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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형 Oct 15. 2021

식빵언니의 탄생 01.

세계 배구왕 김연경선수, 삼립의 모델로 진짜 식빵언니 되다.

재미있는 걸 또 하나 했다.

2021년 10월 14일, 아직도 진행 중이다.

식.빵.언.니.


짧은 기간만 허락된 제품이라.

미루고 미루다가,(실은, 미공개 액션 프로그램이 남았었는데… 내 개인의 글에 먼저 공개할 수 없어서)

식빵언니의 열기가 완전히 식기 전에 이게 어떻게 만들어졌는 지 좀 상세히 쓰고 싶었다.

  - 기획하고 만들 때의 사고체계와 프로세스를 공유하고 싶기도 하고,

  - 내가 한 일의 포트폴리오로도 쓰고,

  - 기록해 두었다가 나중에 머리나 감이 안좋아졌을 때 다시 읽어보며 복기하려고.


음… 좀 길게 쓸 거고,

이 글은 그 1편이다.

아주 짧은 기간. 쉽지 않았지만, 100% 만족은 아니지만, 그래도 나왔다. 식빵언니 '식', '빵'


2021년 8월의 어느 날.

남쪽 바다에서 가족들과 여름 휴가를 보내고 막 서울로 출발해서 쉬엄쉬엄 올라오고 있던 내게 전화가 왔다.

보스의 전화다.


'매우 요약'하면 이렇다.


'어이- 휴가 잘 보내고 있음? 그대 없으니까 회사가 휑함 ㅎㅎ..'

'앗 안녕하심? 제가 자리 비운 티를... 죄송.. 인계를 잘 못해놓고 온 모양임...'

'아. 그 이야기가 아님ㅎㅎ'

(중략)

'지금 이러이러하니, 김연경 선수 식빵 어떰?'

'오옷. 기다렸음! 아이디어도 있고. 잘 할 수 있음! 하고싶음!'

'ㅇㅋ. 그럼 고고. 예산 잘 해서- ㅇㅋ?'




바로 얼마 전에 인스타그램에 올렸던 말이. '실현될 수 있겠다' 싶었다.

아주 짧은 기간. 쉽지 않았지만, 100% 만족은 아니지만, 그래도 나왔다. 식빵언니 '식', '빵'

남쪽바다에서 집까지. 긴 시간 운전하는 코스였지만,

머릿 속엔 온통 '아.. 요 식빵언니를 어떻게 만들면 사람들이 좋아할까?'에 대한 생각이 핀볼 처럼 이리 팡! 튕기고 저리 팡팡! 튕겨졌다. 아- 신나. 재미있었다.




회사 복귀 즉시 예산, 일정 등 가능성을 타진했고,

양산형 베이커리를 하는 우리 사업 아이템의 마진이 그렇게 높지 않은 이유로.

우리는 모델료에 많은 금액을 투자할 수 있는 구조가 되지 못한다.


같은 그룹 계열사인 파리크라상과 함께 '두 회사가 모델료를 반반 나누어 지급하기로' 잘 협의하여,

영광스럽게도!! 삼립과 파리바게뜨가 김연경 선수를 공동의 식빵모델로 모시기로 했다.



1. 가능성?


 - 올림픽이 막 끝났고, 여자배구 일본전 승리, 4강 진출의 감격과 열기는 아직 남아있다.

 - 역대 세계배구선수 파워지수 1위(Source : Vollyballbox)인 모두의 히어로 김연경 선수가 국가대표 은퇴를 선언했다.

 - 김연경 선수는 세계 배구 대장이지만, 젊은 세대에게는 ‘식빵언니'로 더 유명하고, 사람들이 그 이미지를 무척 좋아한다.

 - 식빵언니로 알고만 있던 그 젊은세대들이 도올(도쿄 올림픽)을 보고 그녀의 배구에도 놀라버려 사랑에 빠져버렸다.

