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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철학하는 CEO Aug 28. 2021

한 우물을 파야할까? 한 눈을 팔아야 할까?

N잡러 전성시대

내가 다니는 회사가 망할 수도 있다?

 15년의 직장 생활 동안 내가 다니는 직장이 망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 코로나19를 겪기 전까지는... 2020년 3월 처음으로 내가 다니는 직장이 망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봤다. 발주 물량이 급격히 줄어들었고, B2B 기업에게 중요한 현재 진행 중인 프로젝트 또한 대부분 보류되거나 중단되었다. 그만큼 코로나19의 충격은 컸었다.


 그때부터 처음으로 회사에서 부여하는 타이틀을 제거한, 온연한 나에 대해 고민을 해보게 되었다. 사람들과 만나 인사할 때 'ㅇㅇ 회사 임동훈 이사입니다'라는 말 대신 다른 것을 내세울 수 있는지 생각해 보았다. 충격적 이게도 '임동훈'이라는 이름 앞에 붙일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그런 상태로 갑자기 회사가 망해 자의가 아닌 타의로 사회에 내던져지는 생각을 해보니 정말 끔찍했다. 아무런 준비가 없다면 사회에서 나의 생존 가능성은 낮아진다. 직전 회사에서의 이사라는 타이틀은 아무런 쓸모가 없다. 오히려 높아진 몸값과 무거운 직함으로 인해 이직만 어려워질 뿐이다. 그런데 이런 고민을 하는 사람들이 나뿐만은 아닌 것 같다.


'N잡러' 전성시대

 바야흐로 'N잡러' 전성시대다. 'N잡러'는 두 개 이상의 수를 뜻하는 'n'과 직업을 뜻하는 '잡(job)', 사람을 뜻하는 '~러(er)가 합쳐진 신조어다. 즉, '여러 직업을 가진 사람'이란 뜻이다. N잡러는 투잡과는 다르다. 본업과 부업이 분리된 '투잡'과는 달리 'N잡'은 3, 4개, 심지어는 5, 6개의 직업을 골고루 겸한다는 게 특징이다.


 잡코리아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직장인 10명 중 3명이 자신은 N잡러 답했으며, 이들이 N잡으로 벌어들인 수입은 월평균 95만 원이라고 한다. 직장 동료 10명 중 3명이 N잡을 하고 있다니... 생각보다 많은 숫자에 놀랐다.


 'N잡'의 탄생

'N잡러'의 세계에 발을 들이게 되는 이유는 크게 3가지로 나뉜다.


첫 째, 수입을 늘리기 위한 경우

 본업만으로 부족한 수입을 충당하기 어려운 경우이다. 본업 이외에 추가 근무로 얻을 수 있는 경제적 수익이 크다 보니 'N잡'을 선택하는 경우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 이 경우 배달 아르바이트, 대리운전, 편의점 아르바이트 등의 부업을 통해 부족한 수입을 충당한다.  


둘째, 새로운 커리어를 위해 부업을 시작하는 경우

 본업으로 하고 있던 일과 비슷한 일을 부업으로 하거나, 다른 직업을 갖기 위해 부업을 시작하는 경우이다. 크몽, 탈잉, 숨고, 클래스 101 등 보유하고 있는 재능과 기술을 활용하여 부업을 할 수 있는 플랫폼이 많이 생기고 있다. 대단하고 거창한 기술이 아니더라도 재능 마켓을 통해 수익을 얻을 수 있다.


셋째, 자아실현을 중시하는 경우

 본업에서 얻는 경제적 이득도 중요하지만 본업에서는 충족할 수 없는 꿈을 실현하기 위해 N잡러가 되는 경우도 있다. 이경우 소소하게 즐기던 내 취미가 자연스럽게 N잡으로 이어진다. 예를 들어, 서핑을 좋아해 서퍼 마니아로 활동하던 사람이 양양 해변에서 초보 서퍼를 위한 강습을 하거나, 서핑샵을 차리는 경우이다.


박물관에서나 볼 수 있는 '평생직장'

 '평생직장'이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요즘 같은 시대에 참 생소한 말이다. 과거 평생직장은 안정된 직장이라는 개념으로도 사용되었다. 하지만 '평생직장'이라는 단어는 점점 쓰이지 않게 되었고, 이제는 아예 구시대의 유물이 된 것 같다. 박물관에나 가야 볼 수 있을 것 같다.

 

박물관에 유물로 전시된 '평생직장' [글/그림. 임동훈]


 코로나19 이전에도 우리는 우리의 미래를 불안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코로나19를 겪으며  이런 불안감은 더욱 증폭되었다. 더욱이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것은 개인, 자영업자뿐만 아니라 새로운 시대에 적응하지 못하는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우리의 미래뿐만 아니라 우리의 직장인 기업의 미래도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게 되어버렸다.


무엇이 우리를 쉬지 않고 일하게 만드는가?

 '평생직장' 시대에는 한 우물만 파는 것이 중요했다. 직장과 개인을 동일시했기 때문에 직장은 곧 또 다른 나였다. 내가 근무하는 직장에서 나의 직급은 곧 사회에서 나의 지위를 가늠할 수 있는 척도가 되었다. 내가 근무하는 직장의 성장은 바로 나의 성장이었다. 고속 성장기였기 때문에 망하는 기업은 많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한 우물을 팔 수 있었다. 한 눈 파는 것은 용납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의 시대는 온갖 최첨단 기술로 무장한 기업이라 하더라도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거나, 경영진의 잘못된 의사결정으로 인해 한 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 사람들은 이러한 현상들을 목도하며 더 이상 기업에 우리를 맡길 수 없다는 것을 보고, 느끼고 있다. 이런 위기감이 우리를 N잡러가 되도록 만들고 있다.


