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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디오스 Jan 12. 2024

아무도 나를 모른다.

(오픈채팅방 ft.익명성에 기대어)


챗GPT와 생성형 AI를 강의해야 해서 난생처음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이란 곳에 들어가게 되었다,


내가 오픈채팅방에 대해 가진 선입견은 할 일 없고 심심한 사람들이 나 외로워요. 뭐 그런 얘기나 하는 약간은 불건전한 곳이라고 생각했다.

 

AI이미지 공부를 하려고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다 어떻게 어떻게 타고 들어가서  오픈채팅방이란 곳에 가입?하게 되었는데 아직도 그 방을 나가지 않고 꾸준히 활동?중이다. 여기서 활동이라 함은 가끔 AI이미지도 올리고 댓글도 달고 뭐 그런다는 뜻이다.


그런데 의외로 오픈채팅방이 꽤 유익했다, 나 외로워요, 무슨 연예인이 어쨌대요 뭐 그런 얘기하는 곳이 아니었다. 특정한 목적을 가지고 모인 사람들이라 그런지 우선 목적에 충실했다. AI이미지를 공부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이라서 유대관계 같은 건 없어도 배움에 대한 열정은 대단하다.  그리고 의외로 친절하고 매너 있다.



개다가 이 방은 꽤 유쾌하다. 800여 명이 있는 곳인데 어디나 그렇듯 재밌는 분 들이 있어서 개콘보다 재밌다.(개콘은 왜 늘 이런 자리에 소환되는가!? 미안해진다) 그러니 이 방에서는 정보와 재미. 둘 다를 을 수 있다. 그리고 회원들 의견을 들어보면 방장님이 운영을 잘하시는 것도 같다.

 

처음엔 정보가 목적이었지만 지금은 재미 때문이라도 이 방을 나가긴 어려울 것 같다. 뭔가 주객이 전도된 것 같지만... 인정해야 한다,


이 방에 들어올 때만 해도 강의에 필요한 어느 정도의 정보만 얻고 나가야지 라는  생각이었는데 이젠 나가기 쉽지 않다. 언제 이 방을 나가게 될지 모르겠다.


이 방은 영양가 많은 스낵푸드를 먹으면서 즐기는 스낵컬처 같다. 뭔가를 딱히 하기도 애매한 시간이나 장소에 있을 때 이 방에서 오가는 대화를 보면 유익하고도  재밌다.




암튼 사설이 길었는데 (마무리가 아니고 이제부터 본론이야!?라고 놀라는 분도 있을 것 같다.) 내가 이 방에 이렇게 오래 있을 수 있는 이유를 한번 생각해 봤는데, 위에 나열한 것 외에도  익명성이 주는 자유 때문 아닐까 싶다.



여긴 나의 모든 것을 모른다.

아니, 일부는 안다.

나의 직업이나 연령, 성별 정도는 대화를 하다 보면 은연중에 드러나기도 한다. 하지만 누구 하나 그걸 공개하기를 강요하는 사람은 없다.


나는 이 익명성이 가져다주는 약간의 해방감을 맛보았다. 여기서 나는 좀 까불어도 된다. 덜 점잖은 척해도 된다. 다른 사람을 맘껏 칭찬해도 된다. 누구와 더 친해서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볼 필요도 없다.

그리고 언제든 이 방을 나가도 된다

나갔다가 다시 들어와도 된다.

(방장님. 맞죠?:;;)


이런 자유함은 등업조건을 맞춰야 하는 카페와는 또 다르다.




오늘 오픈채팅방 회원분이 공유한 프롬프트로 만들어 본 이미지에 이렇게 얼굴이 없는 이미지가 나왔다. 잘 나온 이미지라기보다 이 이미지를 보자마자 '익명성'이라는 단어가 생각났다.


이렇게 얼굴 없는, 아니 얼굴 모르는 사람들이 이 오픈채팅방에 함께 모여 있구나 싶었다. 그렇다고 얼굴 맞대고 얘기하는 오프라인 모임이 반드시 온라인 모임이 더 좋다는 뜻은 아니다. 대면과 비대면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요즘은 이런 인간관계를 많이 선호하는 것 같다. 이런 느슨한 관계말이다. 나를 완전히 오픈하지 않고 익명성을 보장받으면서도 어느 정도의 친목과 유대가 가능한 관계...


아무런 제약도, 구속도 없어 자유롭고 좋은데 뭔가 조금 찝찝한 같은 것이 있는데 그게 뭔지 잘 모르겠다. 

(진단해 줄 전문가가 필요하다.)



인간관계는 약간 속도 썩고 약간의 애씀도 있고 뭐 그런 거 아닌가 싶은데... 관계를 정리할 때도 어느 정도의 에너지를 소모하는 게 맞을 것도 같은데  너무나 간결하고 스마트하고 군더더기 없는 이런 관계가 좋기만 한 걸까?


모르겠다.




몇 개월 있어보니 요렇게 조금은 어떤 사람인지 알 것 같은 사람도 있다. 얼굴 없는 이미지나 검정 얼굴보다 옆모습이라도 보이는 이미지가 나는  좋다.



이렇게 묘한 표정이어도 얼굴이 보이 이미지가 더 좋다.




내가 대화하는 오픈방 회원들이 이런 사람들 인지도 모른다.


나는 그들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

그들도  내가 누군지 모른다.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는다.

아니, 궁금해하지 않기로  약속한 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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