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추지 못하는 사람에 대하여
나는 재능이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적어도 스스로를 그렇게 믿어본 적은 거의 없다. 무언가를 시작할 때마다 주변에는 늘 더 빨리 이해하는 사람, 더 가볍게 해내는 사람이 있었다. 그들 옆에서 나는 언제나 한 박자씩 늦었다. 시작은 늘 비슷했지만, 중간쯤 가면 차이가 벌어졌다. 재능이라는 단어는 그 간격을 설명하기에 너무 편리해서, 나조차도 자주 그 말에 기대고 싶어졌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나는 완전히 멈추지는 못하는 사람이었다.
잘해서가 아니라, 포기하는 법을 제대로 배우지 못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결과가 잘 나오지 않아도, 스스로에게 실망하면서도, 다음 날이 되면 다시 같은 자리에 앉아 있었다. 대단한 각오나 확신이 있어서가 아니었다. 그저 그만두면 더 불안해질 것 같았고, 계속하면 언젠가는 나아질 것 같다는 막연한 감각이 있었을 뿐이다.
처음엔 그게 장점인지도 몰랐다. 오히려 손해처럼 느껴질 때가 많았다. 재능 있는 사람들은 금방 성과를 내고, 나는 같은 자리를 맴돌았다. 남들이 한 번에 끝내는 일을 나는 여러 번 반복해야 했다. 그 과정은 멋있지도 않았고, 자랑할 만하지도 않았다. 묵묵함이라는 단어보다는, 미련함에 가까웠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알게 됐다.
사람들은 생각보다 빨리 포기한다는 사실을.
재능이 있든 없든, 대부분은 어느 순간 멈춘다. 생각보다 빨리 지치고, 생각보다 쉽게 방향을 바꾼다. 처음엔 열정으로 시작하지만, 결과가 기대에 못 미치면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멀어진다. 그 선택이 잘못됐다고 말하고 싶은 건 아니다. 다만 그때마다 나는 이상하게도 남아 있었다. 크게 잘하지 못해도, 남아 있는 쪽을 선택했다.
포기하지 않는 습관은 어느 날 갑자기 생기지 않는다. 그것은 매번 작은 선택의 결과다. 오늘은 하기 싫지만 조금만 더 해보자는 선택, 지금 당장 결과가 없어도 그냥 계속하겠다는 선택. 그 선택들이 쌓여 습관이 되었고, 습관은 결국 나를 여기까지 데려왔다.
어느 순간부터는 재능에 대한 생각이 줄어들었다.
비교를 안 하게 됐다는 뜻은 아니다. 여전히 나는 잘하는 사람들을 보면 부럽다. 다만 예전처럼 그 차이를 이유로 나 자신을 부정하지는 않게 됐다. 대신 이렇게 생각하게 됐다. 저 사람은 저 자리까지 갔고, 나는 내가 갈 수 있는 거리까지 가보자.
돌이켜보면 내가 얻은 건 화려한 성취보다, 계속해온 시간 그 자체였다. 수없이 실패한 경험, 수없이 흔들린 마음, 그래도 다시 돌아왔던 기억들. 그것들은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한 이력은 아니지만, 나를 쉽게 무너뜨리지 않는 힘이 되었다.
재능은 빠르게 사람을 위로해 주지만, 쉽게 사라진다.
반면 포기하지 않는 습관은 느리지만 오래 남는다. 눈에 띄지 않게 자라서, 어느 날 문득 돌아보면 생각보다 멀리 와 있다. 그때 비로소 알게 된다. 내가 여기까지 온 이유는 특별해서가 아니라, 계속 있었기 때문이라는 걸.
나는 여전히 대단한 사람이 아니다.
다만, 쉽게 사라지지 않는 사람이 되었다.
그리고 지금의 나는,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괜찮다고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