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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상인 Dec 02. 2021

맑고 향기로운 사람이 되는 방법

21장 에스파냐를 정복한 스피키오

나에게 상처를 주는 사람들의 공통점이 있다면 무엇일까? 다양한 이유들이 존재하겠지만 이들의 특징을 자세히 살펴보면, 만나기만 하면 자기 자랑하는데 시간 가는 줄 모른다. 그렇게 한 시간을 만나면 45분을 자기 자랑을 하고 남은 15분 동안 가스 라이팅을 시작한다. 자기가 이런 대단한 사람이니 자기 말에 무조건 따라야 한단다. 또한 어찌나 교묘한지. 거기에 고개를 끄덕이고 나서 집에 돌아오면 1시간이 아니라 13시간을 만난 것 마냥 온몸이 녹초가 되어 있다. 뭐 나를 힘들게 하는 사람이야 안 만나면 그만이지만. 법정 스님의 말씀처럼 맑고 향기로운 사람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오늘은 스피키오의 세레노한 모습을 통해 맑고 향기로운 사람이 되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에스파냐로 간 스피키오는 2만의 군으로 적군의 발목을 잡는 게 아니라 오히려 치명타를 입힐 생각을 한다. 2002년 월드컵의 히딩크 감독은 '최고의 공격이 바로 최고의 수비이다'라고 이야기했는데, 아마 이 스키피오를 보면서 한 이야기는 아니었을까 싶다. 어쨌든, 스피키오가 한니발로부터 배운 다양한 전술이 여기서 펼쳐지게 된다. 문제는 형제라고 해서 모두 특출 난 건 아니었다. 하스드루발이 신 카르타고를 지키고 있었다. 이 신 카르타고 성은 천연의 요새라고 불리는 곳이다. 육지로 통하는 길은 오로지 북쪽 밖에 없다. 왼쪽은 큰 호수인 석호가 있고 동쪽과 남쪽은 바다였다. 이 곶 위에 성을 지었으니 얼마나 공격하기가 힘들었겠는가? 우선 스피키오는 바다 쪽은 자신의 장군인 라일리우스에게 해군으로 봉쇄시켰다. 결국 남은 곳은 북쪽밖에 없었다. 북쪽에서 양측이 혈투가 벌어졌다. 서쪽에는 아무도 없었는데, 하스드루발이 생각하기에도 아군 퇴로로도 쓰지 못하는 서쪽인데, 적이 여기로 쳐들어 오겠는가? 싶었을 것이다. 그런데 스피키오는 절대로 그냥 넘어가지 않았다. 북쪽에서 서로 혈투를 벌이고 있는 동안 유능한 병사 2,000명을 선발해 서쪽 석호를 지나 성을 공격을 명했다. 아무리 유능한 병사라고 해도 물속에 그냥 들어가긴 어려운 일이었다. 이런 병사들에게 스피키오는 간밤에 꿈속에서 포세이돈이 자신에게 석호를 지나갈 수 있게 해 주겠노라고 약속을 했다고 병사들을 다독였다. 실제로 병사들은 석호를 걸어서 지나갈 수 있었다. 하지만 진짜 포세이돈과 약속을 한 게 아니라 스피키오는 한니발에게 배운 대로 지형지물 그리고 정보를 잘 활용할 줄 알았다. 신 카르타고의 석호는 바람이 부는 방향에 따라 수위가 조절된다는 정보를 듣고는 바람이 부는 날에 맞추어 수위가 낮아지는 날짜에 맞추어 병사를 보낸 것이었다. 결국 모든 수비를 북쪽에 몰아놓았던 하스드루발은 크게 패하고 말았다. 그는 가까스로 동생이 있는 성으로 피신했다. 승리한 스피키오는 여기서도 한니발의 전략을 그대로 사용한다. 한니발은 라틴동맹을 찢어놓기 위해 로마인은 포로로 잡아두고 비 로마인은 그냥 풀어주었다. 스피키오도 마찬가지였다. 카르타고인 만 포로로 잡아두고 에스파냐 원주민은 모두 풀어주었다. 그런데 한니발과 스피키오의 차이점은 환경이 달랐다는 점이다. 로마의 라틴동맹은 서로 같은 인권을 가졌고 같은 인간 대우를 해주었다. 반면에 에스파냐의 신카르타고는 그렇지 않았다. 원주민을 차별하고 카르타고인보다 낮게 취급했다. 당연히 한니발이 라틴동맹을 찢는 데는 힘겨운 싸움이었지만 반대로 스피키오의 이런 행동은 에스파냐 원주민에게는 마치 구세주와도 같았으리라 짐작한다. 오죽하면 부족장 한 명이 자신의 딸을 스피키오에게 시집을 보내려고 했다. 20대 중반의 혈기왕성한 이 청년은 정중히 그 부탁을 거절했다. 기쁜 선물이지만 전쟁 중인 사령관에게는 곤란한 선물이라는 이유였다. 또 오히려 이런 거절이 그를 더욱 빛나는 사람으로 만들어 주었다. 이렇게 스피키오는 신 카르타고를 점령한다.


