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OSM이다.
B2B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이 아니라도, 'OEM/ODM'이라는 용어를 들어봤을 것이다. 애플의 아이폰 박스에는 'Designed by Apple in California, Assembeld in China'로 표시되어 있고, 이는 곧 애플이 제품을 OEM(주문자 상표 부착) 방식으로 만들었다는 뜻이다. 설계는 미국 캘리포니아에 있는 애플에서 했고, 조립생산은 중국 업체에 외주를 준 것이다. 중국 외주업체에서 생산한 제품에는 애플의 로고가 찍혀 전 세계로 수출된다.
주문자의 설계도를 기준으로 생산을 하는 OEM 방식과 달리 ODM(제조자 개발 생산) 방식은 제조기업의 보다 적극적인 개입이 요구된다. OEM과 ODM의 공통점은 제조자의 상표가 아닌, 주문자의 상표가 부착된다는 점이다. 다른 점은 제조자의 제품 설계/개발 과정 참여 여부다. 개발 과정에 참여하기 위해선, ODM 업체는 설계와 제조에 관한 고유 기술력을 보유해야 하며, 연구/개발에 지속적으로 투자를 할 수 있어야 한다. ODM 기업들은 대부분 중소기업들이 많은데, 중소기업들이 마케팅과 유통, 재고에 대한 부담을 감수하면서 자사 브랜드를 구축하기엔 그 리스크가 너무 크기 때문에 브랜드 구축보다 ODM 방식을 유지한다.
이러한 ODM 방식은 화장품 산업에서 특히 큰 성공을 거두었다. 화장품 브랜드 기업들은 공장 보유에 대한 부담 없이 마케팅과 유통에 역량을 집중할 수 있었다. ODM 제조기업들의 기술력과 브랜드 기업들의 기획력을 접목하여 글로벌 시장에서 통할 수 있는 화장품을 개발하였고, 이는 K-Beauty 도약에 큰 기여를 했다.
OEM original equipment manufacturing : 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 방식
ODM original development/design manufacturing : 제조자 개발 생산 방식
파이프라인 산업
전문가들은 기존 산업은 '전통적인 파이프라인(Pipeline)' 시스템으로 운영되었다고 말한다. '전통적'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이유는 새로운 유형의 시스템(비즈니스)이 나타났기 대문이다. 바로, 이제는 우리에게 많이 익숙해진 '플랫폼'이다.
파이프라인 시스템의 특징은 가치의 창출과 이동이 단계적으로 일어나며, 파이프라인의 양쪽 끝, 즉 한쪽 끝에는 생산자가, 반대편 끝에는 소비자가 있다는 것이다. 파이프라인 시스템에서, 이 두 집단은 직접 만날 수 없다. 소비자는 물건을 생산하는 기업을 직접 만날 수 없다는 뜻이다. 생산자가 생산한 제품은 여러 단계를 거쳐야만 소비자에게 전달된다. 하지만 플랫폼은 다르다. 두 집단의 사용자들이 직접 만날 수 있는 온/오프라인 장소를 제공해주는 것이 바로 플랫폼이다. 파이프라인 시스템에선 일반적으로 브랜드 기업이 제품이나 서비스를 먼저 디자인 한 다음, OEM/ODM 방식으로 제품을 제조하여 판매하거나 유통을 한다. 여러 단계를 거쳐 마지막으로 고객이 제품을 구매한다. 간결하고 단선적인 형태이기 때문에 파이프라인 비즈니스를 '선형적 가치사슬 Linear Value Chain'이라고도 한다.
플랫폼 비즈니스의 바이블과 같은 책인 '플랫폼 레볼루션'에 따르면, 특정 산업에 플랫폼이 등장했을 때 전통기업이 기존의 방식대로 비즈니스를 하고자 한다면 살아남기 어렵다고 한다. 이는 지금까지 수많은 사례가 증명하고 있다. 기존의 사업방식을 영위하는 전통기업에게는 플랫폼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한 3가지 옵션이 주어진다고 한다.
1. 플랫폼을 구축할 것
2. 플랫폼 자체를 구매할 것
3. 적극적인 플랫폼 참여자가 될 것
이미 구축해 놓은 비즈니스 시스템으로 인해 전통기업들에게 1번과 2번을 선택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결국 3번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며, 이는 곧 플랫폼 생태계에 적응하지 못하면 결국 도태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제조회사인데, 자체 공장은 없습니다!
공장을 보유하고 있지 않은 제조회사가 등장하고 있다. 무슨 말도 안 되는 상황인가 싶기도 하다. 하지만 이 세상엔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었지만, 결국 말이 되다 못해 진리가 된 사례들이 많았다.
약 300~400년 전까지만 해도 지구 상에 존재하는 사람들에게는 태양이 지구를 도는 게 당연했다. 프톨레마이오스에 의해 주장된 '천동설'은 약 2천 년 가까이 인류에게 진리였다. 코페르니쿠스, 갈릴레오 갈릴레이 등 수많은 천문학자들의 노력에 의해 '지동설'이 진리가 된 지는 사실 얼마 되지 않았다.
