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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디어셀러 Mar 30. 2017

17. 자료수집의 중요성

자료수집이 곧 책쓰기다

허영만은 자타가 공인하는 대한민국 최고의 만화가이다. 그런 허영만도 연재 원고 1회분(25~30쪽)을 그리려면 방대한 자료를 수집한다. 참고 서적 20~30권을 펼쳐놓고 조사하는 것도 부족해서 한 번 취재를 나갈 때마다 수십 롤의 필름을 찍는 것은 기본이다. 오늘날 허영만을 최고의 만화가로 만든 것은 이러한 자료의 힘이 아니었을까?     


지식의 테라포밍     


책을 쓰는 일은 지식의 테라포밍이다. 테라포밍이란 우주선이 낯선 행성에 가서 현지의 자원을 조달해서 기지 등을 짓는 것을 말한다. 책쓰기도 마찬가지다. 자기 머릿속에 있는 지식은 한계가 있다. 자기 생각만 가지고 글을 쓰려고 하면 했던 말을 표현만 바꿔서 반복하기 쉽다. 내용이 풍부한 책을 쓰려면 글을 지을 재료를 외부에서 조달해야 한다.      


자료로 뒷받침되지 않는 의견은 골조만 남은 건물처럼 볼품없다. 글쓰기에서 저자의 주관적인 생각이 직접 개입되는 부분은 많지 않다. 글의 몸통을 이루는 나머지 부분은 외부에서 가져온 자료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글의 주인이 작가임은 분명하다. 이는 요리사가 시장에서 사 온 재료로 요리했을 때, 그 요리를 만든 사람이 시장 아줌마가 아니라 요리사인 것과 마찬가지다.     


창작은 편집이다     


책을 쓰는 일은 창작보다 편집에 가깝다. 0에서부터 온전히 저자의 생각만으로 쓰인 책은 없다. 소설이라고 할지라도 수많은 참고자료가 존재한다. 한국의 대표적 지식인 중 한 명인 강준만 교수는 그의 저서 《글쓰기의 즐거움》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보통 사람들이 느끼는 글쓰기의 고통은 뜻밖에 과욕에서 비롯된다. 처음부터 자신이 모든 걸 다 만들어내겠다니, 그 얼마나 무모한 욕심인가? 윤리적이고 겸허한 편집자의 자세를 갖게 되면 당연히 많이 읽고 생각해야 할 필요를 느끼게 된다.”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의 저자 김정운 교수 또한 《에디톨로지》를 통해 ‘창작은 곧 편집’이라고 선언한다. 맞는 말이다. 내가 지금 하는 작업도 창작이라기보다는 일정한 관점에 따라 자료를 취합하고 배열하는 편집이라고 할 수 있다. 편집하려면 재료가 필요하다. 그것이 바로 ‘자료’이다.     


자료가 책을 결정한다     


한 권의 책은 생각과 자료로 이루어져 있다. 작가의 생각이 책의 설계도라면 자료는 책을 이루는 모래이고 벽돌이며 철근이다. 한마디로 말하면 자료의 질과 양이 곧 책의 질과 양을 결정한다. 작가라면 인식의 안테나를 곤두세우고 주위에 떠돌아다니는 수많은 정보 속에서 책과 관련된 자료를 낚아채야 한다. 심리학에서 말하는 ‘컬러 배스 효과(color bath effect)’란 한 가지 색깔에 집중하면 해당 색을 가진 사물들이 눈에 띄는 현상을 말한다. 마찬가지로 작가가 어떤 주제로 책을 쓰겠다고 마음을 먹으면 그때부터 책과 관련된 정보들이 자석처럼 끌려온다. 자료가 너무 많아서 관리하기 힘들면 ‘에버노트’나 ‘워크플로위’와 같은 앱을 활용해서 정리한다.     


자료조사의 제1원칙     


자료조사의 제1원칙은 탐색의 범위와 기한을 정해두는 것이다. 자료는 찾으면 찾을수록 더 좋아 보이는 자료가 계속 나타난다. 처음에 자료조사의 범위와 기한을 정하지 않으면 자칫 자료의 미로 속에서 길을 잃고 돌아오지 못할 수도 있다. 그래서 1달이든 2달이든, 기한을 정해놓고 그 동안은 미친 듯이 자료 속에 빠져 살아야 한다. 하지만 기한 이후에는 미련을 두지 말고 집필에 뛰어들어야 한다. 이 원칙은 매우 중요하다.  

    

이 원칙을 무시하고 ‘보다 오래, 더욱 많은’ 자료를 찾겠다고 덤벼들면 평생 책 1권도 쓰기 힘들다. 왜냐하면, 세상의 모든 자료를 찾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할뿐더러 지금 이 순간에도 새로운 정보가 계속 생겨나고 있기 때문이다. 책을 쓸 때 필요한 자료는 정해둔 시간 내에 80%를 찾을 수 있다. 나머지 20%를 찾는 데 걸리는 시간은 앞의 80%를 찾는 데 걸린 시간보다 훨씬 오래 걸린다. 욕심을 버리고 80%에 만족해야 한다. 그래야 책을 쓸 수 있다. 추가적인 정보는 초고를 끝낸 다음에 보충하면 된다.     


자료조사의 제2원칙     


자료조사의 제2원칙은 자료를 실시간으로 정리하는 것이다. 자료는 처음부터 규칙을 정해서 분류하고 정리하지 않으면 나중에는 도저히 손을 댈 수가 없다. ‘일단 모으고 나중에 정리해야지’하고 미루다 보면 방대한 자료의 늪에 빠져서 허우적대다가 책쓰기를 포기하는 사태까지 벌어진다. 이러한 사태를 막기 위해서는 자료를 모을 때마다 ‘목차의 어느 항목에 들어갈 것인가?’를 순간적으로 판단해서 정리해야 한다. 마치 우체국에서 우편번호에 따라 우편함에 편지들을 분류하듯이 자료의 번지수를 찾아 주어야 한다. 중요하므로 다시 한번 강조한다. 자료를 찾는 즉시 정리해야 한다.    

 

자료수집이 곧 책쓰기다     


‘창작은 곧 편집’의 관점에서 보자면 자료수집 자체가 이미 책쓰기라고 할 수 있다. 책은 독자에게 필요한 정보를 한 권으로 모은 자료집이다. 독자들이 일일이 찾을 시간이 없으니 작가가 대신 수고한 대가로 인세를 받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자료수집은 책쓰기의 가장 본질적인 부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료수집을 책쓰기의 예비 작업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책쓰기 그 자체라고 생각하자. 전체 집필 시간의 70~80%를 자료수집에 쏟고 나머지 시간을 집필에 쓰는 것이 적당하다. 자료수집만 잘 되어 있으면 초고는 일주일 안에 끝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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