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새벽보배 Jan 05. 2019

남동생이 먼저 결혼해도 괜찮아!

제 결혼은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새해 벽두부터 엄마 아빠랑 세게 한판 했다. 성인이 되어 집을 떠나 독립해서 사는 딸이 세상 나 혼자이겠냐마는 국내 지방 어드메도 아니고 멀리 남의 나라 지방에 사는 딸이, 얼굴이라도 보고 새해인사를 하겠다고 영상통화를 걸어놓고는 집안일 이야기를 하다가 화가 단단히 난 것이다. 딸이 버럭 했고 엄마도 버럭 했고 옆에서 그걸 보던 아빠도 버럭 했다. 참 요란한 새해인사였다. 그리고 서로 단단히 마음이 상해서 "끊어!"를 외치고 뚝.


"차라리 전화를 하지 말걸 그랬나? 아니지 아니지, 이건 분명히 엄마 아빠가 잘못한 거지! 그러게 왜 나한테 말을 안 해! 이건 가족 간의 심각한 소외감 조장의 문제이니 엄마 아빠의 잘못이지! 아니, 그게 뭐라고 왜 숨겨~? 숨긴다고 없던 일이 되는 것도 아니고, 평생 모르고 살 것도 아니고, 숨겨봐야 나중에 그 사실을 알게 되면 이렇게 짜증 엄청 부릴 거 뻔히 알면서!!" 새해 벽두부터 모두 마음 상하게 한 게 또 내 마음 편할리 없으니 혼자 궁시렁 궁시렁 후회를 하는 건지 자기변명을 하고 있는 건지..


그러니까 그 별것도 없는, 하지만 나에게는 꽤 별것이었던 집안일이란 "남동생놈의 상견례"였다. 작년부터 스멀스멀 이야기가 나오던 남동생의 결혼 문제는 어쩌다 보니 내 앞에서 가족들이 "매우 조심스레" 얘기를 꺼내야 하는 주제가 되어 있었다. 그 이유야 뭐 4살이나 나이가 많은 누나가 결혼을 안 하고 있으니(이제는 나도 헷갈린다, 안 하는 건인가 못하는 것인가, 그러나 또 굳이 해야 하는지도 잘 모르겠달까), 혼기가 다 찬 동생놈이 순서를 앞질러 결혼을 하는 게 이상할 것도 없지만, 또 사실 뭐 결혼이란게 어디 순서란게 정해져 있는건가 싶지만, 부모 입장에서야 그게 그렇게 편하지도 않으셨던 모양이다. 게다가 개인은 깨인사람이라 자칭하지만 어느순간에는 갑자기 지멋대로 지맘대로 아주 보수적이고 한국적인 유교적 예의범절의 기준을 갖다 대 버리는 그 둘째 딸년의 하는 말이 하는 족족 틀린 것도 딱히 없으니 한번 논쟁이 붙으면 결론은 나지 않지만 서로 마음만 상하다 말곤 했던 것이다.


남동생이 먼저 결혼을 하는 건 전혀 상관이 없어! 다만,


동생이 먼저 결혼을 하는 건 사실 상관이 없다. 지 인생 지가 살겠다는데 뭐 어쩔껀데? 너 같은 놈 누구라도 데려가 준다니 세상 감사한 일이지! 다만, 그 의사가 결정되는 과정이 마음에 안 들었던 것뿐이다. 일단 나는 그 아이의 여자 친구를 보지 못했다. 문자든 통화든 인사 같은걸 나누어 본 적도 없다.

그런데 엄마 아빠가 동생을 그 아이와 결혼을 시킬까 싶다고 하길래 "가족"으로서의 의견을 묻는 거면 나는 본적 없는 사람이니 의견이 있을 수 없고, 서로 인사도 나누지 않은 사람을 "가족"으로 받아들이라고 한다면 그 또한 나는 거절하겠다고 했다. 물론 내가 해외에 나와 살고 있으니 얼굴 보고 인사시키기가 쉬운 일은 아니겠으나, 그렇다고 내가 평생 한국에 안 갈 사람도 아니고, 만나지 않으면 인사할 방법이 전혀 없는 것도 아닌데, 인사 정도는 하고 나서 진행하는 게 맞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하여 서운함이 없지 않았다.


