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지원받은 스타트업 10곳 중 7곳이 사실상 폐업이라는데...
얼마 전 충격적인 기사를 접했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정부지원 사업에 선정된 스타트업, 10곳 중 7곳이 사실상 폐업이라니... 같은 스타트업으로서 기사를 읽은 뒤 마음이 편치 않았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가뜩이나 스타트업 지원이 줄어들고 있는 와중에 이런 소식을 접하게 되니 씁쓸하기만 했다.
https://www.sedaily.com/NewsView/29KDC4XLWW
스타트업은 배고플 수밖에 없다. 자금, 인력, 시스템 뭐 하나 제대로 갖춰지지 못했기 때문에 돈을 벌기 쉽지 않다. 하지만 그렇다고 스타트업은 무조건 배가 고파야 하나? 인생사가 그러하듯 방법은 있기 마련이다.
2021년 7월 창업을 하고 회사를 운영한 지 이제 1년 6개월이 지났다. 대부분의 스타트업 대표가 그러하듯 나 또한 주 7일 100시간 이상을 업무에 투입했다. 법인이라는 단어가 의미하듯 법인은 경제적인 의미에서는 하나의 생명체와도 같다. 그래서 법인의 탄생은 사람의 탄생과도 비슷하다고 한다. 갓 태어난 아이는 성인이 될 때까지 부모에 의해 돌봄을 받아야 한다. 신설 법인 또한 대표자 또는 경영진의 세세한 돌봄으로 성장을 해야 한다. 부모는 자기의 모든 것을 희생하여 자식을 돌본다. 스타트업 대표 또한 그래야 한다. 나의 모든 것을 쏟아부어 법인을 키워내야 한다.
사업의 규모, 인력, 사업 자금 투입 정도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사업 초기는 무조건 고난의 연속이다. 절대 쉽지 않다. 나는 창업을 하기 전 직장에서 영업과 마케팅 직무를 오래 경험했다. 다른 직무에 비해 영업과 마케팅을 경험했기 때문에 얻는 장점이 있다. 바로 매출, 즉 숫자에 민감하다는 것이다. 영업팀의 매출은 회사의 성장과도 직결되기 때문에 경영진의 관심 대상이다. 그렇기에 직, 간접적으로 심리적 압박을 받는다. 창업을 하면 그런 압박이 덜 할 줄 알았는데, 막상 창업을 해보니 더 심하면 심했지 절대 덜하지 않았다. 직장 생활할 때야 '이직하면 되지'라고 생각을 할 수도 있지만, 스타트업의 매출부진은 생존과도 연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압박이 더 심하다.
운영하는 사업 특성에 따라 다르겠지만 첫 매출이 나오기까지 대부분 오랜 기간이 걸린다. 대부분 창업을 하기 전 첫 매출이 발생하기 전까지 어떻게 버틸 것인가에 대한 대책을 세운다. 하지만 대부분 예상했던 기간보다 훨씬 더 오랜 기간이 걸린다. 이미 예상을 했기 때문에 매출이 없더라고 계획했던 시기까지는 어떻게든 버틴다. 점점 그 시점이 다가올수록 정말 많은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 그 기간이 넘어가는 순간 그동안 미뤄뒀던 고민이 한순간에 몰려든다.
'과연 내가 잘 해낼 수 있을까?', '지금이라도 포기해야 하나?', '뭐 하고 살지?' 등등
첫 매출이 발생하기까지 예상보다 오랜 시간이 걸리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중 가장 큰 부분은 바로 '신뢰'라고 생각한다. 기업 간 비즈니스는 '신뢰'로 움직인다. 스타트업에게 필요한 것은 이 '신뢰'를 구축하기까지 시간이다. 영업을 해본 사람은 알겠지만, 이 신뢰 구축이 정말 어렵고 오랜 시간을 필요로 하는 일이다. 기업은 신뢰가 쌓이지 않은 기업과는 거래를 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과거에 대기업에서 임원을 했든, 대표를 했든, 창업을 한 순간부터 과거의 명성이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것으로 회사를 운영할 순 없다. 오히려 방해만 될 뿐이다. 잠시 뿐이다. 바로 현실과 마주하게 된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명성도 없는 스타트업 대표.
과거의 나를 포장해 줬던 명함이 아닌, 창업한 회사로 고객들과의 신뢰를 처음부터 구축해야 한다. 그 신뢰관계가 구축되어야만 매출이 발생한다. 우리가 처음 보는 브랜드에 적응하는 데 오랜 시간이 필요하듯, 기업 간의 관계 또한 똑같다. 신규 법인(브랜드)은 고객과 많이 접하고, 부딪혀야만 조금씩 신뢰를 쌓을 수 있다. 그렇게 신뢰가 어느 정도는 쌓여야 매출이 발생한다. 그렇기 때문에 매출 발생에 시간이 더 오래 걸리고 힘듦을 더 길게 겪게 되는 것이다.
주변 스타트업 대표들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기회가 많다. 각자의 사연은 모두 다르지만 공통점은 창업한 대표 한 사람 한 사람은 대부분 훌륭한 경력과 재능, 비전 등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들이 깊게 생각하지 않는 한 가지가 있다. 돈 버는 것! 즉 매출을 어떻게 빨리 발생시킬까에 대한 고민이다.
