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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디오스 Jan 31. 2024

축구 선수의 장발

(아시안컵 우승을 기원하며...)


며칠 전 제목과 문장 몇 개만 써놓고 저장해 둔 글이다. 글이 파급력이 있어서 이리저리 옮겨 다닐 것도 아닌데 란이 되는 소재를 글로 쓰는 것이 조심스러웠다.  스스로를 검열하는 나 자신이 가소롭기 짝이  없다. 누가 보면 대형 스피커라도 되는 줄 알겠다.

오늘 새벽 사우디 전에서 조규성 선수가 골을 넣었다. 이제는 이 글을 올려도 되겠지 생각하는 나의 비겁함과 자아비대증에 어지럼증이 날 지경이다.

그래도 이 글을 쓰는데 망설인 나 자신을 실드치자면 나의 일이 아니고 누구에게 듣거나 특히 미디어로 접한 일은 내가 팩트를 알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섣불리 판단하기도 내 생각을 말하기도 어려워 망설여지는 것이다. 마치 땅에 떨어진 파편 몇 조각 보고 얘기하는 것 같아서...

암튼 저장해 둔 글이니 마무리해서 발행하련다.




축구는 잘 모르고 남편이 보면 같이 시청하는 정도이다. 국가대표 경기는 거의 본 것 같다.

그래서 요즘 조규성 선수가 부진이라는 사실 정도는 알고는 있다. 가끔 국대 경기가 끝나면 선수들 인터뷰나 축구 관련 영상을 조금 보는 정도인데 거기서 조규성 선수의 장발과 인터뷰가 논란이 된다는 사실을 알았다.  


우선 헤어스타일이 논란의 대상이 된다는 사실에 놀랐다.  실력 부족비난할 수는 있는데 축구 선수의 헤어스타일에 대해 비난하는지 이해가 안 되어 기사와 영상 찾아보고 댓글도 좀  읽어보았다.


조규성 선수 관련은 장발과 인터뷰 논란 외에도 TV 예능 출연이라든지 다른 논란도 더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래도 여전히 장발 논란이나 인터뷰 논란이 나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이 글에서는 장발과 인터뷰 논란에 대한 내 생각을 얘기하려고 한다.




인성이 나쁘다든지(이건 우리가 정확히 알기 어렵기도 하지만), 공중도덕을 안 지킨다든지 음주운전을 한다든지 그런 건  비난할 수 있다치자 헤어스타일은 개인의 자유인데 말이다.

즉, 공인이든 개인이든 비난받을 항목이 달라선 안된다고 생각한다. 개인이 비난받을 일이 아니면 공인에게도 비난해서는 안되는 것 아닐까?




장발에 대해서 긴 머리가 걸리적거리지 않느냐는 어느 방송인의 질문에 장발이 남자의 로망이어서 한 번쯤하고 싶었다고 답변했다. 나는 솔직하다고 느꼈다.  

말레이시아 전에서 3:3 무승부라는 실망스러운 경기를 마치고 공격수로서 부담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공격수로서의 부담감은 있지만 부담을 가지고 경기는 하지 않는다 이런 내용의 답변을 한 것 같은데.. 나는 이게 왜 문제가 되는지 모르겠다.  장발이나 부진에 대한 외부의 시선에 대해서도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 듯했다. 나는 그런 태도가 오히려 좋았다. 외부의 시선에 신경 쓰고 부담감을 가지면 오히려 경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걸 알기 때문에 프로축구선수로 좋은 멘털을 가졌네라고 받아들였다.



이건 내 짐작일 수는 있어서 조심스럽긴 한데,

규성 선수의 헤어스타일을 비난하는 사람들 중 일부는 조규성 선수에게 이런 태도를 원하는 것 같다.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선수가 갖는 죄책감과 죄스러운 표정 같은 것 말이다. 그리고 조규성 선수가 사람들의 평가와 시선에 예민해하지 않고 담담한 모습에 네가 우리말을 신경 안 쓴다고? 뭐 이런 괘씸한 마음도 있는 것 같고.


나는 그의 태도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데 논란이 된 이유를 굳이 조규성 선수에게서 찾아보자면 그의 태도가 일반적인 우리나라 정서와 조금 맞지 않아서 그럴 수도 있을 것 같다. 풀이 죽거나 반성하는 모습이 아닌 담담한 모습이 좀 낯설어 당황스러웠을 것도 같다. 결과가 좋지 않은 경기 후 인터뷰하는 모습이 여태껏 우리가 봐 온 선수들 모습과는 거리가 멀었으니 말이다.