 - 정서적, 재무적으로 성공할 수 있다. 아아... 타이밍이 중요한데,

 - 컨셉설정, 상품개발, 유통채널 협상, 커뮤니케이션 컨텐츠 기획, 제작...스티커와 굿즈까지 하려면...

 - 벌써 8월 중순. 시간이 없다.

 - 그리고, '예산 잘 해서-'의 의미는.. 그렇다. 그거다. 그래. 사업인데. 남는 건 있어야지.


2. 고려해야 할 것

 - '식빵언니'라는 별명이 욕에서 비롯되었는데... 진짜 욕으로 받아들일까? 그런데 왜들 그렇게 좋아할까? 싫어하는 이는 없을까? 리스크로 번지진 않을까?

 - 어떤 유명인이 욕을 하면 사람들에게 더 큰 욕을 먹고, 어떤 유명인은 욕을 해도 시원스럽다는 말을 듣는다. 심지어 욕 좀 한 번 해달라고 부탁도 한다. 그러면서 욕을 먹은 후 열광까지 한다. 이건 상식인가? 일부에 해당하진 않는가? 지속성이 있을까?

 - 김연경 선수의 욕은 쌍욕이 아니라 적에게, 갈등관계에, 내적 불안감에, 나를 힘들게 하는 어떤 요소에 날리는 시원스런 배설이라서 괜찮은걸까?

 - 이쯤되면, 우리가 만들어 팔려는 것이 식빵인가? 식빵을 주제로 한 컬쳐인가? 컨텐츠인가? 짤인가? 밈인가??

 - 팀 전체가 호빵시즌 준비로 바쁘다. 갑작스레 규모도 있고, 중요도도 높은 일이 팀에 부담이 될 수 있다. 동시에 잘하고 싶은 욕심도 생긴다. 국민적 관심도 관심이지만, 순전히 팬심으로.

  

 작년에 호빵 담당으로 호찜이로 이슈몰이도 성공하고, 호빵 역대 최고 매출로 성과도 훌륭했고, 고생도 많이 한 BO대리에게 (미안했지만) 부탁을 했다. '저... 나랑 식빵언니 같이 할래?(주로 당신이 다 하고 난 잔소리만 할거야. 뭐 요런 이야기)'

 다행이 흔쾌(한 지는 잘 모르겠고), 수락을 해줬다. 아직 끝이 아니고, 지금까지 너무 잘 하고 있다. BO댈- ㄸㅋ


3. 컨셉 만들기

  - 유명인이. 지금의 한국사회에서의 미혼인 여자가, 국가를 대표하는 선수가, 툭하면 공중파 TV에 나오는 사람이, 누군가에게 욕을 했던 일로 더 유명해지고, 그걸 나쁘게 보지 않는다. 오히려 시원스럽다? 멋있다?

  - '내가 그 사람과 늘 같은 편이고, 상대가 공공의 적이면 그럴 수 있겠다.' 라고 가설을 세우고. 일단 '내 편'에 무게를 두기로 했다.

  - 그리고, 1년이 넘은 코로나, 학교도 잘 못가, 보고싶은 사람들 한자리에 모이지도 못해, 술 마시다 10시 넘으면 나가야 해, 취업도 안되, 연애도 어려워... 여러모로 그냥 어려워! 답답해! 누가 통쾌하게 한 방 날려주면 내가 든든하고 시원하겠어! 이런 의식도 깔려있겠지.

내 편이 되어주는 든든한 국민언니

  - 그래서 나온 컨셉은 '내 편이 되어주는 든든한 국민언니'

  - 컨셉을 제품에 포커스가 아니고, 캐릭터에 포커스를 한 이유는, 위에 2. 고려해야 할 것 에서 말한 것 처럼

    우리가 만들어 팔려는 것이 식빵인가? 식빵을 주제로 한 컬쳐인가? 컨텐츠인가? 짤인가? 밈인가??

    이쯤에서 이에 대한 답을 내렸기 때문. 이건 단지 제품만이 아니다. 컨텐츠고 짤이고, 밈이다.