쿠팡과 같이 매년 적자를 보더라도 길게 보고 투자를 받고 사업을 운영하는 경우는 정말 극히 드물다. 스타트업은 매 순간 생존과의 전쟁을 벌어야 한다. 생존이란 바로 매출을 발생시키는 것이다. 대부분 훌륭한 사업 아이템을 갖고 있지만, 어떻게 매출을 올릴 것인가에 대한 방안은 세부적이지도, 현실적이지도 않은 경우가 많다. 매출에 대한 고민 없이는 기업을 유지할 수도, 성장시킬 수도 없다.
우리 회사, 넥스트팬지아는 해외 화장품 브랜드 기업에게 made in Korea 화장품을 OEM/ODM 제조해 주는 것이 주요 사업이다. 매출을 발생시키기 위해선 보다 많은 해외 고객확보가 필수적이다. 해외 고객 확보를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여 우리에게 적합한 마케팅 방식을 찾았다. 이로 인해 우리 회사는 많은 고객을 확보하였고, 지속적으로 매출을 발생시킬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였다.
하지만 기업 간 B2B 거래는 매출 발생까지 오랜 시간을 필요로 한다. 특히 해외 화장품 OEM/ODM의 경우 프로젝트 시작부터 매출이 발생하기까지 적게는 6개월, 길게는 1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 사업 운영 초기 이 기간을 어떻게 버틸 것인가가 가장 큰 고민이었다. 첫 매출 발생까지 나 또한 예상했던 것보다 오랜 시간이 걸렸다.
막상 예상했던 기간이 넘어도 매출이 발생되지 않으니, 초조해지고 불안해지고, 나 자신을 계속 의심하게 되었다.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 고민을 해봤고, 그 고민의 결과는 나의 경험, 능력, 재능과 회사의 비전, 철학 등을 고려하여 양쪽에 도움이 되면서도 당장의 매출을 올릴 수 있는 것들을 찾아보는 것이었다.
화장품 브랜드 수출
내가 경험했던 것들과 국내외 인맥들을 살펴보니 화장품 브랜드를 수출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화장품 수출이라는 큰 틀에서 벗어나지 않고, OEM/ODM 제조 수출에 비해 기간도 매출 발생까지 기간이 짧았다. 시작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방법을 찾고, 맞는 사람을 찾아 실행에 옮겼고, 다행히 매출이 발생하였다.
글로벌 마케팅 콘텐츠 제작
우리나라의 산업 특성상 기업은 수출을 많이 해야만 한다. 하지만 수출을 하고자 하는 기업은 많으나 글로벌 마케팅을 제대로 실행하고 있는 기업은 드물다. 우리 회사를 해외 브랜드 기업에 알려야 하기 때문에 B2B 글로벌 마케팅을 위해 다한 공부와 시도를 해보았고, 그 방법을 찾았다. 이 방법을 통해 우리 회사는 지금도 해외 브랜드 기업들의 신규 문의 건이 매달 10건이 넘는다. 해외 바이어들이 한국 화장품 생산을 검색하면 광고를 제외하고 우리 회사가 첫 화면에 노출되기 때문이다.
이런 기법들을 연구하여 글로벌 마케팅 사업을 병행하였다. 이 또한 회사가 추구하는 방향(글로벌 기업)과 맞았기에 시도를 했다. 특히 화이트보드 애니메이션 영상은 약 20건이 넘는 영상들을 제작하였고, 많은 스타트업 기업들의 회사 및 서비스 홍보 콘텐츠로 활용되고 있다. 이를 통해 다른 스타트업 기업들의 해외 홍보에도 많은 도움을 주었고, 회사 운영에도 많은 도움이 되었다.
https://youtube.com/shorts/31GYjE2e-mc?feature=share
스타트업 대표가 되면 해야 할 일이 정말 많다. 직장생활을 할 때는 각 부서에서 진행했던 업무들을 모두 직접 해야 한다. 또한 회사 인원이 적더라도 미래를 위해 회사의 시스템도 갖춰야 한다. 언제 회사의 규모가 커질지 모르기 때문에 대표 혼자라고 해서 절대 주먹구구식으로 업무를 진행하면 안 된다. 또한 제품 또는 서비스 개발을 직접 해야 한다. 하나도 제대로 하기 쉽지 않은 데 이 모든 것을 다 해내는 것은 정말 쉽지 않다.
여기에 영업 또한 직접 해야 한다. 제품과 서비스가 완성되기 전이라도 프로토타입 제품을 갖고도 영업을 해야 한다. 아직 그 정도도 수준이 아니라면 소위 알바도 해야 한다. 회사의 방향과 맞고 대표자의 능력과 노력으로 매출을 발생시킬 수 있다면 병행해야 한다. 스타트업의 1차 목표는 멋진 제품과 서비스를 시장에 내놓는 것이 아니라 생존생존이기 때문이다.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는 자가 강한 것이다. 살아남아 있어야 기회도 찾아오는 것이다.
넥스트팬지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