만약 언니가 고른 누군가를 똑같은 상황에서 결혼을 시킨다고 했으면 열 번 물을 일도 없이 찬성했을 것이다. 언니는 늘 옳은 선택을 했었고, 자기 선택에 책임을 지는 사람이었다. 누구에게 쉽게 휘둘리는 사람이 아니었고 깊이 있고 현명했다. 그러니 언니의 말이라면 의심도 걱정도 할 필요가 거의 없었다.  하지만 이 "남동생놈"의 결혼은 얘기가 다르다. 자세한 이야기는 내 차마 여기에 일일이 고하지 않겠지만 어쨌거나 그러하다. 게다가 집에 딱 하나 있는 그 귀한 아들을 덜컥 장가를 보냈다가 "며느리"와 "시어머니"의 고부갈등이 촉발하여 집안이 소란해지는 일이 생긴다면, (보통의 경우 그 누이들이 엄마를 부추기든가 이간질하든가 하더라마는, 이 집에선 그런 일은 딱히 없을 것이다. 호랑이 같은 둘째 누이 덕에 시어머니도 며느리도 논리적으로 옳지 못하면 편을 얻지 못하리니) 그 "시어머니"역할의 우리 "엄마"가 나와 우리 언니를 얼마나 볶을 것인지 이미 눈앞에 선하다. "집안의 분란을 정리하는 장남 같은 입장"으로 이 상황을 지켜보면 나는 신중에 신중을 기하는게 맞다고 생각했을 뿐이랄까.?


어쨌거나 단호박인 둘째 딸이 "절차"의 문제로 이이를 제기하며 동생 결혼 얘기만 나오면 분란이 생기게 되자 아빠는 "동생의 결혼에 너는 의사 결정권은 없다! 이것은 본인의 의지(70%)와, 부모님의 허락(20%), 형제의 동의(10%) 정도의 영향력을 바탕으로 결정될 일이니 니가 뭐라고 할 수 있는 게 아니다"라고 마지막 카드를 던지셨고, 그 카드를 받은 둘째딸은 "인정한다. 걔 인생이니까 걔 결혼은 갸 몫이다. 그런데 그럼 그 결혼식에 참석을 강요하지 마라. 결혼식에 가서 같이 가족사진에 얼굴을 박아주고 말고 하는 건 온전한 내 의지에 따름이고, 가족으로서의 의사결정권을 받지 못했다면 나는 그 결혼에 가족으로 참석하지 않겠다"라고 카드를 던졌다. 이러니 모두가 행복한 결론이 날 수가 없지. (아 써놓고 보니, 언제부터 우리 집의 결혼 결정이 본인의 의지에 70%나 결정권이 있었던가 하는 의문과, 동생놈은 과연 의지를 70%는 가지고 있는 걸까 하는 궁금증이 꼬리를 무는군.... 험험)


내 주장은 명쾌했다고 생각한다. 어쨌든 생판 남인 사람이 "가족"이란 "관계"를 맺을 생각이면 어찌 생겨먹은 사람인지 서로 인사라도 나누고 말이라도 섞어 보아야(그러니까 우리 서로 간은 봐야) 하는 게 맞는 게 아닐까 싶었다. 그간 가족 구성원으로 내 동생놈을 보아온 경험치와, 나도 세상 살만큼 살아왔으니 사람 보는 눈이 없이 않음에 따라 합리적인 이유를 바탕으로 이 결혼 죽어도 반댈세 하고 나온다면야 재고를 해야 할 일일 것이고, 상대방 쪽도 내가 이 남자 하나 보고 결혼하려고 했더니 가족 중에 웬 미친년이 하나 있으니 이 길은 가지 말아야겠다 하고 결정할 수도 있을 일이었다. 그 정도가 아니라면야 그때 결혼을 허락하든 말든 하고, 결혼을 하는 걸로 결정이 나면 그때 가서 상견례를 하는 게 맞는 게 아니냐 하는 것이다. 아니면 향후 생길지도 모르는 어떠한 크고 작은 집안의 분란의 모든 책임에 대한 각서라도 미리 쓰든가.

