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행의 법칙
전래동화를 보면 해와 달이 된 오누이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호랑이에게 쫓기다가 궁지에 몰린 오누이가 기도를 하자 하늘에서 동아줄이 내려옵니다. 오누이는 그 줄을 타고 무사히 하늘나라로 올라갑니다. 뒤따라온 호랑이도 기도를 하자, 역시 하늘에서 동아줄이 내려옵니다. 그러나 그 동아줄은 썪은 동아줄이었고 수수밭에 떨어진 호랑이는 죽고맙니다. 그때 호랑이가 흘린 피 때문에 아직도 수수밭은 새빨갛다고 합니다.
자, 만약 여러분이 오누이의 입장이라면 눈 앞에 내려온 동아줄을 붙잡을까요? 아니면 뿌리칠까요? 대부분의 사람은 ‘이것이야말로 하늘이 준 기회’라며 덜컥 붙잡을 것입니다. 그러나 동화의 결말과 달리 현실에서 그 동아줄은 썪은 동아줄일 확률이 높습니다. 또는 호랑이가 미리 설치해놓은 덫이었을수도 있습니다. 막연히 ‘하느님이 도와주시겠지’하는 요행을 바라는 마음으로는 미래를 헤쳐나갈 수 없습니다.
저 역시도 살면서 썪은 동아줄을 여러 번 만나봤습니다. 예를 들면, 제가 한창 직장에 다니면서 창업 준비를 하고 있을 때, 한 웹툰 작가가 저에게 연락을 해 왔습니다. 자기가 곧 중국 웹툰 시장에 연재할 예정인데 미리 500만원만 투자하면 나중에 최소 5배 이상 돌려받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말도 안되는 이야기였지만 어리석게도 당시 저는 이것이야말로 어쩌면 하늘이 준 기회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습니다. 타이밍도 딱 기가 막혔거든요. 어쩌면 직장을 그만두는 시기가 1년 정도 앞당겨질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습니다. 결론적으로 그 돈은 지금까지도 못받고 있습니다. 세상을 알아가는 수업료를 싸게 지불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주위를 둘러보면 저처럼 어리석은 선택을 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주식, 비트코인, 다단계 등등. 누가 봐도 아닌데 억만장자를 꿈꾸며 시간을 쏟아붇고 소중한 사람을 잃어갑니다. 이는 자기 주변에 벌어지는 일에 과도한 의미를 부여하면서 시야가 좁아지기 때문입니다.
제가 듣기로 어떤 사람은 같이 사업을 해보자는 자기계발 강사의 꾐에 빠져 잘 다니던 대기업을 그만두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직장을 그만두자마자 강사는 말을 싹 바꾸더니 자기 사무실 한쪽에 1평정도 공간을 주고 거기서 일을 하라고 했다고 합니다. 스포츠 관련 사업인데 1평짜리 공간에서 무엇을 하겠습니까? 모욕감을 줘서 떠나보내려는 수작이었겠죠.
이런 일은 비일비재합니다. 직장인은 누구나 자유를 꿈꿉니다. 조그마한 징조라도 나타나면 이것이야말로 시크릿이라고자기 자신을 설득할 준비가 되어있습니다. 나쁜 사람들은 그런 심리적 틈새를 파고들고 지배하고 부추겨서 어리석인 선택을 하도록 유도합니다. 한 마디로 사기죠. 마침 독립의 욕구가 끓어오르고, 마침 직장 상사와 싸우고, 마침 돈이 필요할 때, 눈 앞에 딱 나타난 구원자를 조심하십시오. 썩은 동아줄일 확률이 높습니다. 하느님 감사합니다 하고 덥썩 그 줄을 잡았다가는, 수수밭에 피칠을 하는 것은 호랑이가 아니라 본인이 될 확률이 높습니다.
이 모든 비극은 아직 독립할 능력이 안 되는데 독립하고 싶은 욕심이 과도하기 때문에 발생합니다. 현실에서 탈출해서 자유롭고 부유한 삶을 살고 싶은데 아직 그런 여건이 안 됩니다. 그런데 눈 앞에 믿음직스러운 누군가가 떡 나타납니다. 능력도 있고 돈도 많은 것 같습니다. 그런 사람이 자신에게 먼저 손을 내밀고 일을 같이 해보자고 말합니다.
솔직히 여기에 흔들리지 않기는 무척 어렵습니다. 그럴 때 스스로에게 정직하게 물어봐야 합니다. 내가 나가서 이 사람이 없이도 홀로 설 수 있는가? 이 모든 계획이 최악으로 흘러도 괜찮겠는가? 조금이라도 의구심이 든다면 그 손은 뿌리쳐야 합니다.
