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이 공장을 채울 때, 사람은 무엇을 하는가
라스베가스에서 개최되고 있는 CES 2026 관련 기사가 쏟아지고 있다. 중국 로봇들이 쿵푸 동작을 선보이며 발차기를 날렸고, 어떤 로봇은 탁구를 치고, 복싱을 하고, 춤을 췄다. 현대자동차그룹이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는 사람처럼 자연스럽게 걸었고, 사람이 어려워 하거나 하지 못하는 일들을 척척 해냈다. 아틀라스는 2028년부터 미국 조지아 공장에 투입한다고 한다. 부품 정렬부터 조립까지, 사람이 하던 일을 로봇이 대신한다.
예전에도 AI가 일자리를 위협한다는 기사는 많았다. 하지만 그건 주로 '사무직' 이야기였다. 기획서 작성, 데이터 분석, 고객 응대... 그런데 이젠 다르다. 로봇이 공장 현장까지 진출하기 시작했다. 사무실도, 공장도, AI와 로봇이 채워가는 중이다.
기사 댓글엔 "이제 정말 끝이네", "우리는 뭘 해야 하는 거지..." 같은 반응들이 넘쳐났다.
나도 순간 멋칫했다. AI가 기획서를 쓰고, 로봇이 조립까지 한다면, 사람은 대체 무슨 일을 해야 하는가?
AI가 기획서를 쓰고, 로봇이 조립까지 한다면, 사람은 대체 무슨 일을 해야 하는가?
이 질문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이에 대한 궁금증으로 인해 인공지능 관한 책들을 많이 읽어왔다. 감성지능, 윤리적 판단, 창의력, 스토리텔링... 전문가들이 말하는 역량은 화려했지만, 어딘가 추상적이었다.
그런데 이 답을 내가 사업을 하며 겪은 수많은 순간들에 대입해보니, 실제로 살아남게 해준 건 거창한 게 아니었다.
딱 3가지였다. 호기심 있게 문제를 찾고, 그 문제를 정의하고, 끈기 있게 해결해낸 순간들. AI와 로봇이 아무리 발전해도, 이 3가지만큼은 대체할 수 없었다.
ChatGPT에게 "좋은 사업 아이디어 알려줘"라고 물으면, 시장조사 데이터를 바탕으로 그럴싸한 답변을 내놓는다. "친환경 제품", "구독 서비스", "AI 기반 솔루션"... 이미 시장에 넘쳐나는 아이디어들이다.
하지만 진짜 기회는 남들이 안 보는 곳에 있다.
새로운 시장은 데이터에서 나오지 않는다. "왜 이 문제는 아직도 안 풀렸을까?" "이 두 가지를 연결하면 어떻게 될까?" "사람들이 말은 안 하지만 진짜 불편해하는 게 뭘까?" 이런 질문은 사람만이 던질 수 있다.
아이폰이 나오기 전, 사람들에게 "스마트폰이 필요한가요?"라고 물으면 대부분 "아니요"라고 답했다. 하지만 스티브 잡스는 "왜 전화기로 인터넷을 못 할까?"라는 질문을 던졌다.
넷플릭스가 DVD 우편 대여를 시작했을 때, 시장조사 회사들은 모두 "망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하지만 창업자는 "왜 비디오를 빌리러 가게까지 가야 할까?"라는 질문을 던졌다. AI는 주어진 문제는 잘 풀지만, "어떤게 문제인지"를 스스로 발견하지 못한다. 테슬라의 옵티머스가 아무리 정교하게 부품을 조립해도, "왜 이 부품이 필요한가?", "이 구조를 바꾸면 어떻게 될까?" 이런 질문은 여전히 사람만이 던진다.
"AI 시대엔 답을 구하는 능력보다, 질문을 만드는 호기심이 생존 능력이다."
https://brunch.co.kr/@idh1008/43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랐어!" 여기서 대부분 사람들은 멈춘다. 아이디어와 실행 사이엔 엄청난 간극이 있기 때문이다.
AI에게 "이 아이디어 실행 방법 알려줘"라고 물으면, 시장조사 방법론, 프로토타입 제작 가이드, 마케팅 전략 사례... 이런 걸 알려준다. 모두 유용한 정보다. 하지만 AI는 "당신의 상황에서 어떤 순서로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알려주지 않는다.
문제해결력의 핵심은 '문제를 쪼개는 능력'이다.
예를 들어보자. "온라인 쇼핑몰을 만들고 싶다"는 목표가 있다면, AI한테 물으면: "쇼핑몰 플랫폼 10가지 비교", "결제 시스템 구축 방법", "물류 파트너 선정 기준" 같은 답변이 나온다.
