실행단계로 접어들었다. 가족 여행의 첫 단추를 보라카이에서 나름 야무지게 성공적으로 끼웠다 생각하니 이제 슬금슬금 먼 곳을 바라볼 때가 된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훅! 갑자기! 바라보게 될 줄은 나도 몰랐지.


때는 바야흐로 대한민국에 "동유럽"열풍이 시작될락 말락 할 정도였지 않을까 싶은 2014년. 해외 출장인지 해외 유배인지 알 수 없는 강제 출국을 당해 골방 같은 사무실에 혼자 앉아 3개월 주기로 찾아오는 우울한 기운과 싸우고 있는 중이었다. 외국 출장을 오래가면, 대략 100일째 쯤 되면 자아가 분리되는 현상을 경험할 수 있는데, 조증과 울증이 순차적으로 찾아오다가 혹은 동시에 찾아오다가 자아와 소리 내어 대화도 하고, 미친 사람인가 싶게 노래를 부르다가 찡찡거리다가 한국사회에서 흔히 하지 않을 짓을 자연스레 하게 된다.

아무튼. 그렇게 조증과 울증과 정상과 비정상을 모두 다스리다가 "그래 좋아! 이번 휴가는 동유럽이야!"라고 결정하고 말았다. 어째서 동유럽이었을까 이제는 기억도 잘 나지 않지만 아마도 "헝가리"가 보고 싶었던 것 같다. 그중에서 "부다페스트". 어디서 또 야경사진을 하나 본 모양이었겠지. 그런 것 한 장이면 여행을 결정하기엔 충분하니까.


이제와 고백하건대 처음부터 이 여행이 강하게 가족여행이 될 것은 아니었다. 사실 "엄마 나 동유럽으로 휴가 갈 건데, 엄마랑 아빠 갈 생각 있으면 알려주세요. 비행기표 미리 끊어야 그나마 싸니까"라고 별생각 없이, 간절함 같은 거 없이, 진지함 같은 것도 없이 말 그대로 그냥 던졌는데! 여행이라면 열일 제치고 떠나고 볼일이라고 믿으시는 엄마님께서 '어이구 이게 웬 떡이냐~! 옳다꾸나!'하고 "덥석"물어주신 것이다. 어쩐 일인지 평소엔 "안가"를 외치시는 아빠도 "동유럽? 가볼까"로 큰 반대 없이 동의하신 데다가, 그것도 모자라!! 그 당시에 친하게 지내던 옆집 이모(그 후 사이가 틀어져서 이젠 다시 ㅇㅇ아줌마가 된)까지 동참하는 이상야릇한 구성의 조합이 만들어진 것이다. 거기까지 라면 뭐 그런가 보다 하는데, 내 인생 그렇게 호락 할리 없지. 그 당시 결혼을 하자 말자 이야기가 나오던 남자 친구(지금은 남이 돼버린, 앞으로의 후기에 "운전자"로 등장하실)까지 동행하겠다고 나섰다. "우리 엄마 아빠랑 가는 데 가겠다고?" 했더니 이미 나의 장기 출장으로 너무 오래 떨어져 있었고, 뭐 자기가 독일 출장을 좀 다녀서 운전도 잘하는 데다가, 이번 기회에 확실히 눈도장을 찍어야 하고 어쩌고 저쩌고...... 예, 예 출장당하신 제가 죄인입니다.... 하고 이렇게 꾸려진 5명의 기상천외한 조합의 가족여행이라고 하자니 애매~~~ 해 여행단이 꾸려진 것이다.


