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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철학하는 CEO Aug 29. 2021

인생을 바꾼 10년 프로젝트, 그 성공의 비밀

10년 계획 세워본 적 있나요?

 지금으로부터 8년 전, 31살 나에게 두 가지 선택지가 주어졌다.

안정적인 연봉 4천만 원 vs 설레는 연봉 3천만 원 

 근무하고 있던 직장에서의 파격적인 연봉 인상 제안으로 안정적인 연봉 4천만 원과 새로운 도전에 대한 가슴 설렘, 하지만 타 산업으로의 이직이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감내해야 하는 연봉 삭감의 선택지였다. 연봉이 비슷한 수준이었다면 크게 고민하지 않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30세 초반의 직장인에게 1천만 원은 결코 적은 돈이 아니기 때문에 고민을 많이 하였다.  


 자동차 부품 회사에서 첫 해외영업을 시작하며, 성실함과 업무 능력을 인정받아 2천만 원 중반에서 시작된 연봉은 입사 3년 만에 4천만 원으로 수직 상승했다. 하지만 업무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해외영업인이 되어 전 세계를 서류가방 하나 들고 누빌 것을 기대했던 것과는 달리, 대부분은 사무실에서 무역 서류 관리했다. 그마저도 해외 품질 업무가 추가되면서 점점 해외 품질 업무 비중이 높아졌다. 이미 업무 능력을 인정받고 있었기에 회사에서 원하는 업무만 해준다면 적지 않은 연봉과 직장에서의 성공은 보장되어 있었다. 하지만 현실 속의 나는 내가 원하는 모습을 하고 있지 않았다. 더 이상 가슴 뛰지도 않았다. 선택을 해야 할 시기가 온 것이었다. 


초심으로 돌아가 해외 영업을 선택했을 때를 생각해보았다. 나는 비행기를 타고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사람들과 교류하며, 성공한 글로벌 비즈니스맨이 되고 싶었다. 그렇게 직장생활을 마무리하고 내 사업을 하고 싶었다. 하지만 자동차 부품 기업에서 성공한 해외영업인이 된다 하더라도 현실적으로 내 사업을 하기는 쉽지 않았다. 나는 점점 원하는 모습과 멀어지고 있음을 느꼈다. 더 이상 틈이 벌어지기 전에 결정을 내려야만 했다. 


 처음부터 화장품 해외영업을 해야겠다는 생각은 없었다. 추후 내 사업을 할 수 있는 소비재를 생산하고, 기술력은 있지만 회사 규모가 작은 회사를 찾았다. 열정 넘쳤던 31살의 나는 작은 회사를 키워보겠다는 야무진 꿈이 있었다. 목적을 갖고 회사를 찾으니 조건에 맞는 회사 3군데에서 면접을 볼 기회가 생겼다. 면접 보러 가기 전 그 회사와 산업 분석을 한 뒤, 입사 후 어떻게 해외영업을 하겠다는 내용으로 각 회사에 맞게 프레젠테이션을 만들었다. 결과는 모두 합격이었다. 하지만 그 업계에 대한 경험이 전무하기 때문에 제안받은 연봉 수준이 너무 낮았다


 1천만 원의 차이를 과감하게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순전히 미래의 나를 위한 결정이었다. 무슨 자신감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의 연봉 차이는 나중에 충분히 극복하고도 남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가슴이 시키는 대로 행동하고 결정했다. 과감히 타 산업으로의 이직을 선택했다. 




다시 바닥에서 시작하다 

 청운의 푸른 꿈을 안고 화장품 업계로 이직을 했으나, 화장품과의 허니문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해외 영업 프로세스를 아는 것 말고는, 화장품 업계에서 나는 신입사원과 다를 바가 없었다. 화장품 업계 인맥, 화장품에 대한 지식, 화장품 업계 돌아가는 소식 등 전혀 아는 것이 없었고, 그 어떠한 것도 혼자 할 수 없었다. 작은 회사였기 때문에 회사 시스템은 둘째치고 제대로 된 교육을 받을 수도 없었다. 온전히 스스로 해내야 했다. 


