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손실회피심리
지난 글에서는 ‘욕망’을 마치 모든 소비 행위의 연료처럼 표현한 바 있다. 그 말은 사실이지만, 소비 행위가 욕망에 의존적이라고 해서 욕망을 부채질하는 것만이 유일한 답은 아니다. 오히려 발상을 전환하면 새로운 길이 보일 때도 있다. 예를 들어 생각해보자. “안전해지고 싶은 욕망”을 이용해서 상품을 판매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마침 당신이 팔아야 할 물건도 생존가방이다. 지난 글에서 배운 대로 글을 쓰자면, “든든함” 따위의 키워드를 쓰면 되겠지만, 반대로 이러한 문장도 떠오르지 않는가? “단돈 2만 원, 당신 가족의 안전을 버리시겠습니까?” 이는 욕망을 자극하는 것과 달리 상품을 구매하지 않으면 욕망을 충족할 수 없을 거라는 점을 강조하는, 일종의 ‘협박’이라고 할 수 있다.
[권유보다 협박이 더 효과적일 때가 있다는 건 주지의 사실이다. 카피라이팅에서도 마찬가지다.]
만약 내 다른 연재를 읽었다면 알 수 있겠지만, 인간은 본래 이득보다 손실에 민감하다. 100만 원을 벌어서 얻는 기쁨보다 100만 원을 잃어서 느끼는 슬픔이 더 크다. 그렇기에 ‘협박’은 어떤 면에서는 욕망을 자극하는 것보다 더 큰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욕망을 충족하는 것은 일종의 이득이지만, 욕망을 충족할 수 없다는 것은 일종의 손해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좁은 방에서 넓은 방으로 이사하고자 하는 열망보다 넓은 방에서 좁은 방으로 이사하기 싫은 마음이 더 큰 것과 마찬가지의 이유다. 물론 이러한 ‘손실’의 두려움을 자극하는 것이 반발로 이어질 수도 있으나, 이는 표현의 수위나 얼마나 적확하게 상대의 두려움을 찌르느냐에 따라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는 문제다.
“독자를 협박하는 문구”들은 우리 주변에서도 꽤 찾아볼 수 있다. “자전거 세우지 마세요”라는 문구를 조금 더 유쾌하게 바꾼 듯 보이는 “이곳에 세운 자전거는 주인이 없으니 아무나 가져가세요”도 자세히 보면 독자를 협박하는 것과 다름없다. 다만 미묘하게 돌려 말하면서 독자를 자극하기보단 웃어넘길 만한, 그렇지만 좀 더 와 닿는 문구를 선정한 것처럼 보일 뿐이다. 그 외에도 공원에서 볼 수 있는 협박 문구는 또 있다. “잔디밭에 들어가지 마세요”는 너무나 뻔한 경고문이지만, “잔디밭에 들어가면 유행성 출혈열에 걸릴 수 있습니다”라는 문구는 잔디밭에 들어가기 더욱 망설여지게끔 한다. 이는 사실상 협박이지만, 마치 독자의 건강을 걱정해주는 듯한 말투이기에 독자는 크게 거부감을 느끼지 않는다.
이뿐인가? 책 제목을 둘러보더라도 우리는 독자를 협박하는 어조의 문구들을 자주 발견할 수 있다. 다만 이러한 제목들은 집약적으로 독자의 두려움을 자극하기 때문에 보다 직설적인 말투로, 독자의 두려움을 적확하게 찌르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체온이 1도 내려가면 면역력은 30% 저하된다”라든가, “책상 위의 참상은 당신 인생의 축소판이다”라는 제목은 직설적으로 문제를 지목하여 불안감을 조성하고 있다. “바보들은 항상 결심만 한다”라든가 “99% 중학생이 헛공부하고 있다”라는 제목은 어떤가? 결심만 한다든지, ‘99%’의 중학생이라는, 나 혹은 나와 관련된 인물이 가지고 있을 법한 보편적인 문제를 짚어 ‘바보’라거나 ‘헛공부하는 사람’으로 만들어버리고 있다. 즉, 이 책을 읽지 않으면 계속 그렇게 남을 거라는 말과 다를 바 없다. 때로는 짧은 단어 하나가 강렬한 인상을 남길 때도 있다. “노후파산”. 이 얼마나 무시무시한 단어인가. 현대인의 가슴 한 구석에 자리하고 있는 두려움을 단 네 글자로 형상화한 제목이 아닌가.
[독자를 협박하는 건 책 제목도 마찬가지다. 오히려 집약적인 표현으로 더욱 직설적인 협박을 보여줄 때도 많다.]
이처럼 카피라이팅의 길은 다양하다. 욕망을 이용하더라도 그 욕망을 자극하느냐, 아니면 그걸 가지고 협박하느냐는 당신의 손에 달려있다. 그러나 명심해야 할 점은, 시류를 제대로 읽야만 적절한 문장이 나올 수 있다는 점이다. 시류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욕망과 불안을 늘 반영하고 있다. 그러므로 시류를 잘 읽는다는 건, 그 시대의 욕망을 읽어내는 일과도 같다. 당신은 이 시대의 욕망을 얼마나 잘 읽어내고 있는가? 그에 대한 대답을 잘 고민해보아야 좋은 문장이 탄생한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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