  대학 입학 이후 수없는 여행을 다녔다 해도 보통은 현지까지 가서 혼자 알아서 돌아다니거나, 거리가 좀 있는 곳이라면 부분 부분 현지 여행사를 통하거나, 렌터카를 빌려 운전하는 동행을 구해서 다녔는데 이렇게 직접 "렌터카"를 이용해서 여행을 계획하게 될 줄이야. 게다가 내가 모시고 가야 하는 "으르신"이 3분에, 또 부모님과 당사자 사이에 분위기도 맞춰야 하는 "내"(가 아니면 서로에게 생판 만날 일도 없었을 남이었을 거고 같이 여행 같은 건 갈 일도 없으니 온전히 내 탓인) 남자 친구까지 모시고 가려니 어디서부터 손대야 할지 막막한 이 여행 계획을 세워야 하는 상황은. 혼자 100일이나 해외에 출장을 보내져서 감금당한 듯 살고 있는 우울하고 침울한 인생에 엄청난, 어마 무시한, 심지어 감사할 정도의 활력을 불어넣어 주셨고 결과적으로 우리의 여행은 "타세요~ 드세요~ 보세요~ 쉬세요~"하는 패키지 투어에서는 감히 상상하지도 못할, 패키지 투어에서 벌어진다면 소송을 불사할 스펙터클을 남기고 잘 끝났다.

그 스펙터클한 우리의 여행기를 풀어내기 전, 외국으로 가족여행도 많이 간다던데, 자유여행도 할만하다던데, 렌터카 빌려서도 잘들 다닌다던데, 그렇게 가면 가격도 많이 저렴하게 할 수 있다던데!라고 듣기는 했으나 멘땅에 헤딩을 어떻게 할 것인가! 에 대한 걱정이 많으실, 각 가정의 자유여행을 준비하는 "인솔자"역할을 맡으시는 분들을 위해(대부분 "가장"들이 하시긴 하더라만...) 나의 소소한 여행 준비 방법을 공유해 볼까 한다. 물론, 여행이란는 것은 개인의 성향을 올 곳이 반영하기 때문에 서로 다른 스타일의 여행자라면 '아, 이 사람은 이런 식으로 하나 보구나' 정도로 읽어 주시길. 내가 백번 옳다고 쓰고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꼭 이런 걸로 목에 핏대 세우며 손가락에 불을 뿜으시는 분들이 있더란 말이지)



1. 여행사 상품을 베껴라!

00 투어, 00 박사, 000 여행사... 수도 없이 등장하는 여행사들이 망하지 않고 꾸준히 광고를 한다는 건, 그만큼 그들이 돈을 벌고 있다는 것이겠지. 돈을 버는 사람들은 돈을 버는 이유가 있다. 돈이 벌리게끔 상품을 만들고 있기 때문다. 그러니 이럴 때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학창 시절 틈나는 대로 발휘하고 싶어 하던(나는 대학 가서 배워버린) "커닝 법"!!

일정은 한정되어 있고, 가고 싶은 나라가 있다면 여행사 사이트 몇 곳을 둘러보고 나면 '아~대충 이런 루트로 이런 곳엘 가는구나, 요렇게 해서 얼마구나?'의 감이 오게 된다. 어차피 여행사를 통해 여행 가는 일반인들의 평균적인 휴일도, 똑같은 나라에서 회사 다니는 우리네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니 우리가 낼 수 있는 시간에 맞춰서 상품을 만들어 놓았을 것이 분명하다.

그렇게 워밍업을 시작하는 것이다. 그리고 여러 여행사 상품들의 "핵심 관광지"를 찾아 적다 보면 대충 그 동네가 어떻게 정의되는지, 뭐가 유명한지, 왜 유명한지, 어딜 가야 하는지 같은 큰 그림들이 나오게 된다. 보라고 만든 게시물이니 보면 되고,





2. 구글 지도 없는 여행은 상상할 수 없어

대학시절 나의 첫 해외여행은 "인도"였다. 그때만 해도 폴더폰을 쓰던 세상. 인터넷 wifi 이런 것들이 이렇게 엄청난 속도를 자랑하며 우리에게 온갖 정보를 퍼부어 주지 않던 시절. 여행을 준비하느라고 우리, 정말 온갖 책을 다 뒤지고 읽었다. 100배로 즐기게 해준다는 여행책, 외국인들이 좋아한다는 론리 여행책, 도서관에 나와있던 인도 관련 자료들. 여행서적에 나온 지도들을 열심히 보고, 가는 곳곳마다 종이 지도를 받아서 나의 진행방향과 지도를 뱅뱅 돌려가며 얼마나 열심히 다녔던가.


