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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철학하는 CEO Oct 27. 2021

창업 후 치열했던 3개월,  첫 발주의 의미

데스 밸리 탈출의 첫 신호

쾌남향과 여름겨울 스킨케어 루틴 개똥철학

9년 전, 화장품의 '화'자도 모른 채 시작했던 화장품 해외영업이 이제 어느덧 9년 차에 접어들었다. 얼굴에 바르는 건 스킨과 로션이 전부인 줄 알았고, 모든 스킨에는 '쾌남향'만 존재하는 줄 알았던 것이 화장품에 대해 알고 있는 지식의 전부였다. 그런 나에게도 나만의 스킨케어 루틴이 존재했는 데, 스킨로션 세트를 구매한 뒤, 유분이 많아지고, 땀이 많이 나는 여름엔 스킨만 사용하고, 보습이 중요해지는 추운 겨울엔 로션만 사용하는 것이었다. 

 이는 피부의 적절한 보습을 유지함과 동시에 스킨과 로션의 사용량도 적절하게 맞춰 스킨과 로션을 따로 구입하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한 정교한 계산이 숨어있었다. 이는 추후 개똥철학이었음이 밝혀졌고, 8년 간의 화장품 산업에서 쌓은 지식과 경험이 더해져 나름의 스킨케어 루틴을 갖고 '적절하게' 피부 관리를 하고 있다. 


 그 정도로 화장품에 대한 배경지식 없이 시작했던 해외영업이었기에, 마치 아이가 걸음마를 배우듯, 넘어지고 부딪치고 깨지며 스스로 익혀야 했다. 그렇게 온갖 고난과 역경을 딛고 업무 시작 3개월 만에 처음으로 영국에 위치하고 있는 화장품 브랜드 기업으로부터 첫 발주를 받았다.  

 

 아직도 그때 기분을 잊지 못한다. 아침 출근하고 평소와 다름없이 업무를 시작하려고 이메일을 확인하는 순간, 스팸메일로 의심되는 제목이 보였다. 'POxxxxxxx'. 하지만 거래처 직원이 보낸 것임을 확인하고, 조심스럽게 이메일을 클릭해보니, 이메일 첨부 파일에는 발주서가 있었다. 그때의 기분은 뭐라 말로 표현할 수가 없었다. 그간의 마음고생과 노력했던 시간이 한순간에 보상받는 기분이었다. 그 뒤, 8년 동안 수천 번의 발주서를 받게 되었지만, 첫 발주서의 감동은 아직도 잊히지 않고 생생하다.


 



2021년 7월 22일, 넥스트팬지아(주)라는 회사가 설립되었다.

(영문명 : Next Pangaea Inc.)


넥스트팬지아는 글로벌 화장품 산업에서의 고군분투하며 얻은 소중한 경험시대의 흐름을 읽기 위해 수백 권의 독서를 하며 얻은 통찰을 바탕으로 탄생한 노력의 산물이다. 아직 '대표님'이라는 호칭이 어색한 사업 입문자 단계이긴 하지만, 사업에는 철학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그 철학을 갖기 위해 노력했다. 기술적인 측면, 즉 기업 운영을 잘하는 것도 분명 중요하지만, 뼈대를 튼튼히 세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 뼈대의 핵심은 '기업의 비전' '비즈니스 모델'이다. 

Pangaea - 팬지아로 불리고 싶다. 판게아가 아닌....TT

 사실 기업의 비전은 이미 9년부터 세워져 있었다. '인생을 바꾼 10년 프로젝트, 그 성공의 비밀'에서 이야기했듯이 10년 전, 나는 이미 창업에 대해 생각을 하고 있었고, 어떤 기업을 만들 것인지도 기록해두었다. 9년의 시간 동안 다행히 그 생각은 변치 않았고, 오히려 오랜 시간을 두고 많은 생각을 했기에 그 꿈은 더욱 선명해졌고, 이제는 꿈이 실현되는 첫 단계에 진입한 것이다.  

https://brunch.co.kr/@idh1008/40



기업의 비전과 비즈니스 모델

 '기업의 비전'이 기업의 꿈과 가야 할 방향을 설정해줬다면, 이제는 그 방향으로 움직일 운송수단을 만들 차례였다. 이때 정말 많은 책을 읽었던 것 같다. 올해 6개월 동안 100권의 책을 읽었던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세월이 지나면서  그 가치가 더욱 커지는 명품과 같은 운송수단을 만들고 싶었다. 생각, 사색, 고민 등 머리로 생각을  해야 했고, 그 자양분이 바로 독서였다. 

https://brunch.co.kr/@idh1008/25


내가 만들고 경험해 본 비즈니스 모델은 살아있는 생명체 같았다. 