환경이 변하고, 새로운 기술이 개발되면서 우리는 생존을 위해 변화 또는 진화를 해왔다. 제조기업 또한 시장 환경이 변화함에 따라 OEM 방식에서 ODM 방식으로 진화를 했다. 파이프라인 비즈니스에서 이제는 플랫폼 비즈니스로 그 환경이 다시 바뀌고 있다. 이제 다시 한번 진화를 해야 할 때다.
당연하게도 제조기업의 핵심은 '제품 생산'이다.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생산할 수 있어야 한다. 제품 생산을 위해선 생산 설비 구축이 필수다. 아니 필수였다.
플랫폼은 우리 생활에 많은 영향을 끼쳐왔다. 우리의 고정관념 또한 많이 바뀌었다. 그중 플랫폼에 의해 등장한 '공유 경제'는 정말 충격적이었다. '소유'에 집중하던 우리는 소유하지 않고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을 알 게 되었고, 그로 인해 우리 산업의 구조 또한 많이 바꾸었다.
플랫폼 시대이니만큼 이제 이런 질문을 해볼 수 있을 것 같다.
'제조기업은 핵심 역량인 '제품 생산'을 위해 꼭 설비를 꼭 보유해야 하는가?'
이에 대해 OSM 이론에서는 '공장, 창고, 또는 운송 차량과 같은 설비/시설을 보유할 필요가 없다'라고 말한다.
사회가 점차 개인화되어 감에 따라 고객의 요구는 점점 다양하고 복잡해지고 있다. 기업들은 이 변화된 상황에 적응해야만 한다. 이는 B2C 기업들에게만 국한되는 사항은 아니다. B2C 기업들의 주 고객인 소비자의 요구가 점점 다양하고 복잡해지고 있다는 의미는 제조기업들의 고객인 B2C 기업들의 요구도 점차 다양하고 복잡해진다는 의미다.
점점 경쟁이 치열해지고 고객의 요구는 다양해지고 있는 환경에서, 빠른 대응은 필수적이다. 하지만 설비를 소유하고 있다는 것은 그 설비를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하기 때문에, 보유 설비를 활용하는 방향으로 영업/마케팅 역량을 집중할 수밖에 없다. 고객의 요구에 유연하게 대응하기보단, 보유 설비에서 생산할 수 있는 제품 위주의 대응이 될 수밖에 없다. 살아남기 위해선 그 회사만이 생산할 수 있는 제품을 보유해야 한다. 그 제조기업만이 생산할 수 있는 제품을 보유하고 있지 못하다면, 결국 시장 논리에 의해 도태될 수밖에 없다. 세상에 그런 기업은 많기 때문이다.
OSM은 제조기업이 제조방식을 전략적으로 선택하여 생산하는 방식을 말한다. 여기에서, '전략적'이라는 의미는 고객의 다양한 요구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네트워크를 구축한 뒤, 각 상황에 맞는 최선의 선택을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고객이 원하는 것은 제조기업이 설비를 보유하여 그 설비에서 생산하는 제품을 공급받는 것이 아니라, 품질 보증이 된 상태로 최대한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받고 싶어 한다. 이를 위해 이종 산업에 속한 기업뿐만 아니라 동종 산업에 속한 기업들과도 전략적인 제휴를 맺어야 한다.
OSM은 일반적으로 국내와 글로벌 네트워크, 중요한 소싱 및 생산관리 전문가와 함께 다양한 분야의 운영자들과 함께 전략적 파트너십을 구축해야 한다. 비즈니스 핵심에 역량을 집중하고, 그 이외의 부분들은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하여 해결해야 한다. OSM의 핵심역량은 바로 '컨설팅'이다. 고객과 함께 고민하고 그들의 고민을 다양한 방식으로 해결해주어야 한다. 문제 해결을 위해 다양한 분야의 파트너들과 함께 강력한 네트워크 구축이 필수적이다.
OSM 조직은 'Lean & Flexible' 해야 한다. 제조에 필수적인 설비를 보유하지 않고 공유 또는 외주 방식을 선택할 정도로 이 조직은 최대한 군살을 빼고 유연하게 운영되어야 한다. B2C 뿐만 아니라 B2B 분야에서도 플랫폼의 영역은 점차 넓혀지고 있다. 플랫폼의 영향이 커진다 하더라도 당분간 플랫폼이 침범할 수 없는 영역이 바로 컨설팅 영역이다. 단순한 제품 구매를 위해선 플랫폼 활용이 나은 선택일 수 있지만, B2B는 단순 제품 구매가 아닌 경우가 많다. 상품 개발이라는 과정을 거쳐 새로운 상품을 제작해야 하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복잡한 단계를 거칠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그 복잡한 단계를 해결해 줄 컨설팅 역량은 필수적이다.
약 6,600만 년 전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지만, 폭이 수십 킬로미터에 달하는 운석이 지구에 떨어져 그 당시 지구의 지배자였던 공룡이 멸종되었다. 공룡에게는 애석한 일이지만, 이는 포유류를 포함한 다른 종들에게는 또 다른 기회였다.
2020년 코로나 19라는 거대한 운석이 지구에 떨어졌다. 위기다. 하지만 이는 기회기도 하다. 이 기회를 최대한 활용하여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선도하는 기업들이 많아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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