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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디오스 Feb 10. 2024

설날에 아파트 기사님 부르면 안되나요?

길 가는 사람 붙들고 물어보고 싶습니다.


아침에 주방 바닥을 우연히 봤는데,  싱크대 앞 나무 마루가 시커멓게 물에 젖어 있었다. 제법 부위가 넓어 심상찮아 보였다.


남편이 심각한 얼굴로 싱크대를 열어서 살펴봐도 원인을 찾을 수 없었다.


아침 먹고 조금 있다가 아파트 기사분 좀 오셔서 한번 봐달라고 하자고 했다.  (당연한 거 아닌가)


그런데 남편이 하는 말이, 설인데 어떻게 기사분을 부르냐면서 설 지나면 부르자고 했다.




남편은 늘 이런 식이다. 다른 사람을 배려해도 너무 많이 배려한다. 적어도 내가 보기에는 그렇다.


입주민 가구에 생기는 일들을 봐주기 위해서 24시간 대기하고 있는 분이 기사님인데, 설이라고 오시라고 할 수 없다는 게 나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


신혼 때부터  이런 일로 많이 부딪치곤 했다. 살면서 서로의 스타일을 알아서 그 횟수는 줄어들었지만 아직도 가끔 부딪히곤  다.


좋아하는 말은 아닌데,  길 가는 사람 붙들고 물어보자는 말, 이럴 때 쓰는구나 싶었다.

설이라  길가는 사람 붙잡고 물어볼 수 없으니 여기 구독자 분들께 묻고 싶다.


설날에 아파트 기사님
부르면 안되나요?




나는 이것도 남편의 오지랖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사람의 일에 지나치게 간섭하거나 거드는 것만 오지랖이 아니라 이렇게 다른 사람을 지나치게 배려하는 것도 다른 종류의 오지랖이 아닐까.





사건 발생 직후에 쓴 글이라 일기처럼 감정을 쏟아내서 읽기 불편하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설날 아침에 덕담은커녕 이런 불편한 글 읽게 해 드려서 죄송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댓글 몇개보고 나니 진정이 되어서  이미지 들어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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