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만 달러의 사나이가 되고 싶은 50만 달러의 사나이
어렸을 적 TV에서 방영된 '600만 달러의 사나이'라는 외화를 재밌게 봤다. ‘600만 달러의 사나이’는 사고를 당한 주인공이 600만 달러를 들인 사이보그 프로젝트를 통해 다시 태어나 악당을 무찌른다는 스토리의 미국 TV시리즈이다. 특히 주인공이 초스피드로 움직일 때 슬로우 모션과 함께 나오는 효과음은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힘을 쓰거나 빨리 달려야 할 때 이 효과음을 생각하면 내가 마치 600만 달러의 사나이가 된 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최근 나에게는 600만 달러까지는 한참 미치지 못하지만 50만 달러의 사나이라는 별명이 생겼다. 아쉽게도 사이보그 프로젝트를 통해 신체 부위를 개선한 것은 아니다. 미국 대형 유통 채널과 50만 달러 수출 계약을 체결한 신문 기사를 보고 주변 사람들이 붙여 준 별명이다. 나와 비슷한 연배의 사람들이어서 가능했던 별명이다.
https://www.cosinkorea.com/news/article.html?no=48727
10년 넘게 해외 영업을 해온 나에게도 50만 달러 수출 계약은 이례적으로 그 규모가 컸다. 10만~20만 달러 규모의 계약 건은 있었지만, 50만 달러는 최초였다. 다른 산업들과 비교해 50만 달러는 적은 규모일 수도 있지만 중국 이외의 국가에 50만 달러 화장품 수출은 근래 보기 드문 성과이다.
B2B 비즈니스는 대부분 장기 프로젝트다. 특히 시간과 공간, 문화 등의 차이가 있는 해외 기업들과의 B2B 비즈니스는 보다 긴 호흡으로 임해야 한다. 해외 비즈니스를 시작하는 주변 대표들을 보면, 해외 진출 준비(맨파워 확보, 판로 개척 전략 수립, 글로벌 마케팅 전략 수립 등)를 철저히 하지만, 시간을 간과하는 경우가 많다. 많은 자금을 투입하여 해외 진출을 시도했지만, 만족할만한 결과를 얻기까지 그 기간이 너무 오래 걸리기에 참지 못하고 중단하는 경우가 많다.
모든 것을 갖춰놓고 시작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자금과 인력이 충분하지 않은 중소기업/스타트업은 할 수 있는 것부터 차근차근 시작하는 게 좋다. 첫 매출, 또는 목표 매출을 달성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림을 인지하고 작은 것이라도 꾸준히 해보는 것이 중요하다.
50만 달러 수출 계약 건은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이 아니다. 그 시작은 2년 전 창업과 함께였다. 무려 2년이라는 기간 동안 회사의 인적, 물적 자원을 아낌없이 투입하여 미국 바이어와 신뢰 관계를 쌓아온 것이다. 그렇게 쌓아 놓은 신뢰가 마침 좋은 기회를 만나 큰 선물처럼 우리 회사에 주어진 것이다.
아직은 모든 게 부족한 스타트업이기에 50만 달러라는 금액 자체도 큰 의미가 있지만, 창업 후 2년 동안 정성을 들인 프로젝트의 결과물이어서 더욱 의미가 깊다. 또한 B2B 비즈니스의 특성상 단발성 계약으로 끝나는 것이 아닌 장기 파트너십의 토대를 구축한 것이기에 그 미래 또한 밝다.
이렇게 이왕 50만 달러의 사나이라는 별명을 얻었으니, 1년~2년 뒤에는 드라마의 주인공처럼 600만 달러의 사나이가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