 치열하게 고민한 끝에 탄생한, 나름대로 완벽하다고 생각했던 사업 초기 비즈니스 모델은 창업 후 3개월이 지난 지금은 다른 모습으로 바뀌어 있다. 석공이 돌 조각상을 만들기 위해 수 천 번의 망치질을 하듯 정성을 들여 다듬는 과정이 필요했다. 사업 환경이 계속 변화하기 때문에 변화에 생존하기 위해 비즈니스 모델은 계속 검토되고 다시 들여보고, 필요하면 과감히 수정해야 한다.  


 넥스트팬지아는 초기 세 가지 비즈니스 모델로 시작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플랫폼 사업'을 더욱 정교화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던 중, 사업성이 있다고 판단된 세 가지 비즈니스 모델을 덧붙였다. 총 6가지 비즈니스 모델로 시스템이 돌아간다. 3개월 동안 한 일은 각각의 사업을 초기 세팅하고, 시스템을 구축한 일이었다. 그리고 비록 나는 시스템을 만든 사람이긴 하지만, 시스템은 이미 만들어졌으니, 내가 할 일은 시스템의 일부가 되어 일을 하는 것이다. 나는 시스템으로 일하고 있다. 


사업은 시간이 필요하고 인내해야 한다

 이 말은 전적으로 동의한다. 처음부터 큰 규모의 발주를 따내는 기업이 어디 있는가? 기다림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 기다림의 기간은 사업마다 천차만별이고, 당사자에게 그 기간은 너무 길게만 느껴진다. 직원을 고용하고 사무실을 임대하고, 설비에 투자를 했다면 그 무게감과 압박감은 직접 경험해보지 않고는 느낄 수 없을 것이다. 주식 투자할 때, 큰 금액을 투자하지 않아도 내가 투자한 주식이 파란색으로 바뀌어 피 같은 내 돈이 사라지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볼 때, 아마 이보다 더 크면 크지 작진 않을 것이다.  


첫 발주서가 접수되었다

직장 생활 동안 첫 발주서 접수 이후 점점 잃었던 발주서에 대한 소중한 마음을 이제 다시 느끼고 있다. 3개월이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을 수 있지만, 나에게는 몇 년 같은 시간이었고, 그 인고의 시간을 견디고 지나 드디어 첫 발주서가 접수되었다. 

 아이러니한 것은 가장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노력했던 사업분야에서가 아닌, 사업 시작 초기엔 생각도 하지 않았지만, 중간에 새롭게 추가한 사업분야에서 먼저 발주서가 접수되었다. 계획대로 안 되는 것이 인생이고 이래서 인생이 재밌는 것이 아닌가? 어찌 되었든 발주서가 접수된 것이 중요하다. 


해외 수출을 하기 위해선, 그 나라의 문화와 취향에 맞는 콘텐츠를 제작해야 한다는 마음으로 만든 동영상이다. 넥스트팬지아의 고객은 미국과 유럽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그들의 취향에 맞고 트렌디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넥스트팬지아 홍보를 위해 만들었던 동영상으로 인해, 첫 발주서를 받았다.  

https://youtu.be/2mikL4U0Ysk




 

 발주서를 받고 나니, 지난 3개월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발주서가 접수된 것 자체도 기쁘긴 하지만, 코스톨라니의 투자철학과 같이 나 또한 내가 설정한 가설(비즈니스 모델)의 일차 검증이 통과됐다는 것이 더욱 기뻤다. 아무리 훌륭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었다 해도 검증을 통과하지 못해, 즉 매출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훌륭하다고 볼 수 없다.   

- 투자의 구루 Andre Kostolany - 
'내가 투자를 해서 성공하면, 단순히 돈을 벌었기 때문에 기쁜 것이 아니라 내 생각이 다른 사람들의 생각보다 올바르다는 것이 입증됐기 때문에 기쁜 것이다. - Adnre Kostolany

 

 이제 겨우, 6가지 비즈니스 모델 중 한 가지 모델의 일차 검증을 마친 것이다.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 지금껏 그래 왔듯, 앞으로도 내가 세운 가설은 지속적인 검증을 받게 될 것이다. 검증을 바로 통과하는 모델도, 검증 통과에 오래 걸리는 모델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결코 검증을 통과하지 못하는 모델은 없을 것이다. 


비즈니스 모델은 살아있기 때문이다. 비즈니스 모델을 생명체로 다룰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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