혹은, 나와 동생의 상황이 서로 얼굴을 맞대 인사할 수 없다면 동생 놈이 적어도 어떤 수단이든 방법인지를 동원하여 자신의 결혼의사를 나에게 전하고 어찌어찌 자신의 배필이 될 여인을 소개라도 했어야 하는 게 맞는데, 당사자들은 어디 가고 왜 엄마 아빠가 둘러둘러 집안의 대사를 "진행"했음을 알리기만 하는 것인가! 에 대해 강하게 불만을 제기했을 뿐이다. (안다, 내 동생이 그 정도의 도리를 할 줄 알았다면 결혼한다 했을 때 두말없이 "축하"만 건넸을 것이다. 참 어찌 같은 부모 아래 나온 자식인데 하나만 유독 별생각 없이 세상을 사는가, 신기할 따름이다)


어쨌거나 그래서 얼렁뚱땅 "상견례" 날을 잡으려던 엄마 아빠한테 순서와 절차의 문제를 바탕으로 나는 조목조목 나의 불만을 엄마 아빠한테 피력했었고, 1월에 니가 한국에 오면 서로 인사를 하고 나서 결정하자라고 정리가 된 것이 지난 페루 여행에서였다.


이미 상견례는 끝났고, 예식장은 예약되었다.


살갑기로는 세상 일등인 가족들이니 멀리 떨어져 살고 있으니 매일 카톡을 하고(이건 뭐 같이 사는 사람들 같아), 오늘은 뭘 먹었나, 무슨 일이 있었나, 내일은 뭘 하나 이런 소소한 이야기를 항상 나누는 건 물론 일주일에 한 번은 전화든 영상통화든 한 시간 이상씩 하면서 늘 "별일 없어? 재미있는 일 없어?"를 묻는 나에게 "없어 맨날 똑같지 뭐"라고 답하는 엄마 아빠였는데. 새해 인사를 하면서 한참 수다를 떨다가 곧 돌아올 나의 휴가에 그럼 동생 놈 커플을 불러 그럼 얼굴이라도 같이 볼까? 하며 이야기를 하다가 문득 생각나서 "상견례 날짜 잡았어?"라고 물었더니 "상견례 이미 했지~!"라고 엄마가 답한다.


응? 뭘 했다고? 아니, 매일 그렇게 얘기를 하는데, 매주 통화를 하는데, 언제 어디서 상견례를 했단 말인가. 분명 주말에 통화할 때 부부동반 동창모임에 간다고 했었고, 뭐 송년모임 같은 델 간다고 하긴 했어도 상견례의 시옷도 얘기가 안 나왔는데, 그럼 나한테 말을 안 한 걸까 아니면 모임중 하나는 "거짓말"이었을까 짜증이 확 난 것이다. 이제 이것은 동생놈의 결혼이라는 "본질"에서 멀어지고 "가족 간의 소외"와 "거짓말"문제로 흘러가게 되는 파국을 맞게 되는 것이었다.


"니가 ㅇㅇ이 결혼 얘기랑 상견례 얘기만 나오면 뭐라고 하니까 눈치 보느라고 그랬지!!"라는 엄마의 "미안하기는 하지만 그 원인은 모두 니탓일세" 하는 내가 가장 싫어하는 책임전가 핑계와 "너 진급 평가 앞두고 신경 쓸 거 많을까 봐 아빠가 나중에 오면 말하자고 했다"라는 배려형 핑계를 듣고 났더니 짜증이 두배가 됐다.


