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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오감을 건드리는 카피라이팅의 조미료

(5) 구체화

by 아이디어셀러


문장은 오감 중 시각에 의존한다. 이는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비록 단순히 느끼는 것으로 끝나지는 않지만, 아무튼 우리가 보는 글귀는 모두 시각에서 전달된다. 이를 CF에서 읽어주면 청각, 점자로 만들면 촉각으로도 느낄 수 있으나 주된 전달방식이 시각이라는 사실까지 달라지지 않는다. 그러나 많은 클라이언트가 그 점을 모르는 듯하다. “오감을 자극하는 문구를 쓰라”라는 요구를 심심찮게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불행한 사실은, 그들의 요구사항이 실제로 효과가 있고, 따라서 이를 요구하는 것은 당연한 권리라는 점이다. 그렇다면 이제 문제는 하나만이 남는다. 어떻게 문장으로 오감을 자극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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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문장을 시각적으로 인식한다. 그러나 "오감을 자극하라"니, 불합리하지 않은가?]



이 문제의 답은 “진심”을 담는 법과 맥을 같이한다. “진심”이 보이지 않아서 보이도록 만들었다. 마찬가지로 오감으로 느낄 수 없으니 오감으로 느낄 수 있도록 만들어주면 된다. 즉, 느낄 수 있는 구체적인 사물로 만들어주면 된다. 언어는 추상적인 단어가 반 이상이다. 당장 느낌이 오지 않을 때가 많다. 그러나 사물로 표현해서 당장 떠올릴 수 있도록 만들어준다면 이야기가 다르다. 마케팅에서는 이를 ‘시즐(sizzle)’이라 부르는데, 스테이크를 팔려면 지글거리는 소리와 냄새를 쓰라는 소리다. 핵심적인 감각에 집중해서 이를 구체화하면 당신의 문장은 독자의 감각을 자극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생각해보자. 당신은 호프집에서 치킨을 뜯다가 불현듯 갈증을 느낀다. 그런 당신의 눈앞에 이런 문장이 있다고 생각해보자. “생맥주 있습니다.” 흠, 당신은 아마 고개를 갸웃할 것이다. 밋밋한 문장은 당신이 원하는 부분을 짚어주지 못한다. 그렇다면 이런 문장은 어떨까? “시원한 생맥주 있습니다.” 이전의 문장보다는 더 낫다. “시원한”이라는 촉각을 자극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도 약간 추상적이다. 느낌이 바로 오지 않는다. 문장으로 오감을 자극하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사물로 표현할 필요가 있다. 마치 “생맥주 꽁꽁 얼려놨어요”라는 문장처럼 말이다. “얼려놨어요”라는 말이 사물의 구체적인 속성을 강화해주는 것이다. 비슷한 예로는 “입에 닿는 순간 녹아버리는 아이스크림”이 있다. 고전적이지만 촉각을 잘 살린 표현이라 할 수 있다.



추상적인 표현과 구체적인 표현이 얼마나 다른지는 이미 수많은 전례가 증명한 바 있다. 대표적인 건 바로 누구나 알고 있는 밀리언셀러, ‘유 엑셀런트(You Excellent)’다. 들어본 적 없다고? 그러나 당신은 들어본 적이 있을 터다. 다만 제목이 다를 뿐이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 그렇게 제목을 고치기 전엔 ‘유 엑셀런트’라는 제목을 쓰고 있었던 것이다! 출간 이후 참패의 고배를 들어야 했지만, 제목을 단지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로 바꾼 것만으로 이 책은 100만 부가 넘게 팔리게 되었다. ‘유 엑셀런트’라든지, ‘칭찬’ 따위의 단어들이 가지는 추상적인 느낌을 ‘칭찬을 받아 춤추는 고래’라는 역동적인 이미지를 통해 표현한 것이다. 이처럼 좋은 문장은 책 100만 부 만큼의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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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 하나의 힘은 평범한 책 한 권을 단숨에 밀리언셀러로 만들곤 한다.]



만약 당신이 이러한 표현에 관심이 생겼다면, 한 번 오랜 격언들을 떠올려보는 게 어떨까. “나태하게 살지 마라” 대신 “구르는 돌에는 이끼가 끼지 않는다”를, “선행은 남모르게 하라” 대신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를, “이웃에게 친절하게 하라” 대신 “5리를 가자고 하거든 10리를 가주어라”를. 이러한 표현들은 모두 추상적인 문장을 구체적인 이미지로 바꾼 훌륭한 예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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