제가 교직을 그만두고 독립하기로 결심한 것은 38살때였습니다. 그 때 딱 40살이 되면 그만두고 새 인생을 살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리고 그 준비를 위해 여기저기 참 많은 강의를 듣고 많은 책을 읽었습니다. 좋은 사람도 많이 만났고 사기꾼도 많이 만났습니다. 은인도 만났고 원수도 만났습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무엇인지 아십니까? 제가 만난 사기꾼들은 대부분 제가 수강생의 입장일 때 만났던 사람들이고, 재가 만난 소중한 인연들은 대부분 제가 강사의 입장일 때 만났던 사람들이라는 점입니다. 본인의 능력에 따라 사람을 보는 눈도 달라지고, 인연을 맺는 사람의 격도 달라집니다.
자기계발서나 강사들의 부추김에 넘어가서 섣불리 직장을 그만두지 마십시오. 저도 마음을 굳게 먹고 2년을 준비하고 나왔는데도 부족함이 많이 있었습니다. 직장은 그만둔다는 것은 자유를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매달 고정수입은 없는데 갚아야 할 청구서는 나온다는 의미입니다.
평일에 논다는 의미가 아니라 주말에도 일을 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출근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 아니라, 퇴근 시간도 없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직장은 이 모든 것을 혼자 힘으로 감당할 수 있을 때 그만두어도 늦지 않습니다.
직장을 그만두고 할 수 있는 일은 직장을 다니면서도 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병행의 법칙’입니다. 사실 지식창업은 직장과 병행할 때 최고의 생산성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저같은 경우 퇴근 후나, 주말 시간을 활용해서 지식을 쌓고 강의를 듣고, 책을 썼습니다.
어쩌면 독립을 한 다음에 본격적으로 일할 때보다 더 많은 일을 한 것 같습니다.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기 때문에 분과 초를 아껴서 일합니다. 반면, 직장을 그만둔 후에는 남는게 시간이라 오히려 일을 안 합니다. 계획만 짜다가 무의미하게 시간이 흘러갑니다.
섣불리 직장을 그만두면 안 되는 이유는 더 있습니다. 지속적인 수입의 중요성입니다. 지속적인 수입이 있으면 조급하지 않게 멀리 보고 계획을 세우고 차근차근 실행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지속적인 수입이 끊기면 조급해지고 당장 눈앞의 이익을 위해서 무리수를 두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다가 신뢰를 잃고 재기불능의 상태에 빠질 수도 있습니다. 더럽고 치사해도 당분간은 직장에서 버티면서 내공을 쌓으세요. 그래야 썩은 동아줄에 기대지 않고 홀로 설 수 있습니다.
1인지식창업의 가장 큰 장점이 주말만 이용해서도 일을 할 수있다는 점입니다. 주5일제가 정착하면서 일주일에 2일이라는 황금시간을 확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무려 48시간입니다. 하루 4시간씩 12일동안 누적해야 얻을 수 있는 방대한 시간입니다. 주중에 콘텐츠를 마련하고 주말에 온오프믹스에서 강의를 할 수도 있습니다. 물론 당분간 직장에는 비밀로 해야겠죠.
서서히 자신의 인지도를 높이고 팬들을 확보해 나가세요. 외부 수입이 정규 수입의 50%를 넘어가면 마음이 든든해지고 여유가 생깁니다. 로또 당첨되고 취미로 직장다니는 기분이랄까요? 오히려 1인지식창업의 노하우가 반영되면서 직장 일도 더 잘 풀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병행의 법칙이란 무조건 참고 직장에 다니라는 의미가 아닙니다. 남에게 의지하지 않고 홀로 설 수 있는 힘을 쌓을 때까지는 지속적인 수입이 나오는 직장에 다니라는 의미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항상 을의 입장에서 남과 관계를 맺어야 하고, 배반당하고 버려지기 십상입니다.
을의 위치에 있으면 항상 갑들이 이용해 먹으려고 접근합니다. 그러나 내가 갑의 위치에 설 수 있는 능력을 갖추면 내가 좋은 사람들을 골라서 만날 수 있습니다. 아니 좋은 사람들이 알아서 나에게 다가옵니다. 그때까지만 참고 견디세요. 어차피 독립해서 할 수 있는 일은 지금도 할 수 있습니다.
제가 교직을 그만두었을 때 누군가 저에게 이렇게 말해주었습니다. 창업이란 절벽에서 뛰어내리면서 비행기를 조립하는 것과 같다고 말이죠. 저는 그때만해도 그 말이 무슨 뜻인지 몰랐습니다. 세상에 나와서 온갖 풍파를 겪어본 후에야 그 말의 진짜 의미를 알 수 있었습니다.
다행히 수수밭에 피칠은 하지 않았지만 지금 생각해도 아찔한 순간이 몇번이나 있었습니다. 병행의 법칙을 잊지 마세요. 아직 직장에 있을 때, 직장인의 특권을 만끽하세요. 독립의 자유은 독립한 후에 만끽해도 늦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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