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많던 호기심은 다 어디로 갔을까?
저 바위 덩이들은 도대체 어디에서 온 것일까? 얼마나 많은 먼지가 바람에 실려 옮겨진 것일까? 이 행성의 과거 역사가 어떠했기에 바위가 잘려 나가고 암석이 땅에 파묻혔으며 홈이 다각형으로 파이게 된 것일까? 바위의 성분은 모래와 같을까? 모래는 바위가 부서져 만들어진 것일까, 아니면 뭔가 다른 요인으로 생긴 것일까? 하늘은 왜 분홍빛일까? 공기의 성분은 무엇일까? 바람의 속도는 어떻게 될까? 화성에도 지진이 있을까? 대기압이나 경관은 계절에 따라 어떤 변화를 보일까?
1976년 7월 20일, 화성 탐사선 바이킹 1호는 화성에 착륙한 뒤, 지구로 사진과 영상을 전송해왔다. 놀랍게도 영상 속의 화성은 상상 속의 외계 행성이 아닌, 바위 덩이와 모래 언덕들이 무심하게 놓여있는 지구 상의 어느 풍경과 다를 바 없는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 있었다고 한다.
머리가 반백이 된 광산 채굴꾼이 노새를 끌면서 모래 언덕 뒤에서 나타나기라도 할 것 같았다
지구와 너무나 비슷한 환경을 본 그 아저씨는 "머리가 반백이 된 광산 채굴꾼이 노새를 끌면서 모래 언덕 뒤에서 나타나기라도 할 것 같았다"라고 말하며, 감격스럽게 화성을 감상한 뒤, 다시 생각에 잠겼다.
그 아저씨는 바로 '코스모스'라는 책을 저술한 '칼 세이건' 박사다.
호기심을 갖는 나이가 따로 있는 것은 아니지만, 보통 어렸을 때는 호기심이 많았다가 어른이 되어가면서 점점 사라져 버린다. 그런데 칼 세이건 박사는 마흔 살이 넘은 나이에도 왕성한 호기심을 갖고 있었다. 코스모스를 읽으면서 그의 박학다식함에 놀라기도 했지만, 사실 그의 왕성한 호기심에 더욱 놀랐다. 모든 것을 다 알고 있을 것 같아 보이지만, 오히려 그는 마치 천문학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것처럼 스스로에게 질문을 한다. 그의 엄청난 호기심을 보며, 나는 나의 호기심에 호기심을 갖게 되었다.
사실 나는 어렸을 때를 잘 기억하지 못한다. 그래서 내가 호기심이 많았는지 적었는지 확인할 수는 없다. 하지만 어렸을 때부터 책을 좋아했다는 주변 사람들의 증언을 참조하면, 호기심이 많았고, 그 호기심을 해결하기 위해 책을 읽었다고 유추할 수는 있다.
하지만 중, 고등학교 학창 시절을 보내며 나의 호기심은 점점 사라져 버렸다. 아니, 정확히 표현하자면 호기심을 해결하는 방법과 열정을 잃어버렸다. 어른들은 좋은 대학에 들어가는 게 나의 인생을 위해 좋은 것이라고 귀에 못이 박히도록 조언을 해주었다. 왜 그래야 하는지는 물어볼 수 없었다. 그냥 그래야 하는 줄 알았다.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해서는 학교 공부에만 관심을 둬야 한다고 했다. 학교 공부 이외의 관심은 쓸데없는 시간 낭비라고 배웠다. 착하고 성실한 학생이었던 나는, 어른들의 말씀을 곧이곧대로 들었다. 나름대로 열심히 공부를 했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 어른들이 말씀하셨던 그 '좋은 대학'에는 들어가지 못했다. 특별히 하고 싶었던 것은 없었지만 취직을 위해 대학교는 가야 했고, 비싼 등록금이 아까워서 결국 집에서 가까운 국립대학교에 입학을 했다. 수능 준비로 인해 갑갑했던 고등학교와 달리 대학교는 정말 자유로웠다.
어른이 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나에게 주어진 자유는 오히려 그토록 벗어나고 싶었던, 속박받았던 학창 시절을 그리워하게 만들기도 했다. 짜인 시간표에 맞춰, 주어진 과제를 해결하며 살아왔던 나에게, 모든 것을 스스로 선택해야만 하는 상황이 어색하기만 했다. 그런 어색함은 대학교를 마칠 때가 되어서도 여전히 해결되지 못했고, 사회인이 되어서도 마찬가지였다.
바쁘게 돌아가는 세상은 나에게 호기심을 갖고, 그 호기심을 해결할 수 있는 시간과 여유를 주지 않았다. 그러면서 점점 그 능력은 사라져 버렸다. 그렇게 철이 든 어른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