반면, 사람이 해야 하는 건: 1. 무엇을 팔 것인가? (타겟 상품 선정) 2. 왜 고객이 나한테 살 것인가? (차별화 포인트) 3. 처음 100명의 고객을 어디서 찾을 것인가? (초기 유입 전략) 4. 1번 고객의 피드백을 받고 → 2번 수정 → 3번 재시도 5. 이 사이클을 언제까지 반복할 것인가?
AI는 각 단계의 '답'은 주지만, 단계 자체를 설계하는 건 인간의 몫이다.
더 중요한 건, 예상치 못한 변수를 다루는 능력이다. 계획대로 실행했는데 고객 반응이 없다. AI는 "마케팅 예산을 늘리세요"라고 할 것이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상품 자체일 수도, 타이밍일 수도, 가격일 수도 있다. 무엇이 진짜 문제인지 찾아내는 건 사람의 직관과 판단이다.
"AI는 개별 작업은 잘하지만, '어떤 순서로 무엇을 해야 하는가'라는 전체 지도는 그리지 못한다."
문제를 잘게 쪼개고, 쪼갠 조각들을 올바른 순서로 배열하고, 예상치 못한 변수를 발견하고 대응하는 것. 이게 바로 문제해결력이다.
하지만 문제를 잘 정의했다고 끝이 아니다. 실제로 완수하는 힘이 필요하다.
문제해결을 위해선 행동을 해야한다. 직접 행동을 한 뒤 피드백을 받고 수정 보완하여 다시 실행해야 한다. 이르 끈기 있게 해 나가야 한다. 이는 사람만이 할 수 있다.
에어비앤비 창업자들은 첫 서비스를 론칭했을 때 일주일 동안 예약이 단 3건 들어왔다. 하나는 창업자 본인이었다. 여기서 포기했다면? 지금의 에어비앤비는 없었을 것이다.
그들은 "왜 예약이 안 될까?"를 직접 확인하러 갔다. 집주인들이 올린 사진을 보니, 화질이 엉망이었다. 그래서 직접 카메라를 들고 집집마다 찾아가 사진을 찍어줬다. 결과? 예약률이 3배 올랐다.
AI였다면 "사진 화질 개선 방법" 매뉴얼을 제시했을 것이다. 하지만 직접 발로 뛰며 문제를 해결한 건 사람이었다.
제임스 다이슨은 진공청소기를 개발하며 5,127번 실패했다. 5,127개의 프로토타입이 모두 작동하지 않았다. 보통 사람이라면 10번째 실패에서 포기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매번 "왜 안 됐지?"를 물으며 다시 시도했다. 5,128번째에 성공했다. 지금 다이슨은 연 매출 7조 원 기업이다.
끈기는 '참을성'이 아니다. "이 문제가 왜 중요한지"에 대한 확신의 부산물이다. 에어비앤비 창업자들은 "여행의 경험을 바꿀 수 있다"고 믿었다. 제임스 다이슨은 "흡입력이 떨어지지 않는 청소기가 가능하다"고 믿었다. 이 확신이 있었기에, 수십 번, 수천 번의 실패 앞에서도 포기하지 않았다.
"단기 성과는 AI가 이긴다. 하지만 장기전은 포기하지 않는 인간이 이긴다."
AI는 강력한 조수다. ChatGPT는 10분 만에 기획서를 쓰고, 2028년부터는 현대차 공장에서 아틀라스가 24시간 쉬지 않고 부품을 조립할 것이다. 하지만 '무엇을 쓸 것인가', '무엇을 만들 것인가'는 당신이 정한다.
AI 시대 인재상에 관한 수많은 책을 읽고, 10년 넘게 사업을 하며 배운 건 결국 이것이다:
AI 시대 살아남는 인재의 3가지 조건
1. 호기심: 남들이 안 보는 문제를 발견하라 AI는 답은 잘하지만, 질문은 만들지 못한다. "왜?", "이상하다", "혹시?"라고 끊임없이 묻는 사람만이 새로운 기회를 연다.
2. 문제해결력: 그 문제를 풀 수 있는 크기로 쪼개라 AI는 개별 작업은 돕지만, 전체 지도는 그리지 못한다. 문제를 정의하고, 쪼개고, 순서를 정하고, 예외 상황을 판단하는 건 인간의 몫이다.
3. 끈기: 첫 실패에 멈추지 말고, 실패를 다시 문제로 삼아라 AI는 실패하면 멈추지만, 인간은 실패를 학습으로 바꾼다. "왜 실패했지?"를 다시 묻고 재도전하는 힘이 장기전을 이긴다.
이 3가지만 있으면, AI는 당신을 대체하는 게 아니라 당신을 10배 빠르게 만드는 도구가 된다.
로봇이 공장을 채우고, AI가 사무실을 채울 때, 당신은 "무엇을 시킬 것인가"를 정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당신의 '왜'부터 세워라. 나머지는 AI가 도와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