 그런 날이 반복되니 점점 출근하기가 싫어졌다. 아무도 뭐라고 하는 사람은 없었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력한 내 자신이 한탄스러웠고, '무엇을 위해 그 좋은 조건들을 다 뿌리치고 고생을 사서 하나'라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일이었다. 과거에 나는 이제 중요치 않다. 나는 다시 새롭게 시작해야만 했다. 바닥에 있다는 현실을 받아들여야만 했다. 나는 살아남고 싶었고 내가 원하는 해외영업인이 되고 싶었다. 


그렇게 살아남아야겠다는 절실한 마음으로 독서를 시작했다. 멘토가 없었기에 독서가 유일한 나의 선생님이었다. 일단 자기 계발 도서를 열심히 읽었다. 단순히 읽기만 한 게 아니라 책의 내용을 정리하여 행동으로 옮겼다. 그렇게 자기 계발 도서를 수십 권 읽다 보니 책에서 공통적으로 하는 말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나에 대해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는 것

인생의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야 한다는 것

꾸준히 실천해야 한다는 것


나의 인생을 바꾼 사명서와 인생계획 

 30살까지의 나의 인생은 근면, 성실, 끈기로 대변할 수 있었다. 학창 시절엔 개근상을 매번 개근했고, 약속시간에 늦는 법이 없었다. 맡은 바 일은 묵묵히 잘 해냈다. 그래서 꾸준히 실천하는 것은 자신 있었다. 하지만 나머지 두 가지는 막상 시도를 해보니, 너무 어려웠다. 내가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 되고 싶은 건 무엇인지, 어른이 된 뒤로는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내가 나를 이렇게도 몰랐구나'라는 자책감도 들었다. 


그래도 책에 쓰인 대로 사명서를 작성하기 위해, 나에 대해 파악하려고 노력했다. 몇 달 동안 온전히 나만을 생각했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싫어하는지, 나라는 사람은 대체 어떤 사람인지... 그렇게 진심으로 고민을 하니 결국 답을 얻을 수 있었다. 그렇게 나의 사명서를 완성했다. 8년이 지난 지금 사명서를 다시 쓰라고 해도 8년 전에 작성한 사명서와 거의 비슷하게 쓸 수 있다. 8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은 마음으로 살고 있기 때문이다. 


 사명서를 완성했으니, 이제 인생 계획을 세워야 했다. 인생은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고 했다.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게 우리 인생인데 10년 뒤, 20년 뒤의 계획을 세우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나'라는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이번에도 책에 쓰인 대로 하기로 했다. 인생 계획을 세우되 아주 구체적이고 마치 일어난 것처럼 세웠다.


그렇게 나는 인생 계획표도 완성했다. 아래 그림이 그때 작성한 사명서와 인생계획표다. 


[31살에 작성한 사명서와 30년 인생계획]


 31살의 나는 인생의 새로운 출발선에 있었고, 가진 것도, 이뤄낸 것도 아무것도 없었지만, 원대한 꿈을 꾸었다. 직장 생활을 통해 모든 직급을 경험한 뒤 임원이 되어 CEO로 임명되는 것이었다. 그렇게 직장생활을 통해 경험할 수 있는 모든 것을 경험한 뒤, 인류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내 사업체를 설립하여 유니콘 기업을 만들고 싶었다. 사업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면 은퇴를 하여 기업과는 다른 방법으로 인류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재단을 설립하고, 연구, 강연, 작가 활동을 한다는 계획이었다. 그리고 60세 이후의 계획은 그 계획을 세울 수 있을 때 다시 세운다는 30년 장기 계획이었다.  




성공적이었던 첫 10년 프로젝트 

 사명서와 인생계획표를 완성했으니 이제 남은 것은 꾸준한 행동이었다. 그렇게 사명서와 말도 안되는 인생계획으로 시작된 나의 30대는 정말 한결같았다. 31살의 나와 8년이 지난 현재 39살, 나의 하루 일과는 무서우리만큼 똑같다. 매일 아침 러닝 또는 운동을 하고, 많은 시간을 책과 함께 했으며, 책에서 읽었던 내용들을 정리해 실천하였다. 그리고 밤 11시 전에는 항상 잠에 들었다. 이런 규칙적인 습관들로 인해 30대 초반이나 지금이나 항상 건강한 몸을 유지하고 있으며, 자기 계발 분야의 책들로 시작한 나의 독서력은 인문, 철학, 역사, 경제/경영 등 분야를 가리지 않게 되었다. 

