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들어 짜증이 부쩍 늘었다. 그냥 요즘 정신없이 바빠서 번아웃이 왔나보다 했다. 으레 있는 번아웃이니까. 매번 지칠줄 모르고 달려야지만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니까. 살면서 엑셀레이트 밟는 건 배웠어도 브레이크 밟는 법은 배워 본 적이 없었으니까.
그러던 나에게 2020년은 뜻 깊은 시간이었다. 모든 것을 멈추고 브레이크를 배우는 시간이었다. 몇날 며칠을 울기도 하고. 매일 반신욕을 하며 책을 읽고 글을 썼다. 정말 신선놀음이 따로 없던 시절이었다. 아무튼 그렇게 한 1~2년을 살아보니. 내가 가진 문제점들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시기였다. 그만큼 많은 책과 많은 글을 쏟아내듯이 읽고 쓴적이 없었다. 또한 그렇게 글을 쓴다는 건 나 스스로를 돌아보는 시간이었다는 이야기와도 일맥상통한다. 더 나아가서 당시에 읽었던 책들도 '나'를 알고자 했던 나의 자아성찰 기간이었기에. 철학이나 심리학이 주를 이루었다.
당시만해도 너무 많은 철학 서적과 심리학 서적을 읽어서 아에 내가 그것들을 잊지 않고 다 기억하고 있는 줄 알았지만. 막상 지금 돌아보니. 대부분 까먹고 잊은 것들이 많았다. 그중에 하나가 바로 '나 자신과의 대화하는 시간'을 꼭 가지라 였는데. 정말 까맣게 잊어버렸다.
솔직히 지금 나는 불안하고 두렵고 초조한 상황이다. 빚은 빚대로 넘쳐나고 함께 일하는 친구들과 쉐어링할 돈도 없으며 가족에게 가져다 줄 돈은 더더욱이나 없다. 그저 버는 족족 묵묵히 빚을 갚아 나갈 뿐이었다. 아무튼 이제는 그렇게 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불현듯 지나갔다. 어떻게 해야할지 난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해내야만 하는 상황이니 심신이 많이 지쳤던 것 같다.
이럴때 해법은 역시나 꾸준히 목표를 향해 묵묵히 한 스텝 한 스텝 전진하는 것인데. 그러지 못하고 일을 차일피일 미루고 어떻게든 도망치고 싶어서 안달이 난 사람처럼 회피하고 있었다.
이 모든 것은 '내가 나를 돌아 보지 않았기에' 일어난 일들이다. 시간을 갖고 천천히 나 자신을 돌아보고 싶은데. 오랜만에 나 자신과 이야기를 하려하니. 도무지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할지 갑자기 난감해지기 시작했다.
그래도 언제나 나는 길을 찾을 것이다.
언제나 그래왔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