지금? 우리는 정말 "모든 것이 준비된 가이드, 구글 지도"님을 사용하며 산다. 한국에서야 녹색 사이트의 지도가 더 편리할지 몰라도, 한국을 벗어나는 그 순간 우리는 구글 지도 님의 축복 같은 정보를 느낄 수 있을 것이며, 그 축복은 날이 갈수록 더하시고 더하시고 또 더하시는 듯하다. 구글 지도를 완벽히 쓸 줄 몰라도 별표 찍는 법, 깃발 찍는 법, 하트 찍는 법 뭐 이런 정도만 알아도 충분하다. 가고 싶은 국가의 큰 그림을 그려보고, 여행사 사이트에서 커닝한 가야 할 곳들을 지도에 별표를 뚝뚝 찍어본 뒤 "길 찾기"를 이용해서 구간마다 걸리는 시간을 가늠하면 일정을 어떻게 조절해야겠구나 감이 오게 된다.

구글 지도를 똑똑하게 쓰는 방법을 정리해서 올려놓은 블로거들도 많기 때문에 마음만 먹으면 배우는 건 일도 아니다! 적어도 가족을 이끌고, 남의 손 안 빌리고 남의 땅에 가게 생겼는데, 그 정도는 배워야 하지 않을까?!

지도를 캡쳐해 두고 우선 가고싶은 국가에 동그라미 쳐서 편집해 두었던건 엄마아빠를 위한 설명자료였다.
가야하는 도시들을 찍어서 총 루트의 길이와 순수 이동시간을 계산했었다.
그렇게 모은 정보들을 표로 정리하면, 무리한 일정인지 아닌지 살펴 볼때 편하다.



3. 찾아라, 찾는 만큼 보일 것이다

그러고 나서 부터는 정보전이다. 더 많은 정보를 가진 사람이 더 편안한 여행을 할 것이고, 현지에 가서 당황하는 일이 덜 일어날 것이며, 동행자들의 불평불만을 최소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이미 우리나라는 해외여행을 다녀온 사람들이 엄청 많기 때문에 가야 하는 곳에 대한 정보를 검색하면 어디가 맛있다, 어디는 어떻게 보는 게 좋다, 여기는 별로다, 여기는 강력 추천이다 등등의 정보를 찾을 수 있다. 그리고  "광고인가, 진실인가" 고민스러울 정도로 의심스러운 정보조차 많이 만날 텐데, 그 정도는 정보의 교차검색 등을 통해서 스스로 판단해야 한다. 사실 SNS을 통한 마케팅이 많아지면서 엄청난 양의 "거짓 정보"도 올라오고 "정보가 아닌 데 정보인양"올라오는 내용도 많기 때문에 그런 것을 아무 생각 없이 덥석 물면 나뿐만 아니라 나의 동행들 까지도 함께 호구 인증을 받게 될 것이다. 이런 준비를 하다 보면 여행사 사람들이 괜히 그걸로 밥벌이를 하는 게 아니구나 하는 깨달음의 시간도 갖게 될 것이지만, 또 이 고비를 넘기면 역시 스스로 준비하길 잘했네 싶은 뿌듯한 순간도 오니까 힘내시길.  그렇게 찾아낸 계획으로 촘촘히 계획표나 예산을 작성해 보면 내가 환전해 가야 할 돈, 준비해야 할 돈 같은 개념이 머리에 잡히게 되고, 식당에 가서도 글자인가 그림인가 알 수 없는 언어와 그림 사이에서 당당하고 의연하게 주문할 수 있을 것이다.


다시하라면 나도 이렇게는 못하겠다. 이건 좀 심했지만, 나도 처음이라서 부지런했다.

내가 여행을 준비하면서 만든 여행 엑셀 파일을 보신 회사 분들이 고개를 절레절레할 정도였으니. 그땐 나도 정말 얼마나 긴장했었던 걸까 싶지만, 첫 번째 연습을 저렇게 빡빡하게 했었기 때문에 그다음부터의 여행이 설렁설렁해도 별 무리도 긴장도 없었던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4. 푼돈 아끼려다 목돈 날아간다. 여행자 보험은 선택이 아닌 필수!!