프로선수는 실력에 때라 비난과 칭찬을 받는다. 하지만 나는 머리를 자르라고 하는 건 도를 넘은 것 같다. 속으로는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 축구도 못하면서 머리는 왜 저렇게 길렀대?  그런 건 속으로나 생각하는 거지 밖으로 뱉어서는 안 되는 말 아닐까.


조규성 선수의 부진에 장발이 더 거슬렸던 것 같다.  만약 조규성 선수가 아시안컵에서 해트트릭이라도 기록했다고 하면 아마 머리가 지금보다 더 길었어도, 펌을 하고 염색을 해도 아니 갈래머리로 묶고 나와도, 총총 땋고 나와도 아무 문제 되지 않을 것 같다.

축구를 못하면 머리 기르면 안 되나?


머리에 신경 쓸 시간에 축구에나 신경 쓰라는 분들도 있는데 그럼 축구 부진만 비난하면 지 않나.

우리는 종종 사안을 확대하거나 다른 문제와 섞어버리거나 엮는 오류를 많이 범하는 것 같다.




조규성 선수는 자기 헤어 스타일에 대해 불호가 조금 많다고 하며 팬들이 반대해도 당분간은 장발을 유지할 생각이라고 했다. 오늘 사우디전에 골을 넣고 난 뒤 인터뷰에서 기자가 그동안의 심경을 물었는데 오히려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고 답했다. 나는 그의 답변이나 태도가 거슬리지 않았고 문제로 생각되지도 않았다.


조규성 선수도 공인이 어떻게 대중을 대해야 하는지, 자기에 대한 대중의 기대가 어떤지, 어떤 태도를 원하는지 모르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거기에 부응하지 않고 오히려 자신에 집중하는 그의 멘털이 좋았다.


예전에 책에서 읽다가 가치관으로 삼고 밑줄 쳐 놓은 문장이 있다.

정확히 기억은 안 나는데 이런 내용이었던 것 같다.


행복은
다른 사람의 기대를
저버리는 것부터 시작된다


물론 토요일 새벽 호주전에서 못하면 나도 뭐라 뭐라 할 것 같다. 그건 장발과 별개의 문제니까....




좀 엄살을 부리고 과장을 해보자면, 마치 우리 사회가 오늘은 누구 욕할 사람 없나 찾아 헤매는 하이에나들이 모여 사는 집단 같다. 하지만 나도 이 사안에서는 하이에나가 아니었지만 다른 사안에서는 누구 못지않게 사납게 물어뜯는 하이에나가 아니었나 반성해 본다.


앞으로도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는 크고 작은 문제와 논란들이 끊임없이 매일매일 발생할 것이다.

이런 사안을 접할 때 실천하기는 어렵겠지만 나는 이런 마음을 가지려고 노력해보려고 한다.


내가 접한 정보가 팩트가 아닐 수 있다.

나는 사안의 전모를 모른다. 팩트를 아는 위치에 있지 않다. 어쩌면 이 세상에는 팩트란 존재할 수가 없을지도 모른다. (내가 눈으로 보고 듣고 하는 것도 내 주관적으로 해석하고 받아들일 테니까 말이다)

유불리에 따라 판단하지 말자

손쉽게 꺼내기 쉬운 '감정'이 아니라 어디 있는지도 모르는 나의 '이성'을 찾아서 판단하도록 애쓰자.


위의 나열한 모든 것을 정리하면 이 하나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틀릴 수도 있다.


50년 만에 아시안컵 우승하고 나서 차분하게 논란을 한번 되돌아보면 좋겠다.





매번 글에 AI 이미지를 생성해서 넣는데 이번 글은 선수 이미지를 그대로 넣기도 그렇고 그렇다고 이미지를 하나도 안 넣기는 섭섭해서 '장발 축구 선수 이미지'를 키워드로 생성해 보았다.

논리가 엉성한 글 읽어주신 독자분들께 죄송하기도 해서 일부러 좀 과장되게 우습게 만들어봤는데 재밌게 봐주시면 좋겠다.


(뭐 이 정도는 봐줄 만한데....)



(태극기 아니, 머리카락 휘날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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