"왜 말은 엄마랑 아빠가 안 해놓고 그게 나 때문이라고 말을 해~?! 내가 눈치 보랬어? 눈치를 본건 엄마가 선택하고 왜 내 탓이래!! 그리고, 진급 평가든 뭐든 누가 배려해달래? 진급 때문에 신경을 쓰는지 안 쓰는지 아빠가 어떻게 알아~?! 그깟 진급 그게 뭐라고 신경을 써~!! 신경 하나도 안 썼거든? 그리고! 신경을 쓴다한들, 그건 내 사회생활일이고 이건 집안일이잖아! 서로 카테고리가 다른데 왜 묶어서 나 위해주는 척 얘기를 하고 말고를 아빠가 정해! 그게 기분 더 나빠!"


성질을 바락 내는 딸에게 엄마가 안 하는 게 나았을 말을 던져 안 그래도 활활 타는 딸내미 성질머리에 기름을 콸콸 부어 주셨으니,

"야! 너 브런치에 쓰는 글이랑 블로그에 쓰는 거랑 너 이러는 거랑 정말 달라~! 알아?"

"헐, 다르긴 개뿔 뭐가 달라~!! 엄마 이제 내가 쓰는 글 읽지도마! 블로그도 보지 마!!"

이렇게 걷잡을 수 없게 되다가 "뚝"하고 새해 첫 통화는 끝나고 말았다.


그렇다. 여행기만 읽으면 세상 착한 딸이지. 그렇다고 그 여행기가 거짓은 아니다. 여행을 고르는 마음, 여행을 준비하는 이야기, 여행의 이야기 그 모든 것이 거짓이거나 과장한 것은 없다.(나의 속 터짐을 축소했다면 했지. 아니 표현할 능력이 부족했겠지)  심지어 브런치의 대문에 " 효녀 코스프레를 합니다만 성격은 결코 온순하지 않다"라고 써두지 않았던가! 게다가 여행기에 여행 가서 싸운 이야기도 가감 없이 올리고 있지 않은가. 블로그에 가끔 편편이 드러내는 "열폭성 글질"을 보면 내 성격이 고대로 드러나고 있지 않은가! 엄마야 별생각 없이 던졌겠다만, 또 본질과 전혀 다른 방향으로 불길은 활활 번져나가 그냥 전화를 끊는 게 최선인 상황을 만들고야 만 것이다.


잘 먹고 잘살아라, 이젠 한가정의 가장답게.
단, 네 집 말고 내 집에 분란이 생긴다면 그땐 응징하리라

어려서부터 엄마의 남동생 사랑은 유별났다. 뭐 내 브런치 어드멘가 이미 적어둔 목숨과 바꿀뻔한 귀한 아들이기도 하고, 모든 자식이 다 귀하지만 자식 셋 중에 모유를 못 먹은 유일한 녀석이라 그런지 어릴 때부터 잔병치레가 유난했던 것도 마음에 걸렸을 것이고, 똑똑하고 잘난 누나들 기에 눌려 이래저래 구박받는 게 안쓰러워 그럴지도 모르겠다.

그렇다고 내가 동생 놈을 미워하냐면 딱히 그럴 이유도 없다. 집에서야 부족하다 모자라다 구박하고 혼내지만 고만고만 갸 나이대의 애들과 비교해보면 심성 착하고 인물 훌륭하고 뭐 나사 하나 빠진 팔푼이도 아니고, 머리도 좋고 공부도.... 음.....(화제의 급전환) 사회생활 잘하고 싹싹하고 바른 아이다. 다만 내 가족, 내 동생이다 보니 조금은 더 나은 사람이었으면 하는 욕심과 바람으로 한번 더 혼내고 한 번 더 지적했겠지. 또 혼낼 때마다 싸고도는 엄마랑 언니 때문에 한 대접 퍼부을 거 세 대접 퍼붓기는 했겠다.


