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DB(Doyle Dane Bernbach)는 1960~70대 폭스바겐의 기발한 광고를 기획한 광고대행사다. ‘우리는 2등입니다’라는 카피로 유명한 렌터카 업체 에이비스의 광고대행사이기도 하다. 당시 이들이 쓴 기가 막힌 카피들은 아직도 카피라이터들 사이에서 경외의 대상이 되고 있다. 무려 60년 전에 만들어진 카피임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기준으로 보아도 굉장히 세련되었다. 위 광고는 1961년 8월 실린 폭스바겐 비틀 광고다. 왜 그토록 사람들이 열광하는지 광고의 부속품을 하나씩 뜯어보자.
"불가능(Impossible)"
헤드라인이 '불가능'이다. 무엇이 불가능한 것일까? 선뜻 이해가 안 간다. 이미지를 보니 보닛에서 연기가 나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고객은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보디카피를 읽을 수밖에 없다. 헤드라인은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완수했다. 첫째, 시선을 끌 것. 둘째, 보디카피를 읽게 할 것.
"폭스바겐은 끓어 넘칠 수가 없습니다(A Volkswagen can't boil over)."
헤드라인이 제기한 궁금증 '무엇이 불가능하지?'에 대한 답을 주고 있다. 폭스바겐은 끓어 넘칠(boil over) 수가 없기 때문이란다. 이제 헤드라인과 보닛에서 김이 나는 이미지가 이해된다. 폭스바겐은 저렇게 보닛에 김이 끓어 넘치는 것이 불가능(Impossible)하다. 왜 그럴까? 완전한 답이 아니므로 고객은 아래 문장을 읽을 수밖에 없다. Prolog는 자신의 역할을 완수했다. 고객의 호기심을 유지해서 다음 문장을 계속 읽게 할 것.
"그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합니다. 이유는 아주 간단합니다. 폭스바겐의 엔진은 냉각수가 아니라 공기로 식기 때문입니다. 공기는 끓을 수가 없으므로 차도 마찬가지입니다."
당시 폭스바겐은 다른 브랜드의 자동차들처럼 수랭식이 아니었다. 공기로 엔진을 식히는 공랭식이었다. 끓어 넘칠 물이 없으니 당연히 위 이미지와 같은 장면은 불가능하다. 보디카피를 읽을수록 의문이 하나씩 해소된다. 헤드라인에서 제안한 가치가 보디카피에서 입증되고 있다.
"당신이 원한다면, 폭스바겐을 끌고 종일 사막을 가로질러 최고 속도로 달릴 수 있습니다. 또는 가장 뜨거운 날씨에 교통체증으로 쭉 줄지어 서 있을 수도 있죠. 당신은 완전히 열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당신의 폭스바겐은 아닙니다."
핵심 가치가 보이는가? 단 하나 '공랭식'이다. 보디카피에서는 여러 가치를 나열하지 않는다. 헤드라인과 관련된 단 하나의 핵심 가치를 여러 혜택으로 세분화해서 보여준다. 1번째 혜택. 아무리 더운 날씨에도 폭스바겐은 절대 열 받지 않는다.
"당신은 심지어 한겨울에도 공랭식 엔진에 감탄할 수 있습니다. 공기는 끓어 넘칠 수 없는 것만큼이나 얼 수도 없습니다. 따라서 당신은 부동액을 넣을 필요가 없습니다. (심지어 당신이 원해도 넣을 수 없습니다. 폭스바겐은 라디에이터가 없으니까요. 누수 위험이 있는 호스도 없고, 잔 고장도 없고, 녹도 슬지 않습니다)
2번째 혜택은 겨울에도 부동액이 얼 위험이 없다는 점이다. 당연하다. 애초에 부동액을 넣을 라디에이터가 없으니까. 2번째 혜택을 다시 '누수 될 호스도 없고, 잔 고장도 없고, 녹도 슬지 않는다'라고 세분화했다. 핵심 가치의 제안과 세분화!
지면 관계상 마지막 단락은 생략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공랭식'이라는 주제, 즉 핵심 가치에서 벗어난 곳이 단 한 군데도 없다. 폭스바겐의 다른 장점들 - 가격, 크기, 연비 - 등도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한 번에 하나의 메시지'라는 카피라이팅의 기본에 충실한 광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