여행 준비를 하는 중 정말 이 돈을 써야 하는가 안 써도 되는가를 은근 고민하게 되는 부분이 바로 "여행자 보험"이다. 물론 만약을 대비하여 드는 게 보험이라니까, 그 만약은 안 일어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또 안 일어나게 하는 것이 우리 여행의 필수 과제 중의 하나임은 부정할 수 없다. 때문에 내가 엄청 노력하면 별일 없을 것이라는 알 수 없는 자신감 혹은 에이 설마 그런 일이 나겠어하는 그간의 인생의 평안에서 추론하는 설마 의식이 인당 거의 10만 원에 육박하는 여행자보험료를 그저 어쩐지 참 아깝다는 마음이 들게만 하는 듯도 하다. 하지만, 그 "푼돈"을 아끼지 않았던 덕에 차를 홀랑 털리는 박진감 넘치는 여행에서 꽤 많은 부분을 "보전"받을 수 있었던 이후 우리 가족에게 이후 여행자 보험이란 필수!! 또 여행 가서 병원이라도 급하게 가는 일이 생기면 정말인지 외국인은 "호구" 그 자체가 되는 경우가 태반이기 때문에 반드시 들고 가기를 추천한다. 요즈음엔 인터넷으로 꽤 좋은 상품을 저렴하게 파는 보험사들이 많기 때문에 한두 번 골라두면 쉽고 빠르게 필요할 때마다 들 수 있으니 한두 번만 고생스럽더라도 여행자 보험을 공부해서 들어보길.


5. 이 여행이 이 생의 마지막 방문일 수 있다. 보고 싶은 건 다 보고 먹고 싶은 건 다 먹어라!

다른 건 몰라도 해외여행을 갔다면 보고 싶은 건 최대한 보고, 먹고 싶은 건 최대한 먹으라고 말하고 싶다. 세상은 넓고 갈 곳은 많기 때문에 지구 반대편까지 날아가는 여행이 내 인생 몇 번이나 더 올지 모르지만, 특히나 부모님 세대에는 같은 여행지를 또 가시게 될 가능성은 아주 작다. 또 기회가 생기시면 분명 안 가본 데를 가겠다고 하실 가능성이 99.9%이기 때문!! 그렇기 때문에 이 생에서 이곳의 여행은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돈이 좀 비싸 보여도 남들이 보니 좋더라 하는 데는 어지간하면 다 들어가 보길 추천하고, 먹어보니 맛있더라 혹은 지나가다 보니 맛있어 보인다, TV에서 봤었는데 먹어보고 싶었다 하는 건 다 먹어보길 추천한다.

유럽의 어느 국가들은 뭐 가야 할 궁전이 서너 개는 기본인 나라들이 있다. 입장료가 저렴한 것도 아니면서! 그러다 보면 여기도 거기랑 비슷하겠거니 하고 예산을 생각해서 아쉽지만 생략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한국 가서 헛돈 몇 번 덜으면 그 입장료 내고 남는다. 한국 가서 외식 몇 번 덜하면 지금 여기서 먹어볼 것들 아까워 안 하고 다 먹을 수 있다. 그러니 여행을 계획할 때 입장료와 식비는 넉넉히 잡아두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혹은 몇 번은 적당한 수준의 식사를 하다가 한두 번은 정말 괜찮은 곳을 방문해 보는 식으로. 요새 우리 집은 공유 숙박의 세계에 빠져서 한국에서 가져간 기본양념으로 현지 조달된 재료로 밥을 해 먹고 몇 번은 정말 유명한 현지 음식이나 레스토랑을 방문하기도 한다. 요약하자면 어쨌든 이 나라는 이번이 끝이라는 생각으로, 다음은 없다는 생각으로 볼 것을 보고 즐기고 먹으라는 얘기.



작가의 이전글 거문도, 백도에서 아빠는 할머니가 보고 싶다고 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