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에 100권 넘는 독서를 하며 체득한 남는 독서법!
우리의 일상은 너무 바쁘고, 세상은 빠르게 돌아간다. 도통 책 한 권 여유롭게 읽을 시간이 없다. 바쁜 세상 속에 살아도 우리의 마음속엔 항상 독서에 대한 갈증이 있다. 그래서인지, 쇼핑하러 가면 서점을 기웃기웃 거리고, 가끔은 인터넷 서점을 보며 새로운 책들이 뭐가 나왔나 살펴본다. 아무 생각 없이 길가에 쓰레기를 버리거나, 무단횡단을 하면 양심의 가책을 느끼듯, 책을 읽지 않는 것 또한 그 양심을 소환한다. 양심의 한계치에 다다르면 책을 구매한다.
평소 구독하던 유튜브 채널과 인스타그램을 통해 알게 된 책이 눈에 띈다. 그러고 보니, 가을이라 그런지, SNS 상에는 분위기 좋은 카페에서 책과 함께 찍은 사진들이 많이 보였다. 책, 가을, 그리고 커피... 요즘 분위기와 너무 잘 어울린다. 바로 인스타그램으로 가을 분위기에 어울리는 카페를 검색한다. 인터넷 서점에서는 카페와 가을 분위기에 어울리는 인문학 책도 구매했다. 벌써 힐링이 되는 것 같다.
드디어 주말, 책을 들고 미리 검색한 카페로 향한다. SNS에서 보던 대로, 카페에서 분위기 좋은 자리를 잡아 커피를 주문한다. 커피와 함께 책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여러 장의 사진을 촬영한 뒤, SNS에 업로드를 한다. 업로드를 한 것만으로도 이미 난 지적인 사람이 되었다. '멋있어요', '분위기 너무 좋아요', '지적이세요'... 등 만족할만한 댓글이 달린다. 그중 몇몇 눈치 없는 댓글이 보인다. 부담스럽게 책 내용을 물어본다. 책을 읽지 않고 댓글을 달 수는 없기에... 그래도 양심상 책을 읽어야겠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책을 읽기 시작한다.
오랜만에 책을 읽어서 그런지, 잠이 온다. 분명 내 취미는 독서인데, 너무 졸리다. 점심 먹은 오후라 그런 것 같다. 그래도 카페에서 잘 수는 없으니, 꾹꾹 참으며 반 정도를 읽었다. ‘이 정도 읽었으니, 댓글 달 정도는 되겠지. 댓글을 달아야지' 하면서 읽었던 내용을 머릿속으로 정리해본다. 아무 생각이 나질 않는다.
당황스러운 마음에 책을 다시 펼쳐보지만, 처음 보는 내용 마냥 생경하다. 읽었을 때는 분명히 마음에 와닿았고, 내 인생을 바꿔줄 강렬한 문장도 있었는데... 왜 기억이 나질 않을까?
10년 전, 독서를 본격적으로 시작했을 때, 책 읽는 방법을 몰랐기에 무작정 읽기만 했다. 무식하게 읽으니, 꾸역꾸역 읽히긴 했고, 어렵게 완독을 했다. 완독을 했다는 뿌듯함을 밑천 삼아 다음 책을 읽었다. 그렇게 수십 권의 책을 읽었다.
여느 주말처럼, 주말에는 의무적으로 도서관으로 갔다. 도서관에 가서 읽을 책을 찾아보던 중 강렬한 제목의 책을 발견했다. 바로 읽기 시작했다. 1/3 가량 읽기 시작했을 때, 뭔가 찝찝한 기분이 들었다. 분명 책 내용은 좋았는데, 뭔가 불편했다. 확실하진 않지만, 어디서 읽어본 듯한 느낌이 들었다.