[러닝 어플과 독서 어플을 통해 기록 관리]


 주변 사람들은 나에 대해 성공했다는 말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아직은 성공에 대해 섣부르게 논하고 싶지 않다. 지금은 나의 인생 계획을 달성해 가는 과정에 있고, 목표를 달성하려면 아직 멀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나이 40을 몇 개월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나의 첫 번째 10년 프로젝트를 논한다면 감히 '성공적이었다'라고 평하고 싶다. 31세에 계획했던 것들을 모두 조기에 달성했기 때문이다. 32살에는 과장 진급, 33살에는 차장 진급, 36살에는 이사 진급을 했다. 그리고 올해 39살에는 드디어 법인 기업을 설립하고 대표가 되었다.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이다' - 찰리 채플린 


 잠시 숨을 고르고 뒤를 돌아 살아온 인생을 돌이켜보면, 모든 것이 내가 원하고 계획한 대로 착착 이뤄진 것 같다. 하지만 8년 동안 나의 하루하루는 나 자신과의 싸움이었다. 매일 새벽에 일어날 때마다 더 자고 싶은 마음을 이겨내야 했고, 러닝을 하기 위해 현관까지 가는 길은 천리, 만리 같았다. 그래도 러닝을 마친 뒤 땀을 흘리고 샤워할 때의 기분이 좋아 거의 매일 달렸다. 


책을 많이 본다고 책이 항상 좋은 것만은 아니다. 두껍고 어려운 내용의 책은 읽기 벅찰 때도 많았고, 그냥 베고 자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독서를 하고 나면 항상 새로운 아이디어들이 떠오르기 때문에 손에서 책을 놓을 수가 없었다. 특히 3년 전 이사가 되었을 때는 이사로서 실무적인 업무 능력보다 기업의 비전과 미션을 고민해야 했기에 인문, 철학, 역사책을 더욱 가까이하게 되었다. 


 8년 전 인생계획표를 작성했을 때, 처음엔 스스로도 달성 가능성을 높게 보지 않았었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돌이켜보니, 인생계획표는 100% 그대로 이루어지라고 쓰라고 하는 것이 아닌 것 같다. 인생계획표는 인생의 방향을 설정하고 우리가 길을 잃었을 때, 나아가야 할 방향을 비춰주는 등대와도 같다는 생각을 한다. 인생을 살다 보면 계획표에 적혀있는 일정보다 빨리 도달할 수도, 때론 늦게 도달할 수도 있다. 인생에 정답이 있는 것이 아니지 않은가? 속도보단 방향이 중요한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목표와 방향을 설정하고 꾸준히 앞으로 나아가다보면, 어느 일정 구간을 돌파하는 순간 속도까지 빨라진다는 것이다. 31살 화장품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던 대리였던 내가, 5년 뒤 36살에 이사가 되리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방향을 정해놓고 꾸준히 했기에 속도가 붙었던 것이라고 생각한다.  


 인생은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다고 했던가, 45살에 시작할 것으로 예상했던 기업 설립을 6년 빨리 시작하게 되었다. 계획된 일정은 변할 수 있지만, 원칙이 변하면 안 된다. 다행히 8년 전에 계획한 인류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기업을 설립한다는 원칙은 변치 않았다. 올해 초, 창업진흥원 예비창업패키지에 지원하면서도 그 원칙은 변치 않았고, 법인이 설립된 뒤에도 잊지 않기 위해 비전과 미션으로 기록해 놓았다. 


https://www.nextpangaea.com/


넥스트 팬지아(주) | 내가 설립한 회사다. 글로벌 화장품 개발 플랫폼을 기반으로 OSM, 글로벌 마케팅, 팬지아 아카데미 등의 주요 서비스를 제공한다. 작년 이 맘 때만 하더라도 나는 플랫폼에 대해서 거의 알지 못했다. 그저 기차역 플랫폼? 애플 앱스토어? 정도로만 알고 있었다. 우연한 기회에 플랫폼 기업들에 대한 책을 읽게 되었고, 플랫폼이 갖고 있는 무한한 가능성을 봤다. 내가 종사하고 있는 화장품 산업에서 플랫폼이 어떻게 작동되고 있는지 알아보니 아직은 초창기였었다. 