저물어 가는 초전문가의 시대

 우리는 한 분야를 깊게 파고들어 성취를 이룬 사람들을 전문가라고 부른다. 산업혁명 이후 지식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20세기 초 포드사에 의해 분업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우리는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는 것만이 성공에 이르는 길이라고 배워왔다. 하지만 '폴리매스'라는 책에서는 '한 가지만 잘하는 초전문가의 시대는 갔다!'라고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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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문가는 환경의 변화에 취약하다.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된다는 것은 최소한 그 분야에 10년 이상 투자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그 분야로 유입되는 전문가는 점차 많아지기 때문에 끊임없이 경쟁력을 향상시켜 초전문가가 되어야 한다. 이러한 어려운 상황에 인공지능까지 뛰어들었다. 이제는 사람과의 경쟁뿐만 아니라 인공지능과도 경쟁을 해야 하는 시대다. 사실 인공지능과는 경쟁하여 이길 수는 없다.


 한 분야의 상위 1% 수준인 초전문가가 되기 위해선 엄청난 시간과 노력을 투입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른 분야에 한 눈 파는 것은 생각할 수도 없다. 하지만 만약 환경이 바뀐다면?  지금까지 쌓아온 경험과 노하우가 바뀐 환경에서는 전혀 쓸모가 없을지도 모른다. 예를 들어, 10여 년 동안 전문의로 활동하던 의사가 만약 의사가 아닌 타의에 의해 다른 직업을 가져야 한다면? 아마 적응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폴리매스라는 책에서는 한 분야의 1% 초전문가 보단 다양한 분야에서 10% 수준의 전문가가 돼야 한다고 말한다. 즉, 폴리매스형 인재가 되어야 한다. 다양한 분야에서 전문가급으로 성장해서 각 분야의 지식을 연결하여 독창적인 아이디어로 대체 불가능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N잡러가 되는 방법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 자의 반 타의 반 N잡러가 되어야 한다면 이왕 하는 거 현명하게 시도해보자. 아무런 계획 없이 무턱대고 진입했다간 오히려 회복하지 못할 상처를 입을 수도 있다.


1. 본업을 소홀히 하지 마라.

 N잡을 위해 나의 본업을 소홀히 하면 안 된다. 내가 본업으로 삼고 있는 직장에 최선을 다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기업과 개인이 계약을 통해 근로관계를 형성한 만큼 상호 협의한 근무 시간에는 최선을 다해야 한다.


 기업의 입장에선 소속 직원의 N잡러 활동이 달갑지 만은 않을 수 있다. 본업에 소홀 또는 기밀 유출의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N잡을 하기 전, 기업과 작성한 근로계약서나 취업규칙에 '겸업금지' 조항이 포함되어 있는지 확인을 해야 한다. 우리나라 헌법은 직업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지만 회사의 근로계약에 위배될 경우 자칫 해고사유가 될 수 있다. 소소한 N잡을 위해 본업을 잃게 되어 소탐대실할 수 있다.


2. 소소한 것부터 시작해라.

 본업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선에서 소소하게 시작해야 한다. 사실 대부분의 직장인은 본업만으로도 충분히 피곤하다. 이런 상황에서 두 가지 이상의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은 자칫 본업마저 위태롭게 만들 수 있다. 남들이 하는 것은 쉬워 보일 수 있다.


 나의 재능과 상관없이 '나도 한 번 해볼까?' 이런 생각으로 시작하는 것은 정말 위험하다. 비교적 쉽게 할 수 있는 것처럼 보이는 유튜버와 작가의 경우에도 결코 쉽지 않다. 또한 영상 또는 글의 소재가 처음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쉽게 고갈이 일어나기 때문에 꾸준히 하기도 어렵다. 이럴 경우 '남들은 쉽게 하는 것처럼 보이는데, 나는 왜 실패할까'라는 실망감과 함께 실천의지마저 꺾여 버릴 수 있다. 일단 소소하게 작은 것부터 시작하되, 내가 정말 꾸준히 잘할 수 있는 것인지 생각해봐야 한다.


3. 일단 움직이자.

축구에서는 '공은 움직이는 선수에게 온다'라는 말이 있다. 빈 공간을 찾아 움직이는 선수에게 그림 같은 패스가 날아가고, 그 선수가 평소 골 넣는 연습이 충분히 되어 있다면, 연습한 대로 멋진 골을 넣을 수 있다.


 머릿속으로 상상만 해서는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없다. 실행이 답이다. 작가가 되고 싶다면 일단 글을 써봐야 한다. 일단 글을 써봐야 내가 얼마나 부족한지 알 수 있다. 그리고 그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 노력을 하면서  글의 수준이 높아지게 되는 것이다. 처음부터 전문가인 사람은 없다.


 우리는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해가며 살 수밖에 없다. N잡러, 부캐, 멀티 페르소나 등의 용어가 보편화된 환경에 살고 있다. 분명한 것은 이전 과는 다른 관점에서 우리의 삶을 바라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자기 계발, 개인의 성장, 직업관을 다르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 시대가 변하는 방향을 잘 살피고 현실을 잘 파악하여 가능하면 수익과 성장을 동시에 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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