결혼이란 해보지 않았으니 그 실체를 온전히 알지는 못하겠지만(해본다고 또 온전히 아는 것도 아니더라. 곧잘 돌아오는 분들을 보면) 적어도 개인과 개인의 문제가 아니란 것 정도는 안다. 마이클과 제인이 되어 외국에서 결혼하는 게 아닌 이상, 한국 사회에서 결혼이란 집안과 집안의 문제이고 둘만이 있을 땐 없을 문제가 집안이 만났기에 생기기도 한다. 시부모와 며느리 사이의 줄타기, 친정부모와 딸 사이의 줄타기에 아슬아슬하지 않게 그 균형을 잘 잡아야 할 테고, 세상이 어쩌네 저쩌네 해도 한 가정의 가장 역할을 온전히 하려거든 내 식솔을 굶기지는 않겠다는 굳은 다짐도 있어야 할 테니 매사 결정함에 있어 "욱"하던 "내"마음을 잘 다스려야 할 테다. 집안 대소사에 잊지 않고 안부인사든 축하인사든 꼼꼼히 챙겨 도리를 다해야 할 테고, 집안일은 공평히 나누어 하나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내가 더 함에 불만이 없어야 할 테고, 씀씀이도 잘 조절하여 발 뻗고 잘 집과 세간도 건사해야 할 테다.


독립적인 가정을 꾸려 끌고 나가기 위해서는 온전히 자립 가능한 두 사람의 성인이 슬기롭게 함께 헤쳐가야 할 긴 여행 같은 것이다. 그 길을 떠나는 동생 놈이(역시 동생 뒤에 놈을 아직 빼 주지는 못하겠다! 네 이놈!!) 얼마나 그 길을 현명하게 헤쳐나갈지 모르겠지만, 부디 가벼이 여기지 않고 철없이 굴지 않길 바란다. 만약 그 처와 그 엄마 사이의 갈등이 있다면 집안 문제로 번지기 전에 현명하게 불씨를 잘 꺼주길 바라며, 이 사람 반품하고 싶다는 요청이 들어오지 않도록 행실을 바로 했으면 한다. 이 집안, 반품은 안 받는다. 적어도 넌 안 받는다. 갈 땐 네 맘대로 갔을 수 있었을지 모르나, 반품은 네 맘대로 할 수 없을 것이다.


참고로, 제 결혼은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동생의 결혼식날을 슬쩍 떠올려 본다. 가까운 주변인들을 떠올려보니 "동생이 결혼하는데 넌 뭐하냐" 같은 무례한 말을 함부로 막 할 사람들이 없다. (나를 아는 그들도 안다. 함부로 던졌다가는 본전도 못 찾을 거란 걸.) 오히려 나를 아는 지인들은 "아휴~ 능력 좋은데 결혼 같은 거 하지 마~능력 있겠다 자유롭게 여행 다니고 네가 세상에서 제일 부럽지~!!"(자기들은 다 결혼해놓고 나더런 하지 말래!) 하며 결혼을 말리거나, "야, 요새 여자들 다 늦게 하잖아~ 니가 지금 결혼을 못하는 것도 아닌데 더 놀다가 결혼해~!"(제가 안 가는지 못 가는지 저도 모르겠는데, 그리 말씀해 주시는 건 감사하긴 하지만, 지금 그거 혹시 위로였던가요?) 하며 독신생활의 연장을 권한다.


잘 모르거나, 안 친한 친척들이 괜히 한마디 건네고 싶어서 별생각 없이 아무 말 대잔치를 하면서 막던지겠지. 좋은 날이니 어지간히는 참아주겠지만, 안 참고 쏘아붙였다가는 또 동생이 먼저 결혼하니 샘이 나 그런다고 또 막던 질 테니 그건 참아야 하나 싶다가도... 그다지 참을 나는 아니겠구나 싶기도 한다. 그러니 부디 좋은 날 잔칫상 뒤집어 엎을 일은 안 생기길 바랄 뿐. 갈 때 되면 알아서 갈 거고, 안 가고 싶으면 그마저도 내가 결정하여 가지 않을 테니 누구의 결혼에 나의 일정까지 묶어서 휘두르진 말아주시길 바란다.


아, 그래서 동생 결혼식에 갈 거냐고?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


결혼, 회전목마, 뉘른베르크가 떠오르는 이 사진은 정작 모스크바에서 왔다.


매거진의 이전글 자존감이 금수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