그 뒤로 시중에 나와있는 플랫폼 관련 책들을 독파하기 시작했다. 15권 이상의 책을 읽은 것 같다. 뿐만 아니라 유튜브와 구글 검색을 통해 플랫폼에 대한 해외 자료도 공부하였다. 공부를 하면서 스스로 플랫폼과 화장품을 연결하기 시작했다. 


 공부를 하고 보니, 내가 만드는 화장품 개발 플랫폼이 인류사회에 기여할 수 있다는 확신이 생겼다. 나의 사명과 정확히 일치했기 때문에, 어떻게든 하고 싶었다. 간절하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고 했던가, 그렇게 정부지원을 받을 수 있는 예비창업패키지를 알게 되었고, 선정되어 정부 지원을 받아 이렇게 창업을 하였다. 이 일은 하기 위해 지난 8년을 그렇게 고생하며 화장품 B2B 해외영업을 해온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딱 맞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IT 전문가도, 플랫폼 전문가도 아니다. 그들의 지식수준에는 도달할 수도 없고, 그러고 싶지도 않다. 플랫폼에 대해서는 전문가의 지식과 노력을 존중한다. 하지만 방대한 플랫폼의 세계에서 화장품 플랫폼으로 그 범위를 좁혔을 때는 나도 전문가라고 생각한다. 나는 화장품 플랫폼 기업을 설립했고 심지어 10월에는 일산에서 개최되는 화장품 전시회에 '화장품 플랫폼'을 주제로 강연도 한다. 


이는 여러 권의 플랫폼 관련 책을 읽으며, 플랫폼에 대한 일정 수준 이상의 지식을 쌓은 뒤 플랫폼과 화장품의 연결을 시도했고, 꾸준히 실행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나폴레옹 힐의 성공철학

 내가 설정한 방향대로 살아온 나의 30대를 돌이켜보면, 정말 꿈같은 일들이 많이 일어났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는지 궁금하였다. 그 이유를 성공학을 세상에 처음 발표한 나폴레옹 힐의 성공철학에서 찾을 수 있었다. 그가 말한 성공철학 4가지는 아래와 같다.


첫째, 확고한 목적의식과 불타는 강렬한 의욕을 갖는다.

둘째, 명확한 계획을 세우고 착실히 실행해나간다.

셋째, 주위 사람들의 부정적인 견해는 깨끗이 무시해버린다.

넷째, 나의 목표와 계획에 찬성하여 항상 용기를 북돋워주는 사람을 친구로 사귄다.


또다시 새로운 출발점 

 이제 몇 달 뒤면, 불혹의 나이 40살이 된다. 14년 간의 직장생활을 마무리했고, 이제는 기업가의 길을 걸어야 한다. 언제나 그랬든 또 새로운 환경이다. 생소하고 어려운 환경 속으로 나를 또 무참히 집어넣어 버렸다. 직장인으로서 이직을 하는 것이 아닌, 창업을 했기 때문에 사실 걱정이 많다. 


 직장인은 기업이 이미 보유하고 있는 설비와 시스템을 이용하면 되기에 주어진 일만 하면 된다. 하지만 창업은 설비와 시스템 모든 것이 전무하기에  스스로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세무/회계, 법인설립 등 처음 해보는 일이 많기에 어렵고 복잡하고 힘들었다. 하지만 그 외의 일들은 재밌다. 시스템을 비교적 잘 갖추지 못한 작은 회사의 팀장과 이사를 하려면 시스템을 만들어야 했기 때문에, 나는 회사 시스템을 만들어 본 경험이 많다.


걱정과 기대가 공존하는 스타트업이지만 31살 인생계획표를 썼을 때처럼 왠지 모르게 잘 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왜냐하면 나는 아직도 확고한 목적의식이 있고, 강렬한 의욕을 갖고 있으며, 명확한 계획을 세워 착실히 실행 중이다. 부정적인 견해는 선별해 들을 수 있는 나이가 되었다. 주변엔 나의 목표와 계획에 찬성하여 용기를 북돋워주는 사람들도 많다. 나의 매일 일과는 8년 전과 똑같고, 앞으로도 똑같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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