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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철학하는 CEO Sep 10. 2023

파리지앵들의 식물 사랑

파리에서 찾은 메종드플란트 아이디어

멋진 정장을 입고, 비행기 타고, 전 세계를 누비며 비즈니스를 하는 해외영업인! 영화에서 보던 그런 멋진 해외영업인이 되고 싶어 화장품 해외영업을 시작했다. 이상과 현실의 차이는 늘 존재하듯, 꿈 꿔왔던 해외영업인의 멋진 삶과 현실의 삶은 매우 달랐다. 하지만, 화장품 하면 떠오르는 파리, 뉴욕, LA, 런던 등 전 세계 주요 도시들로 출장을 자주 갈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기 때문에 업무 만족도는 높은 편이었다.


특히 주요 고객사의 본사가 있는 파리는 일 년에 최소 2회 이상은 방문해야 하는 곳이었다. TV에서만 보던 에펠탑을 처음 보았을 때 그 벅찬 감동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파리 시내 어디에서도 볼 수 있는 높이 330미터의 철탑을 처음 가까이서 보았을 때 그 웅장함에 압도 당해, 연신 사진을 찍어댔다. 언제 또 올지 모른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눈과 카메라에 담았지만, 그 뒤로도 10번은 넘게 파리를 오게 되었다. 서울에 살면서 남산타워를 자주 가지 않는 것처럼, 언젠가부터 에펠탑은 파리를 방문하더라도 가보지 않았다.


파리에 자주 가게 되니 루브르 박물관을 포함한 대부분의 유명한 관광지들은 모두 가볼 수 있었다. 한 5~6번쯤 파리에 왔을 때, 관광객으로서가 아닌 파리 거주민으로서 파리를 느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파리를 계속 자주 와야 하기 때문에 생긴 여유인 것 같다. 


아침 산책할 때 파리 센강 주변에는 조깅을 하는 사람들이 많이 보였다. 한국에 있을 때도 조깅을 했기 때문에 파리지앵처럼 센 강을 뛰고 싶었다. 그 뒤 파리 출장을 갈 때는 운동복과 운동화를 추가로 챙겼다. 그렇게 파리 센 강에서 조깅을 하니, 한국에서 느낄 수 없는 색다른 느낌을 들었고, 잠시나마 파리지앵이 된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했다. 그리고 이런 느낌을 더 느껴보기 위해 관광지를 돌아다니는 것이 아닌, 로컬 마켓과 파리 외곽 구경도 했다. 관광객으로서 느꼈던 파리도 좋았지만, 현지인처럼 살며 파리를 둘러보니 더욱 매력적인 도시처럼 느껴졌다.


여유 시간이 생겨 우리나라에서도 유명한 노트르담 대성당이 위치해있는 시테섬으로 산책을 가기로 했다. 노르트담 대성당을 둘러본 뒤 강변을 따라 걷다 로컬 마켓처럼 보이는 곳이 있어 둘러보러 들어갔다. 시장의 입구에는 'Marché Aux Fleurs Reine Elizabeth II'라는 간판이 세워져 있었다. 구글 검색을 해보니, ‘엘리자베스 2세 여왕 꽃 시장’이라는 곳으로 1800년 대 초반에 생긴 유서 깊은 꽃 시장이었다. 파리의 꽃 시장에 영국 여왕의 이름이 붙여져 있어 신기했었는데,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방문한 적이 있어, 엘리자베스 2세 여왕 꽃 시장으로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200년도 더 된 꽃 시장이라니... 대체 이 나라 사람들은 꽃을 얼마나 좋아하는 거야?'라는 생각을 하며 꽃 시장에 들어갔다. 우리나라 양재동 화훼시장처럼 엄청난 규모를 자랑하는 곳은 아니지만, 200년의 세월이 고스란히 새겨져 있어 고풍스러운 느낌마저 들었다. 형형색색의 화려한 꽃잎들과 푸른 초록 잎들의 조화가 아주 인상적이었다. 분명 같은 식물을 파는 곳인데 우리나라 시장과는 전혀 다른 느낌을 주는 곳이라 색다른 느낌이 들었다.


꽃 시장에는 다양한 꽃과 식물뿐만 아니라 가드닝 용품, 액세서리 용품들이 즐비했다. 예술의 도시 파리답게 액세서리 용품 하나도 평범한 것이 없었다. 조금 과장되게 이야기하면 예술 작품처럼 보였고, 심지어 식물에 주는 비료조차 세련된 디자인을 입고 있었다. 이때 받은 영감 때문에 프리미엄 식물영양제 브랜드인 ‘메종 드 플란트’를 런칭할 수 있었다. 브랜드명부터 메종드플란트, 식물의 집이라는 프랑스 말이다. 디자인부터 성분 하나하나까지 그 때 보고 느꼈던 것들이 많은 영향을 끼쳤다. 


꽃 시장 방문 다음날 고객사 담당자와 미팅을 하며, 꽃 시장 방문한 이야기를 했다. 고객사 담당자는 파리를 포함한 유럽에는 실내 화초 키우기를 취미로 삼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고 했다. 따뜻한 봄이 되면 파리 사람들은 이웃과 경쟁이라도 하듯이 실내 정원을 멋지게 꾸미는 것을 좋아하고, 집뿐만 아니라 사무실에도 작은 화분에 다양한 식물을 키우는 것을 좋아한다고 말해줬다. 실내 화초 키우는 것에 머무르지 않고, 날씨가 좋은 날이면 주변 공원에서 산책도 하고, 휴식을 즐긴다고도 했다.


회의실 주변을 둘러보니 정말 화분이 많았고, 사무실 직원들의 책상에도 작은 화분들이 비치되어 있는 것이 보였다. 먼지가 쌓여있거나, 말라있는 모습이 아닌 푸릇푸릇한 모습으로 관리가 잘 된 모습들이었다. 다들 식물에 진심인 듯한 느낌을 받았다. 


회의를 마치고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대중교통이 아닌 걷는 쪽을 택했다. 주택가에는 테라스마다 크고 작은 화분들이 놓여 있었고, 크고 작은 공원에는 사람들이 자연 속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도심 속에서도 파리 사람들에게는 여유가 느껴졌다. 모든 게 바쁘고 빠르게 돌아가는 한국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었다. 나는 그 여유가 너무 부러웠다.


파리지엥에게 식물 키우기는 잠깐의 취미활동이 아닌 오랜 세월 동안 대대로 이어져온 삶의 한 부분이었다. 목표를 단시간에 이루기 위해 오로지 앞만 보고 달려가는 경주마 같은 삶이 아닌, 과거로부터 이어져 내려온 전통을 중시하고, 자연과 조화롭게 살아가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의 모습 속에서 여유로움은 자연스럽게 우러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얼마 전 한국에서도 반려 식물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뉴스 기사를 접했다. 반려 식물이라는 용어가 낯설 수도 있었지만, 식물과 함께 살아가는 그들의 삶을 파리에서 직접 보고 경험했기 때문에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었다. 뉴스를 보며 반려식물 키우기가 일시적인 트렌드로 그치는 것이 아닌 이 기회를 통해, 파리지앵처럼 우리의 삶 속으로 온전히 들어왔으면 바램을 가져봤다. 그렇게 우리나라 사람들 또한 식물과 함께 살아가며 여유로움이 묻어나는 삶을 살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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