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파 통번역사의 경험에 근거한 팁
영어 학원을 고를 때 고려해볼 만한 두 번째 조건은 자신의 수준에서 약간 버거운 정도로 첼린징한 곳이면 좋다는 것이다.
바쁜 시간 쪼개서 학원을 다니는 목적이 자신의 실력을 확인하거나 자신감을 높이는 게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자신의 실력보다 더 낮은 수준의 수업을 들으며 '다 아는 거네'하며 자아도취에 빠지는 경우가 생각보다 흔하다. 내가 빠졌던 함정이기도 하다..
스물다섯 살 때쯤 1년 정도 미국으로 어학연수를 갔었다. 미국 어학원에서 가르치는 문법/어휘 수준은 한국에서 한 중 3 정도 때 학원에서 배우는 수준과 비슷했던 것 같다. 왜냐하면 세계 각지의 학생들이 영어를 제2 외국어로 배우려는 목적으로 와서 듣는 수업이다 보니 당연히 영어 교육에 미쳐있는 한국인의 수준에 맞춰 수업이 돌아갈 리 없다. 지금 생각해보면 쥐뿔도 몰랐는데, 너무 쉬운 수업을 듣다 보니 자만심에 빠져서 미국까지 가서 영어를 등한시했다.. 자전거만 타다 왔다.
영어(외국어)는 운동이나 게임과 닮은 부분이 많다. 안 하면 현상 유지가 아니라 녹슬게 되고, 입도 풀어줘야 말이 나오고 안 듣다 보면 안 들리고.. 유사한 부분이 아주 많다. 그리고 게임이든 운동이든 실력을 빨리 늘리는 가장 좋은 방법은 단순하다. 지더라도 계속 고수랑 붙는 것이다. 물론 계속 지는 게 유쾌한 일은 아니지만.. 결국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나와 출발선이 같았던 누군가와 붙게 되면 상대는 상대가 되지 않는다.
내가 겪은 영어 학원들을 돌이켜 보면, 토플 수업을 들을 때와 통번역대학원 입시 학원에 다닐 때 그랬다. '아니 내가 지금 여기 있는 게 맞는 건가'하는 생각으로 그냥 버티는 느낌으로 다녔는데 돌아보면 발전에 있어서는 마일스톤이었다.
올라갈수록 고 난이도로 레벨에 따라 1반부터 10반까지 있다면 한 단계씩 차근차근 올라가려고 마음먹기보다 3 5 7 10, 이런 느낌으로 한 단계씩 더 올라가서 배우려고 하는 게 실력 향상에 더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어차피 3에서 1~2를 안 다루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모르는 게 있으면 스스로 챙겨가면서라도 존버하다 보면 생각보다 금방 적응하게 된다.
학원에 다니는 목적이 인연을 찾는 것이라면.. 예외지만 그렇지 않은 이상, 돈 쓰고 시간 쓰면서 학원을 다니는 것의 목적이 힐링은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실력 향상만을 목표로 삼고 자신에게 조금 버거운 클라쓰 혹은 학원을 선택하면 영어 실력 향상에 도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