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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디어셀러 Jul 29. 2018

아이디어셀러란 무엇인가?

나는 이렇게 자유로운 아이디어셀러가 되었다

“교직은 이번 학기까지만 하고 그만두겠습니다.”

겨울방학을 앞둔 어느 날, 나의 갑작스런 말에 교장은 약간 당황한 눈치였다. 쓸만한 국어선생이 되어보겠다고 강원도까지 와서 교편을 잡은 지 만 8년째였다. 당시 나는 남자 중학교에서 3년째 학교폭력 업무를 하고 있었다. 해마다 가중되는 업무와 민원에 치이면서 점점 교직에 흥미를 잃어가고 있었다. 마흔이 되기 전에, 아이들 출석을 부르는 일보다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싶었다.

“학교 떠나면 뭐 해 먹고 살려고? 밖은 완전 정글인거 알지?”

교장이 물었다. 비웃음은 아니었지만, ‘이 세상 물정 모르는 사람아’라는 걱정이 어린 말투였다.

“제 생각을 팔아볼까 합니다.”

나는 그렇게 아이디어셀러가 되었다.     


아이디어셀러란 자신의 ‘생각(아이디어)’를 팔아서 수익을 창출하는 1인지식창업자를 말한다. 아이디어셀러는 일반적인 사업가나 월급생활자하고는 다음과 같은 점에서 다르다.    


첫째, 아이디어셀러는 생각을 판다.


보통 수익을 창출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자신이 가진 재화를 판매하거나 노동력을 제공하는 것이다. 재화를 판매하여 수익을 내는 사람을 사업가라고 하고, 노동력을 제공하여 수익을 내는 사람을 월급생활자라고 한다, 그러나 아이디어셀러는 자신의 생각(지식, 정보, 노하우 등)을 판매하여 수익을 창출한다. 생각이 자본이 된다는 점에서 사업가와 비슷하다. 그렇다면 아이디어셀러와 교사, 강사, 교수와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교사, 강사, 교수는 기존에 존재하는 정형화된 지식을 전달하는 ‘노동력’을 제공하는 월급생활자이다. 그러나 아이디어셀러는 정형되되지 않은 ‘생각’ 자체를 판매함으로써 제로에서부터 수익을 창출해 낸다. 그렇기에 아이디어셀러는 아직 교과서나 정규 교육과정에 편입되기 이전의 새로운 생각의 영역을 개척해야 한다.      


예를 들어, 음악교사는 음악에 대한 정형화된 지식을 전달한다. 그러나 얼마 전 방송을 타면서 유명해진 ‘탬버린의 달인’를 보자. 그는 15년동안 룸살롱 마스터로 일하면서 오케스트라와 협연이 가능할 정도까지 탬버린 기술을 단련한 사람이다. 그가 자신의 ‘탬버린 치는 기술’을 커리큘럼으로 만들어서 사람들에게 판매한다면 그는 ‘아이디어셀러’가 된다. 만약 노래방에서 기똥차게 탬버린을 치는 기술을 단기간에 전수받을 수 있다면 나는 기꺼이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지불할 용의가 있다. 또, 글쓰기 강사는 단순히 글쓰기에 관한 정형된 지식을 전달한다. 그러나 아이디어셀러는 글쓰기를 책으로 바꾸고, 그 책으로 스스로를 퍼스널브랜딩할 수 있는 노하우를 커리큘럼으로 만들어서 판매한다. 그 밖에도 꽃꽂이, 비트박스, DIY공예 등 자신만의 차별화된 아이디어를 상품으로 만들고 판매할 수 있다면 그는 아이디어셀러라고 할 수 있다.     


둘째, 아이디어셀러는 자유롭다.


자유란 무엇일까? 내가 생각하는 자유란 ‘옵션(선택권)의 증가’이다. 즉, 어떤 순간에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이 한정되어 있다면 나는 자유롭지 않다. 반면, 옵션이 다양하다면 자유롭다고 할 수 있고 옵션이 무한하다면 무한히 자유롭다고 말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내 주머니에 5천 원밖에 없다면 식당에서 고를 수 있는 메뉴가 한정되어 있다. 기껏해야 백반이나 김치찌개 정도일 것이다. 그러나 100만원이 있다면 다르다. 뷔페든 한정식이든 내가 먹고 싶은 메뉴를 마음껏 먹을 수 있다. 현대 사회에서는 돈이 있으면 옵션을 늘릴 수 있다. 그래서 경제적 자유는 모든 자유의 기본이 된다. 무패의 복서이자 억만장자인 메이웨더는 말한다.


