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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씨앗은 열매를 품고 있다.

거꾸로 보아야 제대로 보인다

by 아이디어셀러

얼마전 뇌교육학을 강의하시는 교수님을 만났다.

교수님은 대중서적을 출간하고 싶어하셨지만, 뚜렷한 컨셉을 잡지 못해 고민 중이셨다.

“저는 모든 아이들은 내면에 무한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믿어요. 스스로 그걸 깨닫는 순간 자신이 소중한 존재임을 알게 되고 자존감을 얻게 되는 거죠. 그런데 이렇게 말하고 나니 뭔가 뻔하기도 하고...제 생각을 한 마디로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그때, 내 머릿속에 퍼뜩 떠오른 문장이 있었다.


모든 씨앗은 열매를 품고 있다.


열매가 씨앗을 품고 있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 뻔한 문장으로는 사람들의 주의를 끌 수 없다. 하지만 거꾸로 ‘씨앗’이 ‘열매’를 품고 있다면? 역설적이면서 호기심을 유발한다. 아닌게 아니라 모든 씨앗은 자라서 나무가 되고 열매를 맺지 않던가. 이처럼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순서를 뒤집으면 평범한 문장도 낯선 문장이 된다. 익숙한 풍경도 물구나무를 서면 낯설게 보이듯이.


러시아 출신의 화가 바실리 칸딘스키의 일화가 있다. 어느날 스케치를 끝내고 아틀리에의 문을 연 순간, 칸딘스키는 자신의 그림을 보고 깜짝 놀랐다. 무엇을 그린 것인지 알아볼 수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너무나도 아름다운 그림이 이젤에 걸려있었기 때문이다. 알고 보니 그것은 실수로 그림을 거꾸로 뒤집어 놓은 것이었다. 이 사건으로 기하학적인 아름다움을 깨달은 칸딘스키는 현대 추상화의 창시자가 되었다.


생각의 순서를 뒤집어라. 거꾸로 보아야 제대로 보인다. 기분이 좋아서 휘파람을 부는 것이 아니라, 휘파람을 불어야 기분이 좋아진다. 특별한 날 와인을 따는 것이 아니라, 와인을 따는 날이 특별한 날이다. 살고자 하면 죽을 것이요, 죽고자 하면 살 것이다. 아이디어가 떠올라서 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 글을 쓰다 보면 아이디어가 떠오른다.


내가 줍은(?) 문장이 썩 마음에 드셨던지 교수님은 활짝 웃으며 말씀하셨다.

“그게 바로 제가 하고 싶었던 말이에요. 그런 책에 딱 맞는 제목을 붙이고 싶어요.”

사실 책 제목은 진작에 떠올랐다. 하지만 그 자리에서 말하지는 않았다. 언젠가 내가 쓰고 싶은 제목이었기 때문이다. 그럼 제목에 딱 맞는 좋은 책을 붙여까나?


* 좋아요와 댓글이 10개 이상 달리면 제목을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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