집에 가서 책장에 꽂힌 책장을 보며 그 찝찝한 기분의 원인을 찾았다. 몇 개월 전에 읽었던 책인 것이다. 서점에서 구입하는 책들은 대부분 표지가 있다. 하지만 도서관은 표지를 제거한 뒤 책을 보관한다. 표지가 달랐기에 다른 책으로 생각했고, 책 내용도 기억하지 못했기에 같은 책을 다시 읽었던 것이다. 그동안 읽었던 책들이 다들 이런 수준일 거란 생각을 하니,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허탈한 마음과 함께 나 자신이 너무 한심해 보였다. 그래서 다시는 그런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독서법에 대한 책들을 읽기 시작했고, 실천했다.
책을 읽었으면 뭐라도 남겨야 한다. 비록 한 문장이더라도 그 책을 통해 얻은 것이 있다면 책 값을 한 것이다. 책을 전혀 안 읽는 것보다, 한 권이라도 읽는 게 낫다. 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장점은 정말 많다. 하지만 책을 읽고 남는 게 없다면, 독서의 장점 중 일부만 취할 수밖에 없다. 남는 독서를 해야 독서의 장점 중 많은 부분을 취할 수 있다.
나는 수백 권의 독서를 하며, 독서 초기 단계에, 아니 지금까지 지속적으로 하는 고민이다. 이런 고민을 지속하다 보니, 독서법에 대한 관심이 생겼고, 그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독서법에 대한 책을 읽은 뒤, 책에서 추천한 방법들을 시도해보았다. 아직 부족하긴 하지만 예전에 비해 분명 남는 양이 많아졌다.
독서법은 사람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그렇기 때문에 객관적인 정답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그 사람에게 맞는 방법만 있을 뿐이다. 내가 시도한 방법 또한 누군가에겐 전혀 맞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나 또한 누군가의 방법들을 조합하여 나만의 방법을 찾았듯, 나의 독서법이 누군가에게 밑거름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 독서법을 공유하고자 한다. 자기에게 맞는 독서법은 찾아 헤매는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1. 책을 선택한 이유 질문하기
모든 선택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책을 선택한 것도 나름의 이유가 있다. 그냥 아무 이유 없이 책을 고르진 않았을 것이다. 제목이 마음에 들어서, 지금 나의 상황에 너무 맞는 내용이어서 등… 이유가 있을 것이다.
책을 읽기 전, '나는 왜 이 책을 선택한 것인가? 어떤 부분에 끌린 것인가? 그래서 무엇을 얻고 싶은가?'를 생각해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책을 선택했을 때의 관심과 흥미를 계속 유지해야 지속적인 독서를 할 수 있다. 왜 이 책에 흥미가 생겼는지 스스로 질문하며 책 읽기를 시작한다. 독서는 그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는 과정이다.
2. 독서 흐름 유지하기
아무리 독서 고수라 해도 처음 읽는 책은 적응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 소설책의 경우, 책 속에 펼쳐진 세상을 이해해야 하고, 주인공들의 성격 또한 파악해야 한다. 이런 초기 정보들이 알아가는 과정에서, 흥미가 유지되었을 때, 그제야 본격적인 독서를 할 수 있다.
큰 파도에서 멋지게 서핑을 하는 모습을 상상해보라. 멋진 서핑을 하기 위해선 큰 파도의 흐름을 타야 한다. 독서 또한 흐름을 타야 한다. 큰 파도가 왔을 때, 더 멋진 서핑을 할 수 있듯이, 책에 대한 더 큰 흥미와 관심은 독서를 더욱 집중할 수 있게 도와준다. 하지만 책을 읽다가 여러 가지 이유로 멈추게 되면 그 흐름이 끊기게 된다. 핸드폰 같은 외부 요인뿐만 아니라, 밑줄을 긋거나 메모를 하는 행위 또한 독서 흐름을 끊어지게 한다. 한번 끊어진 흐름을 다시 타기는 쉽지 않다. 이렇게 1 회독을 한다.
3. 페이지를 접는다.