세상에 돈이 전부는 아니지만, 돈 만한 것이 없다. 


아이디어셀러는 우선, 돈으로부터 자유롭다. 안정된 직장은 황금 족쇄와도 같다. 차고 있자니 부자유스럽고 버리자니 아깝다. 그래서 영원히 그 굴레를 벗어나지 못한다. 더구나 수입이 제한되어 있다. 내가 교사로 근무할 때는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한달에 300만원을 벌기가 어려웠다. 그 이상의 수입을 올리려면 불법적인 일을 해야 한다. 아이디어셀러로 살고 있는 지금은 한 달에 1천~2천만 원 이상의 수입을 올리는 것도 어렵지 않다. 물론 기복없이 꾸준한 수입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일이 너무 많거나 쉬고 싶을 때는 스스로 수입을 줄이고 시간을 확보할 수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아이디어셀러는 시간과 공간으로부터도 자유롭다. 집이든, 카페든, 텐트 안이든, 아이디어셀러는 자신이 있는 곳이 곧 회사다.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장소에 출퇴근을 할 필요가 없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돈과 시간의 비율을 스스로 결정할 수 없다. 즉 옵션이 없기 때문에 자유롭지 못하다. 그러나 아이디어셀러는 얼마든지 돈과 시간의 비율을 조합해 자신의 삶을 자유롭게 설계할 수 있다. 얼마 전 나는, 코칭 수입의 일부로 미니 캠핑카를 구입했다. 아이디어셀러인 나는 속초 바닷가든, 남해의 섬이든 내가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곳에 있을 수 있는 자유가 있다. 어디든 인터넷만 연결된다면 브런치에 글을 쓰고, 화상채팅 소프트웨어로 1대1 코칭을 하고, 온라인 강의를 찍어 올릴 수 있다. 누구나 꿈꾸는 진정한 디지털노마드를 실현할 수 있는 것이다.
 

셋째, 아이디어셀러는 하고 싶은 일을 한다.


“내가 좋아하는 일만 하면서 살면 얼마나 좋을까?” 누구나 입버릇처럼 말한다. 그러나 정작 “그럼 네가 원하는 일을 해 봐.”라고 말하면 이런저런 현실적인(그리고 지극히 합리적인) 핑계를 대면서 자신이 부자유스러워 마땅한(!) 이유를 열심히 찾는다. 누구나 돈을 벌기 위해서 하기 싫은 일도 참고 해야하는 것은 상식처럼 받아들인다. 그러나 아이디어셀러는 하기 싫은 일은 하지 않는다. 하고 싶은 일만 한다. 하고 싶은 일을 해야 남에게 팔 수 있는 가치 있는 생각을 할 수 있다. 하고 싶은 일만 해야 수익을 만들 수 있다! 멋진 역설이 않은가?     


사실 나도 교직을 그만둔 후 경제적인 이유로 잠시 학원가에서 국어를 강의한 적도 있다. 그것도 사교육의 메카라는 강남 대치동에서. 한동안 잘 나갔다. 학교에서 가르쳤던 경험과 다른 강사와 차별화된 교수법으로 국어점수를 평균 97~98점으로 만들어놨다. 수강생 수는 날이 갈수록 늘어났고 이대로만 가면 소위 억대 연봉의 1타 강사는 보장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어느날, 하루 12시간의 강의를 끝내고 초췌한 모습으로 거울을 보며 스스로에게 되물었다. 이것이 진정 네가 원하는 삶이냐고. 아니었다. 내가 원하는 일은 열심히 책을 읽고 사색하고 깨달은 진실을 사람들에게 알려주는 일이었다. 결국 나는 학원을 정리하고 내가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다. 날마다 내가 가고 싶은 곳에 가고, 읽고 싶은 책을 읽고, 하고 싶은 강의를 한다.   

   

얼마 전, 아직 교직에 있는 예전 동료들과 만난 적이 있다. 내가 떠난 후에도 변한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불합리한 교육행정 시스템 욕하기, 또라이같은 관리자 욕하기, 말 안듣는 아이들 욕하기 등. 그런 불평 불만의 끝은 항상 이렇게 끝난다. “아유, 쌤은 참 좋으시겠어요.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자유롭게 살고 있으니.” 그러나 그들은 모르고 있다. 세상이라는 정글에서 앞으로 나아가려면 움켜쥔 넝쿨을 놓아야 다음 넝쿨을 잡을 수 있음을. 매달 따박따박 들어오는 월급, 꿀같은 방학, 연금이라는 넝쿨을 놓아버린 나는 이렇게 자유로운 아이디어셀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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