로마인 이야기를 쓴 시오노 나나미는 스피키오를 가리키며 '세레노'라고 이야기한다. 이탈리아어로 담백하고 소탈한 사람이라는 뜻이다. 우리는 살다 보면 다양한 인간상을 만나보게 된다. 질투에 사로잡힌 사람, 자기 자랑하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르는 사람, 남을 헐뜯기 바쁜 사람, 나에게 상처주기 바쁜 사람 등 나에게 마이너스가 되는 사람이 있다. 반면에 만나기만 해도 행복해지는 사람, 얼굴만 보고 있어도 웃음이 나는 사람, 함께 있으면 힘이 되는 사람, 언제나 나를 응원해주는 사람 등 플러스가 되는 사람이 있다.


그중 나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사람들을 돌아보면 세레노한 사람들이 참 많다는 생각이 든다. 겉치레와 과장으로 점철된 사람은 언제나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거짓말도 서슴없이 한다. 그렇게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다 보면 전에 말한 부분과 오늘 말하는 부분이 서로 충돌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 어렵게 이야기했지만 쉽게 이야기하자면, 처음에 만나서 '머리가 길어서 잘 생겼다'라고 나에게 칭찬을 해주다가 내가 머리를 짧게 깎고 만나면, '머리가 짧아서 잘생겼다'라고 한다. 물론 뭐 둘 다 별 뜻 없이 하는 사람일 수도 있지만, 그저 나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 입버릇처럼 하는 칭찬일 뿐인 사람이 있다. 그런 사람의 칭찬은 언제나 공허하게 들려온다. 물론 진심으로 저 이야기를 하는 사람의 말과 눈빛과 행동을 보면 명확하게 구분할 수 있다. 왜 공허하냐면, 지난 만남에서 어떤 칭찬을 했는지 본인도  기억을 못 하기 때문이다. "전에는 머리를 길러서 멋져 보이셨는데요. 자르니 인물이 훨씬 사는 거 같습니다."라면 모를까 말이다. 정리하지면 칭찬이 입버릇인 셈이다. 마치 칭찬을 하면 상대가 기분 좋아한다라는 자기 개발서를 보고 주입식으로 외워버린 느낌이다. Ai가 나중에 감동을 공부해도 이것보다는 더 감동을 잘 줄 것이다. 결국 담백하고 소탈한 사람을 돌아보면 자기 자신을 사랑할 줄 알기에 타인을 사랑할 줄도 아는 사람이진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남에게 잘 보이기 위해 아등바등 거리는 사람이 담백하거나 소탈하진 않으니까.


그렇다고 온 몸을 명품으로 치장하고 화장을 떡칠한 사람이 세레노하지 않다는 건 아니다. 내가 나를 사랑하는 방법은 무한 가지에 가깝다. 온몸을 명품으로 치장하는 나의 모습을 사랑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으며, 화장을 진하게 해야 나를 사랑하는 사람도 있기 마련이다. 또 그런 행동들이 일련의 나를 사랑하는 과정일 수도 있다. 예를 들어 10대 때 나는 게임을 해야 나를 사랑하는 느낌을 받았고 20대 때는 연기를 해야 나를 사랑하는 느낌이 들었다. 20대 중후반에는 만인이 나를 사랑해주어야 내가 사랑받는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러다 보니 20대 중후반의 나는 정말로 고통스러운 삶 속에 놓여있었다. 누군가에게 사랑받기 위해 담백하지도 소탈하지도 않은 모습으로 살아갔다. 하지만 지금 내가 나를 사랑하는 방법은 정리정돈이다. 내 몸과 마음의 정리정돈, 내 집의 정리정돈이 되어있을 때 나를 사랑하는 느낌으로 가득 찬다. 물론 이 마저도 시간이 지나면 다르게 변할 수도 있지만 말이다.


인간은 결국 흐르는 존재이다. 다만 그 흐르는 강물 같은 인생을 좀 거리감 있게 들여다보는 건 어떨까? 또 강물에 대고 ‘요즘 어때?’ ‘힘든 일 없지?’하며 사랑하는 사람에게 건네는 따뜻한 인사 한 마디라도 건네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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