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이 난리여도 로컬리즘은 살아있다.
얼마 전에 광교에 오픈 중인 앨리웨이에 다녀왔다.
1,000세대가 채 안되는 주상복합 아파트의 상가라고 보기엔 사이즈가 좀 크고, 주변 아파트들도 있긴 하지만 멀지 않은 거리에 아브뉴프랑도 있고, 롯데아울렛도 있고... 지하철역은 도보로 오가긴 조금 멀다.
보자마자 아파트 한 단지로 운영하긴 어려운 규모이고, 차로 오가기에는 경쟁몰이 많고, 도보로 오가기엔 다소 머니... 이걸 어떻게 운영할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는 이야기.
그런 어려움을 고려한 것인 지 커다란 구조에서부터 손이 엄청나게 간 흔적들이 보이는데,
우선은 동선의 흐름이 생활편의시설/매장들을 모아둔 구역과 그로서리와 식당들을 모아둔 구역을 나누고, 그 구역 간의 연결 동선을 골목처럼 구성했다.
내게 있어 걷고싶은 길이란, 걷는 중에 이벤트가 잦은 거리라고 생각하는데, 이곳이 계속 소소하게 눈길이 가고 발길이 가는 그런 조건을 충족한다고 생각했다.
날씨 좋은 날 널부러져 있기 좋은 공간도 있어서 그랬지만,
쉽게 보이던 브랜드나 프랜차이즈 매장들은 거의 안보이고 동네 가게 같은 곳들이 많이 들어와 있어서 더 그렇다.
‘다곳’ 이라는 마트는 아주 매끈하진 않지만 진열대의 소재 덕인 지 정거운 느낌이 물씬. 나무재질에 직접 인쇄한 홍보물은 매우 고퀄인데다가 따뜻한 느낌까지.
‘게방찬’이라는 장류 전문 찬가게(게방식당에서 한다지?)는 아주 정갈하고,
가오픈했다는 ‘아오로’라는 레스토랑은 아직 모든 메뉴가 준비되지 않았지만 내 눈을 맞추며 친밀하게 맞아준다.
조금 더 진화한 ‘밀도’는 규모감과 구색도 갖췄고,
김소영-오상진 부부가 함께 하는 ‘책발전소’는 북클럽을 운영하며 작은 세미나 같은 걸 열면서 동네 사랑방 역할도 할 수 있겠더라.
안테나가 민감하게 바짝 서 있는 남자들이 좋아할 만한 셀렉샵 ‘스트롤’은 수준이 있으면서도 개방감이 있어 들어가서 산책하는 기분으로 휘휘 둘러보는 것 만으로도 즐겁다.
직접 가보진 않았지만, 앨리키즈 크리타는 이곳 밖에서는 보기 어려운 커리큘럼을 자랑하며 아이들에게 수준 높은 체험 학습을 제공한다. 교사들의 수준을 생각하면 카피가 어려울 것이고, 아이를 맡긴 부모들이 여기저기를
누비며 소비를 해 줄거라 꽤 긴 시간 동안 킬러 컨텐츠로 중요한 역할을 할 듯.
이런 것들이 더 매력적인 것은, 이 가게들이 마치 누군가가 틀을 잘 짜서 기획한 것 처럼 정돈이 잘 되어있다는 것인데,
단지 한 회사가 그걸 모두 맡아서 고민하고, 조율하고, 만들고, 운영한다니... ‘와우!’ 다. 담당팀 엄청 애쓰고 있을 듯.
예술적인 측면도 고려해서 카우스의 작품으로 시각적 충격과 함께 포스팅 가치를 충분히 줄 수 있도록 했고,
매장들 중간에 갤러리 같은 것도 보이더라.
반려동물을 배려해서 음수대도 따로 마련되어 있었는데,
반려동물의 크기에 따라 배려해서 마련한 물그릇 사이즈들 쪼로록 둔 것이 귀여워서 죽을 뻔.ㅋ
화장실 싸인도 너무 깜찍.
요런 센스 칭찬!!
상품이든 브랜드든 공간이든 지속성과 차별성 둘 모두를 갖추어야 영속성이 보장될 수 있다는 것은 이제는 모두가 아는 일이지만 이게 쉽지 않다는 것 또한 잘 알려진 이야기.
한곳한곳 깊이 파진 않았지만, 휘- 둘러보고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각 매장에 계신 분들 모두가 나와 눈을 맞추며, 부드럽고 나즈막한 목소리로 친밀하게 맞아주었다는 것.
역시 서비스 제대로 받은 기분은 친절보다 친밀이.
아직 모두 들어온 것이 아니지만, 앞으로 들어올 것들에 대한 기대감도 생기고, 동네에 이런 것들이 이런 식으로 모여있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동네에 살면 이런 것을 일상적으로 누릴 수 있다.’는 자긍심으로 가치를 높이고 싶다는 이곳 관계자의 말씀은 틀림없이 진실일 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