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를 도와주셨던 선생님께선 나에게 '때가 되면 자연스럽게 담배도 끊게 될 거다'라고 하셨다. 사실 이 말을 어떻게 받아 드려야할지 잘 몰랐다. 금주를 하고 나서 가장 힘들었던 건 힘이 들 때 함께 위로해줄 사람이 없다는 점이었다. 결국 나는 술을 좋아했던게 아니라 술자리를 통해 위로를 받고 싶었던 거다.
문제는 위로가 아니었다. 나의 온갖 주사와 술 때문에 돌아가는 부정적인 회로 그리고 다음날 숙취로 인해 업무능률 저하 등이 문제였다. 아무튼 술을 끊은지 1년이 되자 내 인생은 너무나도 드라마틱하게 변해있었다. 아마 내가 지난 30여년간 만들어 낸 모든 성과보다 지난 1년의 성과가 훨씬 많았다.
그렇게 술을 끊고 인생이 변하는 걸 직접 목격한 나로서는 담배도 끊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물론 술을 끊고 나서는 더더욱 담배에 의존했다. 심할 경우 하루에 2갑 이상을 피웠다. 그만큼 나는 술에 대한 괴로움을 담배로 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그냥 담배를 끊기로 결심했다. 이유는 여러가지겠지만 결국은 돈과 도파민 문제였다. 당장의 카드값이 걱정이 슬슬되기 시작했다. 카드 한도가 올라 그동안 사지 못했던 장비들을 모두 업그레이드 했더니, 월에 내야할 카드값이 만만치 않았다.
두번째로 도파민 문제였다. 전부터 도파민에 대해서 공부를 틈틈히 하고 있었다. 요즘같은 세상에는 도파민 중독문제가 생길 우려가 크다는게 이유였다. 쉽게 설명하면 도파민은 행복 시냅스다. 하지만 이 녀석은 워낙 예민한지라 시도때도 없이 행복을 느낀다. 게임, 도박, 마약, 담배, 술 등에도 분비가 되고 내가 어떤 성과를 성취했을 때나 목표를 달성했을 때도 분비가 된다. 문제는 이 친구는 용량이 정해져있다. 예를들어 내가 하루 종일 담배를 많이 피워댔다면 그 때마다 도파민이 분비가 되고 소진되어 버리게 되면, 내가 진짜로 도파민을 느껴야 할 때, 즉 어떤 성과나 성취를 이루었을 때 이 도파민이 분비되지 않는다.
비단 담배 뿐이겠는가? 아무튼 내 지난 20대를 돌아보면 고삐 풀린 망아지마냥 무절제한 삶을 살아왔다. 그러기에 나는 도파민 중독 상황에 빠져있었으리라 판단했다. 그래서 스스로를 더욱더 옭아 메는 나쁜 도파민으로부터 멀어지기 위해 담배를 끊기로 했다.
지금 한 10일 정도가 넘은 것 같은데. 역시나 담배는 습관이다. 여태 내가 금연을 해봤던 걸 돌아보면 항상 7일이 가장 고비였다. 습관 때문이다. 그리고 나서 고비는 대부분 술자리였다. 전두엽기능이 떨어지니 담배를 참기 어려웠고 결국 한 대만 하던게 쭉 습관으로 다시 이어지게 되었다.
하지만 이제는 술도 안 마시니. 지난 금연보다는 더 오래 갈것이라 믿는다. 아니 이제는 아에 담배를 태우지 않는 사람으로 거듭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