책을 읽다가 감명을 받거나, 좋은 내용이 있으면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페이지를 접는다. 이 방법은 독서 흐름이 끊기지 않으면서, 다음에 다시 읽을 때 감명 깊게 읽었던 부분을 빠르게 찾을 수 있게 도와준다. 이 방법으로 책을 읽다 보니, 나름 접는 요령이 생겼다.
감명 깊었던 부분이 있는 페이지 쪽으로 접는다.
중요도가 높을수록 크게 접는다. 페이지 자체가 감명 깊을 경우 반을 접는다.
나중에 다시 읽고 싶은 부분이 위쪽일 경우 상단을, 아래쪽일 경우 하단을 접는다.
이렇게 페이지를 접어가며 독서를 지속한다.
나는 책을 깨끗하게 읽는 편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접거나 밑줄을 치거나 메모를 하는 행위들이 자연스럽다. 완독을 한 뒤, 접힌 부분이 많은 책은 나에게 있어 도움이 많이 되는 책이다. 접힌 부분이 많이 없다 해도 도움이 안 되는 건 아니다. 소설책들의 경우 접힌 부분들이 거의 없다.
책을 깨끗하게 유지하고 싶은 경우엔, 포스트잍이나 연습장을 활용할 수 있다. 나는 도서관에서 책을 많이 빌려서 읽는다. 도서관에서 빌린 책에는 낙서를 할 수 없기 때문에, 책을 읽을 때 포스트잍을 옆에다가 붙여놓는다. 감명 깊게 읽은 부위의 페이지수만 적으며 읽어 나간다. 책을 다 읽은 뒤, 포스트잍에 적힌 페이지만 다시 읽으면 된다.
4. 접힌 부분들을 처음부터 다시 읽기 시작한다. (2 회독)
접힌 페이지들을 다시 읽는다. 이번엔 밑줄을 치고, 빈 공간에 메모도 하며 읽는다. 그런데 분명 처음 읽었을 때는 너무 감명 깊어, 인생 문장인 것 같은 생각이 들었던 문장도, 다시 읽으니 그때와 같은 감명을 받지 못할 때도 있다. 책은 읽을 당시의 기분과 상황에 따라 다르게 읽힌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이럴 땐 접었던 부분을 과감히 다시 편다. 다시 읽어도 그 감동을 줄 때, 그때 밑줄을 친다. 나의 생각을 남기고 싶을 땐 여백에 간단히 적기도 한다. 이렇게 2 회독을 한다.
5. 3 회독
2 회독을 마친 뒤 이번엔 접힌 부분 중 밑줄 친 부분만 다시 읽는다. 이 때는 독서 서평을 적을 생각으로 정리하며 읽는다. 서평이라 해서 특별한 규칙이 있거나 양식이 정해진 것은 아니다. 그저 감동받은 문장 또는 단락을 옮겨 적고, 왜 그렇게 느꼈는지 솔직하게 적으면 된다.
독서 서평은 이렇게 시작하면 된다. 서평을 적고, 꾸준히 적다 보면 서평 쓰는 실력도 향상된다. 이왕이면 SNS에 업로드해 본다. 서평을 적고 혼자만 보는 것도 좋지만, SNS에 업로드하면, 기록 유지도 되고, 다른 사람들이 보기 때문에 더 잘 쓰려고 노력하게 된다.
이런 방식으로 책을 읽으면 분명 남는 독서를 할 수 있다. 더 확실하게 남겨야 하는 책은 일정 기간이 지난 뒤 다시 읽으면 된다. 그땐 처음보다 수월하게 책을 읽을 수 있다.
다시 한번 내용을 정리해보자.
1. 접는다.
2. 접은 부분들을 다시 읽는다.
3. 밑줄 친다.
4. 메모한다.
5. 접은 페이지 밑줄 친 부분들 다시 읽는다.
6. 서평을 쓴다.
- 추후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에버노트와 같은 디지털 노트에 기록한다.
- SNS에 업로드한다
디지털 노트에 쉽고 간편하게 기록하는 방법
https://brunch.co.kr/@idh1008/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