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성비 영어 공부
여러 회사에서 통역을 하면서 느낀 건데 영어를 전략적으로 필요한 만큼만 잘하는 사람들이 있다.
메일을 쓴다면 존중감을 담아 충분한 의사소통을 하고 회의를 할 때는 자신의 의사를 전달하는 데에 있어서 무리가 없는 정도인데 그에 비해 듣기가 크게 떨어지지 않는다면 영어는 그 정도에서 끝내면 되지 않을까 싶다. (여기서 발음까지 좋으면 금상첨화다.)
당연히 그보다 높은 수준이 있지만 그 수준에 도달하려면 희생해야 하는 것들이 너무 많다. 어려서부터 오랜 기간 외국 생활을 하면서 돈 쓰고 한국어나 한국의 문화적 이해 수준을 일정 부분 포기한다든지..
아니면 영어만 파고 수학이나 다른 과목을 포기한다든지.. 생각보다 엄청난 기회비용이 들어간다.
그런데 문제는 그렇게 얻을 수 있는 수준의 영어에 대한 수요는 우리나라에서 그리 높지 않다는 것이다. 한국에 지사가 있는 외국계 회사든 해외 업무를 주로 하는 대기업이든 한국에서의 영어 수준은 앞서 말한 수준이면 충분하고 해당 회사에서 혹은 앞으로 자신의 커리어에 있어 발전 가능성을 결정짓는 요소는 그 이상의 영어가 아니라 자격을 기초로 한 전문성이든 정치력이든 주량이든 영어랑 관계없는 것들이다.
이런 측면에서 국내 영어 교육의 목표가 앞 서 말한 정도의 최적 requirement 정도가 됐으면 좋겠다. 한 200년 정도 살면 몰라도, 언어라는 것 자체가 마스터한다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하다. 신기루 같은 걸 목표로 잡고 열심히 한다면 결국 영어 말고 할 줄 아는 게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그 높은 수준 갖다가 외국에 가봐야 다른 능력이 없다면 그냥 말할 줄 아는 사람이다.
그렇다면 최적 requirement 수준에 도달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아이에게 영어 공부를 시키고자 하는 학부모에게 라면 답은 꽤 간단하다.
귀가 트이고 영어에 대한 거부감을 없애기 위해 넷플릭스든 유투브를 통해 어릴 때 영어 콘텐츠와 친해지게 하고, 중딩 때 문법과 문장을 중심으로 가르치고, 고딩 때 문제 풀이에 초점을 두면 된다.
성인의 경우에는 베이스에 따라 다르지만 솔직히 꽤 열심히.. 10년 정도는 해야 한다고 본다. 정확히 말하긴 어렵지만 대략 토플 100점 정도는 되어야 한다. 불가능한 수준은 아니지만 본인만의 분야가 있을 것이고 스무 살이 넘으면 공부 외에도 중요한 게 많다. 또한 시행착오의 시간도 필요한 점 등을 고려했을 때 경험상 그 정도 시간은 필요한 것 같다. 아무리 효율적으로 한들 절대적 시간량도 필요하다는 의미이다.
하지만 앞서 말한 목표 수준이라면 끝이 있고 충분히 투자 가치가 있다고 본다. 자신의 전문 분야에서 오를 수 있는 정점을 결정하는 요소가 분야 역량이 아니고 적절한 수준의 영어라면 참 말이 안 될 얘기지만, 역설적이게도 불과 10년 전보다도 지금이 더 그런 세상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