좀 됬지만, 유명한 신봉선 짤도 그런 것.

기업이 기획한 게 아니고, 사람들이 만들어 낸 컨텐츠에 기업이 올라탄 것.

  - 시간이 없으니까. 이 정도로 가자. 지금은 실행이 중요해!

  - 보고 드리고, 단 몇 번의 변경 만을 거쳐 확정. 콜.


4. 상품기획

 - 위에 2. 고려해야 할 것에도 컬러까지 넣어 강조해서 썼지만

   우리가 만들어 팔려는 것이 식빵인가? 식빵을 주제로 한 컬쳐인가? 컨텐츠인가? 짤인가? 밈인가??

   (이걸 계속 강조하는 이유는, 이 부분이 식빵언니의 핵심이기 때문)

 - 당연히 그냥 식빵은 아니다. 이건 재미있는, 하지만 길게 가진 않을 문화의 일부다. 짤이고, 밈이다. 컨텐츠다. 과거 경험한 홈플러스 버추얼스토어, TOMS와 스티키몬스터, 죠스 어묵티, 던킨 떡볶이 도너츠 같은. 그런 거다.

 - 그렇게 하자면, 상품을 신제품으로 내야 했다. 그런데 거쳐야 하는 절차도 많고, 시간도 없다.


식빵 담당 마케팅부서의 K팀장님이 아이디어를 냈다.

 - 이걸 지금부터 새롭게 신제품으로 검토하면 9월 내엔 어림 없어요.

 - 9월 9일에 CVS에 들어가기로 한 신제품이 있는데, 그걸 이 식빵으로 바꿀 수 있을 거예요.'

 - 단, 품질은 양보할 수 없으니, 맛도 있고, 질감도 좋은... 지금 고객분들 선호도가 높은 것 중에... 로만밀? 탕종? 그래. 탕종식빵이 좋겠어요.

 

'오올- 좋아좋아. 편의점에 들어가기로 한 제품을 다른 걸로 바꿀 수가 있었구나!

그럼 기존 제품에 김연경선수 초상권을 넣어 패키지만 가는 것 뿐 아니라.

신제품도 콜이로구나! 오케이. 계획대로 되고 있어.'


 - 젊은층이 주로 이용하는 편의점과 온라인은 신제품으로 가고, 사이즈로 베리에이션!

 - 편의점용은 중식빵 이상은 좀 크고 부담스러우니까 소단량 3입 짜리로.

 - 편의점에 유통되는 2입, 3입짜리 식빵이 대개 1,500원~1,800원 정도 하니까. 그 정도 선에서 맞추는 걸로.

     * GS25 브레디크 식빵25 : 2입 1,500원

      세븐일레븐 브레다움 로스팅호두식빵 2입 1,800원

      세븐일레븐 건포도식빵 : 2입 1,500원

 - 온라인용은 배송비 등등이 있으니 10입 짜리 두 봉을 넣고 외포장은 박스로 해서 7,900원

 - 본래 주로 많이 판매되는 채널인 할인점과 대리점, 수퍼마켓은 기존 판매되는 식빵 패키지에 연경느님 멋진 모습 넣어서 리뉴얼만 (기간한정으로) 하고 가격은 유지.

 (런칭 직전에 가격 조정 이슈가 있었으나, 그리고, 가격 조정에는 식빵이 들어가야 실제 효과가 있으나, 김연경 선수에게 폐를 끼칠 수도 있어서 가격조정 대상에서 빼기로 함.)


 자. 요렇게 가는 걸로. 빠르게 정리!


4-1. 네이밍과 슬로건

 - 자... 그러면 네이밍 대상은 편의점과 온라인용 신제품만.

 - 요즘 고객분들께 인기 좋은 탕종법으로 반죽해 만든 식빵(찰지고 촉촉한 게 특징!)으로 해서 패키지에 김연경 선수 초상권 넣고... 그러면 상품명은 무조건이지 뭐. 그냥 '식빵언니'지.

 - 상표등록이 안될 것 같긴 하지만... 그래도 혹시 몰라 상표검색을 했는데, 어라? 타인이 선출원 중인 건이 나온다. '아... 바로 지난 5월이네? 이게 등록이 되나?? 이런..우리가 먼저 해둘걸.'

 - '식빵언니'라는 말이 워낙 특정 유명인의 별명으로 저명해진 후에 출원한 거라. 등록될 가능성이 높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기도 했지만,(그 짧은사이 법무검토도 받음)

 - 지난 5월 출원이면, 등록결정이 날 때 까지는 시간이 꽤 남아 있고, 우리가 이 테마로 하는 모든 영업활동이 끝난 후에도 등록결정이 되기 전일 거라. 아직은 식빵언니라는 말이 누구의 것도 아니어서 그냥 사용하기로 함.


이렇게 제품명은 ‘식빵언니’


 아무리 '컨텐츠로서의 상품'이라고 하지만, 그래도 어딘가에 상품 특성도 설명해줘야지.

 - 탕종식빵이니까. 촉촉하고 찰진 게 특징. 그 두 가지 중에 딱 하나만 이야기 하자. 다른 말할 것도 많잖아.

 - 연경느님이 배구선수니까. 스파이크!! 촉촉한 스파이크보다는 찰진 스파이크가 어울리네. ㅇㅋ 굿굿.

 - 제품 슬로건은 '식빵언니의 찰진 스파이크!'로 ㄱㄱㄱ.


4-2. 디자인

 - 상품명을 '식빵언니'로 정했으니, 가장 식빵언니 답게. 세간에 화제된 그 맥락이 잘보이도록. 직관적으로.

 - '식빵'의 입모양을 표현하면 재밌지 않겠어? 패키지는 소리를 내지 않으니까. 부담도 덜하고ㅎㅎㅎ


 - 너무 막 끄적인거라 부끄럽지만, 아이디어 노트를 공유하면... 요렇다.

제품명만으론 부족했다. 뭔가 강력한 게 필요해서 끄적인 아이디어(공개할 줄 알았다면 글씨 잘 쓸껄)

 - 연경느님 얼굴을 두 개 넣고, '식', '빵' 각각의 입모양을 넣으면. 갖고 싶겠다. 사진찍고 싶겠다. 인스타그램에 올리고 싶겠다. ('이 식빵 참 먹고 싶겠다' 말고)

 - 이렇게, 패키지 앞, 뒷면에 하나씩 넣으면 좋겠다 했다가,

 - 편의점용은 3입 짜리. 1,500원 혹은 1,800원으로 설정할테니... 한 번에 두 개를 선택할 수 있도록 유도해도 큰 부담 없겠다. 두 개를 사서 나란히 놓고 사진을 찍어야 완성이 되도록.

 - 그 간 해오던 스타일과 너무 달라서 살짝 이견들이 있었으나. 운도 좀 따라주고... 시간도 없고…ㅋ 해서 통과!

 - 디자인팀 YS팀장님도 이런 아이디어를 바로 받아들여 빠르게 디자인 해서 퀄리티 휙! 올려주시고.

시간이 없었음에도, 여러가지 시안을 냈었으나, 발주 하루 전까지 뒤집히며 이것이 최종본.
출시하던 9/9에 내가 직접 찍은 사진. 하나는 '식', 하나는 '빵' 요렇게 놓고 사진 찍어 올리고 싶죠?? 두 봉지 다 사세요-!ㅋ
온라인용 식빵언니의 외박스는 모델로서의 매력을 담아서(왼쪽), 외박스를 열면 그 안에는 편의점용과 얼라인해서(오른쪽)

 

 - 기존 제품들은, 날 잡아서 찍은 광고용 사진들 중에 주로 정적이고 카리스마 있는 모습들을 쓰기로 결정


자…

빠르게 이렇게 셋팅하기로.

어때…? 좀 괜찮아?


다음 스텝은 곧 2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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